창립 68주년 기념사…코로나 위기 극복·디지털 혁신·지속가능 경영 강조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창립 68주년을 맞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최근 경영 행보가 주목된다.

태양광과 방산에 이어 이어 수소산업, 도심공항 모빌리티(UAM) 등을 신사업으로 키우는가하면 경영권을 승계하는 3세 경영에도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37)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세 아들에게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창립 68주년을 맞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최근 경영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한화)
창립 68주년을 맞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최근 경영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한화)

@ 김 회장 “‘포스트 코로나’ 주도하자”

특히 김 회장은 창립 68주년을 맞아 생각의 전환을 강조하며 혁신 경영에 드라이브를 가하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창립 68주년 기념사에서 “위기를 미래 창조의 촉매로 삼아 ‘포스트 코로나'를 주도하자”고 밝혔다.

12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오전 사내방송을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창립 기념사를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한화 창립기념일은 매년 10월 9일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를 생략하고 비대면 방식으로 치렀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는 삶과 경제를 송두리째 흔드는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위기”라며 “대전환하는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혁신을 넘어 창조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 포스트 코로나를 주도할 사업 전략과 선도적 역량 ▲ 디지털 기반 인프라·조직문화를 통한 위기 대응 ▲ 책임·투명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성 등을 화두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위기는 혼란을 야기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미래를 창조하는 촉매가 된다”며 “이번 위기를 대전환의 동력으로 삼아 100년 이상의 기업을 만들자”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창립 68주년을 맞아 사회공헌활동도 이어간다. 각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비대면·대면 활동을 적절히 조합해 지역사회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등 5개사는 판교에서 임직원 개인 물품을 기증하는 비대면 행사를 진행한다. 한화디펜스 창원2사업장에서는 국악배움활동이 열렸고, 어르신용 손수레 20대도 기증할 예정이다.

한편, 김 회장은 1952년 2월7일 충남 천안에서 김종희 한화그룹(당시 한국화약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미국 유학을 떠나 멘로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드폴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친 사망으로 29세에 회장에 취임한 뒤 한화그룹의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대한생명보험(현 한화생명) 대표이사 회장과 한화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다.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7개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에서 모두 물러났으나 그룹 회장은 유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인수해 방산사업과 화학사업을 키우는 등 인수합병에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태양광사업도 뚝심 있게 밀어붙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의리를 중시하는 한화그룹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지난 1일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가 됐다. (사진=한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지난 1일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가 됐다. (사진=한화)

@ ‘3세 경영’에도 속도내…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승진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지난 1일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가 됐다.

올해 1월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이 출범하며 부사장을 맡은 지 1년도 안 되어 사장으로 승진하며 한화그룹의 ‘3세 경영’에 더욱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또한 한화그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로 10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조기 단행했다.

김동관 대표는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지 4년 만에 부사장으로, 다시 9개월여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김 대표는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1월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그룹 회장실 차장, 한화솔라원 기획·영업실장,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영업실장을 거쳐 올해 초부터 ㈜한화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겸직해왔다.

김 대표는 과거 한화큐셀 인수와 한화솔라원과의 합병을 주도하고, 이후 태양광 사업에서 호실적을 이끈 점에 대해 평가받았다.

또한 최근 한화솔루션이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며 4차산업 기반 미래형 에너지 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한화 측은 “김 대표는 친환경 에너지·첨단 소재 기업으로 도약을 주도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며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풍부한 네트워크가 더욱 요구되는 점도 승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변화와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한화)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변화와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한화) 

@ 한화그룹, 변화와 혁신 의지 드러내

한편,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김 대표 승진을 포함해 40대 여성 대표이사를 사상 처음으로 발탁하며 변화와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인사로 한화그룹 CEO 평균 연령은 55.7세에서 이전(58.1세)보다 2세 이상 낮아졌다.

한화역사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은희(42) 한화갤러리아 기획부문장이 한화그룹의 첫 여성 CEO다. 김 부문장은 상무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를 맡는다.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이사에는 김맹윤(56)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유럽사업부문장이 내정됐다. ㈜한화 방산 부문 대표이사에는 김승모(53) 부사장이 승진했다.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는 옥경석(62) ㈜한화 화학·방산 및 기계부문 대표이사가 겸직한다. 옥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계 사업 전반을 맡아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한화디펜스에는 손재일(55) ㈜한화/지원부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한화종합화학에서는 박흥권(49) ㈜한화 전략실장이 사업부문, 박승덕(50) 한화솔루션 사업전략실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됐다.

한화토탈 대표이사는 김종서(53) 한화큐셀 재팬법인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맡는다.

한화에스테이트는 이강만(56)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한화는 "코로나19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하는 가운데 내년도 사업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표이사 인사를 일찍 실시했다"며 "나이·연차와 상관없이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대표이사를 과감히 발탁해 전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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