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 2019년을 후끈후끈 불 달아오르게 했던 서초동집회와 광화문집회를 많은 국민이 기억하고 있을 터이다. 양편으로 갈라져 워낙 치열하게 세 대결을 펼쳤기에 말이다. 참석자 숫자로 세를 과시하려 했지만, 광장 민주주의의 처절한 오점만 남겼다.

 집회를 위한 목적이나 이슈가 된 사안의 본질로 볼 때 양측 모두 옳고 그름을 떠나 어느 쪽이 더 세고 약한 세 대결의 결말은 말할 필요가 없지 싶다. 상처투성이다.

다만 조국일가의 말과 행동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실체적 모순을 그냥 가리며 덮고 가려는 엄연한 불의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떼 거지로 몰려들며 정의로운 척 한 자들이기에 울화가 치밀고 슬픔이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다.

힘겹고 고단한 우리 사회를 이해하여 국민을 감싸주며 덮어주고 조율하면서 앞장서서 이끌어야 할 식견을 가진 인사들이 검찰개혁이란 명분만을 내세워 목청껏 소리소리 외치니 어떤 허상에 영혼이 둘러 씌워졌단 판단이 든다. 한마디로 그물에 갇혔다. 옴 싹 달 싹 못하는 확증편향의 그물에 그만 갇혀버리고 말았다.

누가 던진 그물이며 덫이던가. 이념의 그물이던, 생각의 덫이던 확증편향의 올가미에 씌워져 있다. 초록은 동색(同色)이랬다. 끼리끼리 유유상종 고만고만하고 매 고른 그네들이다. 어쩜 저리도 한 몸 하나같을는지 모르겠다. 무엇으로 어떻게 동체가 되고 일심이 되었을까?

손발이 척척 맞고 말하는 것과 하는 짓거리가 동급동격이다. 누가 뭐라건 눈 하나 깜짝하질 않는다. 뇌성벽력을 쳐도 미동이 없다. 공정과 편파, 균등과 차별, 기회와 일방, 불의와 정의가 뒤죽박죽 뒤엉켜 난장판을 만들어 논게 이 정부 위정자들의 작태다. 일이 터질 때마다 남에게 엉뚱한 덤터기를 씌운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거대한 이념의 성에 갇힌 채 무조건 외부세력이나 자기들 뜻 아니면 배척해낸다. 어쩌면 한 곳만을 바라다보는 외눈박이인 듯싶다. 어둠침침한 밤에만 움직이는 야행성 올빼미DNA를 가졌나? 성격 성향 취미 오락 정서 정감 생각 행동들이 자기들만 소통 공감하는 동류형이라 하더라도 이건 아니라 싶다.

대중의 다양한 의사를 듣고 보며 올바름을 좇아야 하건만 상대편의 의견은 무작정 싫어하고 거부하며 받아들이질 못하고 있기에 말이다. 사리 사물과 형상을 식별하여 보는 눈은 그렇다손 치고라도 들려오는 소리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는 귀가 양쪽에 달려있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사람의 입은 한 개지만 정 중앙 하단부 턱 위에 중심을 잡고 있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하다. 정상적인 사람의 신체적 필수 구성요소가 그러하다. 신체구성에 불가피한 이 모든 걸 갖춰있고서도 인간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지극히 정상이 아니다.

물론 태어나고 자라나며 배우고 익혀 온 역정이 각기 다르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으로 이뤄진 게 우리의 사회이므로 무모하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편파적이고 편향적인 사고나 행각은 큰 과오(過誤)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이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사리를 분석하고 분별할 능력과 실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 이들은 그게 아니다. 보이는 사물의 실체적 상황이나 진실 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을 건데도 절레절레 도리질만 한다. 꼼짝 못 할 확증편향의 덫에 걸려 들은 것이다. 옳은 얘길 해도 알아들으려 하질 아니하고 뚫어진 눈코귀를 막아버린다.

끼리끼리 뭉쳐 야합하면서 여론 자체를 묵살(默殺)하며 보이콧 한다. 자기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기 좋은 것만 듣는다. 게다가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을 쏟아낸다. 확증편향 증의 도그마에 빠져버린 그네들이다. 황금 같은 시간 일상이 아깝고 딱하다. 우리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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