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이었던 4월 108만개, 재확산된 9월 83만개 사라져 
재확산 9월 헬스케어․미용․여가 등 서비스 업종 ‘직격탄’  
고용시장 출렁일 때마다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 입어
인건비 부담 큰 자영업자 도소매·숙박음식업 9월 가장 감소

절정이었던 4월과 재확산되었던 9월에만 일자리 111만개가 사라졌다. (사진=중앙뉴스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절정이었던 4월과 재확산되었던 9월에만 일자리 111만개가 사라졌다. (사진=중앙뉴스DB)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코로나가 일자리부터 덮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절정이었던 4월과 재확산되었던 9월에만 일자리 111만개가 사라졌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절정을 이뤘던 9월에만 헬스케어, 미용, 여가 등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 83만개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제조업에서마저 일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종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양상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 수가 4월과 9월에 각각 108만개, 83만개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4월은 코로나 첫 확산, 9월은 코로나 재확산의 절정기이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 예상되는 취업자 수 추이를 추정해보고 이를 실측치와 비교해 증감 추이를 산출했다.

일례로 9월에 일자리 83만개가 줄었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없었을 경우 추정해본 취업자 수와 실제 9월 취업자 수를 비교해보니 83만개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기본적으로 지역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줄여 이 부분에 고용 충격이 집중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5월의 경우 사라진 전체 일자리 92만개 중 지역서비스 일자리가 84만개로 91%에 달했다.

지역서비스업은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등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도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업종은 헬스케어, 미용, 여가, 교육, 여행 등이다.

국민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생활에 덜 필수적인 서비스 업종에 대한 소비를 더 줄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지역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교역산업에도 고용 충격이 점차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조업에서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모두 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며 이 충격이 파급되면 앞으로 10년에 걸쳐 그만큼의 서비스업 일자리가 해당 제조업 지역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월과 9월에 교역산업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각각 15만개, 19만개로 사라진 전체 일자리의 26%, 23%를 차지한다. 이는 3~7월 중 9~15% 비중을 차지하던 상황과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통상 교역산업에서 일자리 증가는 지역서비스업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이어져 추가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낸다. 

일례로 교역산업의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교육, 미용, 의료 등 지역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해 관련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교역산업의 경우 단기적으로 고용 유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역산업에서는 일자리가 일단 사라지면 단기간에 다시 생기기 어렵고, 지역서비스업에 2차 고용 충격을 주므로 이들에 대한 고용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서비스업은 취약계층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코로나19 확산이 완벽히 제어되지 않는 한 지역서비스업의 수요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용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중앙뉴스DB)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용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중앙뉴스DB)

@ 청년 일자리…4월 42만개·9월 50만개 사라져

특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용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연합뉴스가 통계청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첫 확산 여파가 강하게 닥친 4월에 42만개, 재확산 여파가 덮친 9월에 50만개의 청년 일자리가 증발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체 취업자가 줄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3월(-19만5천명), 4월(-47만6천명), 5월(-39만2천명), 6월(-35만2천명), 7월(-27만7천명), 8월(-27만4천명), 9월(-39만2천명) 등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첫 확산 여파가 강했던 달은 4월이고 재확산 여파가 취업자 감소에 반영된 달은 9월이다. 4월과 9월 모두 15∼29세와 30대 취업자 감소 폭이 특히 컸다.

4월 15∼29세 취업자는 24만5천명 감소했고 30대 취업자는 17만2천명 줄었다. 합치면 청년층 취업자 41만7천명이 감소한 것이다.

40대(-19만명)와 50대(-14만3천명) 취업자도 상당수 줄었으나 40대와 50대를 합친 중장년층 취업자 감소 폭은 33만3천명으로, 청년층보다는 적었다.

60세 이상은 취업자가 오히려 27만4천명 늘었다.

9월 15∼29세 취업자는 21만8천명 줄었고 30대 취업자는 28만4천명 감소했다. 합치면 청년층 취업자 감소 폭은 50만2천명이다.

40대(-17만6천명)와 50대(-13만3천명)를 합친 중장년층 취업자 감소 폭 30만9천명을 웃도는 수치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41만9천명 늘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등 대면서비스 업종이 특히 타격을 받는데 해당 업종들에 청년층이 주로 종사하기 때문에 청년층 취업자 감소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9월 취업자 감소 폭이 큰 업종은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도·소매업 등이다. (사진=중앙뉴스DB)
실제 9월 취업자 감소 폭이 큰 업종은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도·소매업 등이다. (사진=중앙뉴스DB)

@ 9월 숙박·음식·교육·도소매업, 청년 31만6천명 ‘감소’

실제 9월 취업자 감소 폭이 큰 업종은 숙박·음식점업(-9.8%), 교육서비스업(-7.9%), 도·소매업(-5.7%) 등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연합뉴스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들 업종의 취업자 감소분 가운데 15∼29세·30대 등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

숙박·음식점업은 9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2만5천명 줄었는데, 이 중 62.1%(14만명)가 15∼29세와 30대였다.

교육서비스업은 줄어든 취업자 15만1천명 중 15∼29세·30대가 84.5%(12만7천명)에 달했다.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분 20만7천명 중 15∼29세·30대는 23.4%(4만8천명)이었다.

세 업종을 합치면 줄어든 취업자 58만3천명 중 청년층은 54.1%(31만6천명)이었다.

임시적·일용직보다 안정적인 상용직으로 취업한 청년층도 줄고, 상용직 중에서도 ‘풀타임 취업자’는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월 15∼29세 상용직 취업자는 232만6천명으로 한 해 전보다 5만3천명 감소했고 30대 상용직 취업자는 374만2천명으로 20만2천명 줄었다.

15∼29세·30대 청년층 상용직 취업자가 25만5천명 감소한 것이다.

15∼29세에서 주당 36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취업자는 212만6천명으로 9만1천명 줄었지만 파트타임 등 35시간 이하로 근로한 이(20만명)는 오히려 3만7천명 늘었다.

30대에서도 주당 35시간 이하로 일한 상용직은 38만8천명으로 1만8천명 늘었으나 36시간 이상 근로한 이는 335만6천명으로 21만9천명 줄었다.

청년층과 달리 고령층에서는 상용직 취업자 수가 많이 늘었다.

60대 이상 상용직 취업자는 지난달 124만9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만5천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과장은 “청년층 상용직 취업자는 제조업, 교육서비스업, 보건복지 관련 업종이 일자리를 크게 늘리지 않은 탓에 감소했다”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이 큰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숙박음식업의 취업자 수가 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다. (사진=연합)
인건비 부담이 큰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숙박음식업의 취업자 수가 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다. (사진=연합)

@ 인건비 부담 큰 자영업…도소매·숙박음식 취업자 수 7년6개월만에 ‘최저’

한편, 인건비 부담이 큰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숙박음식업의 취업자 수가 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다.

21일 중소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동월보다 43만2천명 줄어든 551만5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3월(549만9천명)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해 들어 매달 줄어든 것으로, 이중 지난달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정해진 시간에만 영업하다 보니 타격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중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내려졌고 같은 달 30일에는 2.5단계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 소재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영업이 제한됐고 PC방·노래방·뷔페 등은 아예 영업이 중단됐다.

그 외 지역에서도 이달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 조정되기 전까지 2단계 조치가 적용됐다. 외출 자제 분위기로 모임이나 행사, 여행 등이 많이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은 매출 급감을 겪어야 했다.

임대료·인건비 부담 등에 일부 자영업자는 직원들도 내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133만2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만9천명 줄었다. 반면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2만2천명으로 8만1천명 늘었다.

정부가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낮추면서 자영업자들은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고 언제든지 재확산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자영업자들에게 주는 시그널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이를 살려 나가기 위해서는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할 수 있는 소비 진작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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