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당 활성화
최저시급 당비 제도
전국위와 당무위
혁신안 이행 문제 규정
11월 말 6기 지도부 선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4.15 총선 전후로 녹색당은 지도부급 인사들이 이탈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총선 결과(득표율 0.21% 5만8948표)도 처참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그래서 일부 평당원들(녹색당 재건을 위한 당원 모임)이 힘을 모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당원 발의 운동을 전개했고 전국운영위원회(전운위)와 절충해서 혁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혁신위는 6월에 출범해서 9월말까지 활동했고 최근 공동대표(기존 공동운영위원장)로의 변경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제출했다. 

혁신안의 여러 내용들 중에 △공동운영위원장을 공동대표로 변경 △당원 직선으로 당무위원회 신설 △전국당 사무처장을 정무직으로 규정 △전국운영위원회의 명칭을 전국위원회로 변경 등 4가지에 대해서는 전당원 투표를 통한 의결 절차를 마쳤다. 나머지 내용들은 차기 지도부의 몫으로 남게 됐다. 6기 지도부 선거는 11월말에 예정돼 있다. 

최영선 전 혁신위원장은 혁신위의 단초가 됐던 비대위원회 출범 당원 발의 운동을 주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영선 전 혁신위원장은 지난 13일 14시 서울 천호동 모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가 해단식을 하면서 느낀 건데 평당원들이 모여 이렇게 열심히 깊숙이 녹색당 전체를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혁신위원들 중에는 지역에서 온 분들도 있었는데 지역당만 보다가 전체를 통으로 볼 수 있어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말해주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개인적으로 시민사회 활동을 해오면서 내 역량을 투입해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에 익숙했다”며 “혁신위에서는 나 혼자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16명 모두가 당원들의 1% 지지를 받아서 온 사람들이라 서로 존중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혁신안을 도출해낸 것 자체에 대해 다들 뿌듯하게 여기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내가 위원장이라고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없고 내 의지대로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숙의 과정에서 답답하긴 했다. 그러나 끝나고 보니 그렇게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을 냈다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총력을 기울였다. 각자 맡은 소위(조직개편/정치전략/재정전략/지역당 활성화)로 들어가서 실제 책임지고 성과를 냈다. 서로 이견들이 있어서 치열하게 토론도 했는데 다들 끝나고 애썼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그동안 4개 소위를 중심으로 혁신안을 채우는 데 주력했고 그 과정에서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소통했다. 

최 전 위원장은 “혁신안은 집단지도체제와 책임 정치 실현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꽤 중요한 것이 지역당 활성화다. 우리당은 지역당들의 연합체다. 지역당들이 재정적으로, 활동 측면에서, 당원 기반의 측면에서 안정화돼야 한다. 그래서 혁신위는 지역당을 어떻게 하면 다시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재정적 뒷받침이 중요한데 이번에 우리가 어느 정당도 해보지 않았던 최저시급 당비 제도를 혁신안에 포함시켰다”고 소개했다. 

모든 정당에는 통상 당비를 내지 않는 당원들이 제일 많다. 당비를 내는 당원들도 3000원~5000원 정도 소액만 낸다. 최저시급 당비 제도는 매년 최저시급 만큼 당비의 하한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은 단순히 당비가 더 많이 모여서 재정적 효과를 노린다기보다는 당원 가입시 멤버십을 부여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 전 위원장은 당무위원회와 전국위원회의 견제가 가능하도록 지도부 체제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집단지도체제를 견고히 해서 책임 정치를 강화한다는 것은 ‘당무위원회’와 ‘전국위원회’의 관계로 정리해볼 수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전운위를 전국위원회로 이름을 바꾼다. 그동안 전운위가 당무위원회의 역할을 했다. 그니까 전국에서 지역위원장들이 (전운위원 자격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자기 지역당만 챙길 수 없었고 중앙당 논의구조 속에 들어와서 에너지를 소모했다”면서 “이제는 전국 단위의 일상적 집행은 당무위원회가 맡고 그 집행에 대한 견제는 전국위가 맡는 것”이라고 풀어냈다.

이어 “사무처장을 정무직으로 둔다. 대표의 임기 동안 파트너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무처장이 대표의 정치적 지향과 전략에 맞춰서 협력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동안 녹색당은 독특하게도 사무처장이 정무직이 아니었다. 그냥 사무처 활동가들 중에 1명이 사무처를 관리하는 것에 불과했다. 사무처장이 공동대표의 입장과 다르다면 일을 하기 힘들다. 한편으로는 사무처장이 공동대표 1인하고만 잘 맞고 나머지 1인과는 잘 안 맞으면 반쪽짜리가 된다”고 밝혔다.

혁신안은 공동대표 2인이 협의해서 사무처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최 전 위원장은 기성 정당들처럼 “당대표에게 인사권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확하게 표현해서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위원장은 “주요 당직의 권한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혁신위가 고생해서 만들어낸 혁신안을 차기 지도부가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혁신위는 활동 기간이 끝나면 특검(특별검사)과 같이 재판의 공소 유지를 맡기 위해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그대로 해산된다. 지도부가 혁신안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실제 정의당은 총선에서 위성정당 파동으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 하고 심상정 전 대표가 자진해서 혁신위 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다. 정의당 혁신위는 부대표 5인 체제 도입, 청년 정의당 창당, 6기 당권 선거 조기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제출했지만 김종철 신임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혁신안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별도의 입장 피력을 한 바가 없다. 관련 언급을 했더라도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최 전 위원장은 “정말 정의당 당직 선거 기간 동안 혁신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더라”면서 “녹색당은 그런 우려를 감안해서 기본적으로 당무위원은 전국위원을 겸임하지 못 하도록 하는 대신 이번에만 예외를 뒀다. 혁신안을 완성하는 사명은 전국위에 있다. 그런데 전국위와 당무위가 따로 돌아가면 혁신안을 외면할 수 있는데 이번에 당선될 당무위원들은 임기가 1년이고 이번에만 전국위원을 겸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초대 당무위원들은 혁신안을 제대로 완성하는 실무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혁신안에 그런 장치와 관련) 조항을 명시했다. 혁신안 이행의 책임을 부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색당은 당연히 당명이 그렇듯 기후위기 대응에 집중하는 정당이지만 혁신위 차원에서 정책적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까. 

최 전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정책과 의제 등은 차기 지도부가 만들어가야 할 몫이라면서도 “조금 더 절박함을 넣어서 생존의 정치로 가야하지 않나 싶다. 모든 의제들은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페미니즘과 소수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억압과 차별도 결국 생존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 전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이번 당직 선거에서는 많은 후보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11월에 진행될 당직 선거에서 다양한 후보군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분위기가 어떤지에 대한 문제다. 사실 원외정당은 소수 그룹 안에서 일부 인물들이 큰 희생으로 당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 당대표급 인물군은 한정돼 있고 이미 정평이 나 있어서 누가 될 것인지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창당 주역으로서 1·2·3·5기 지도부를 맡은 바 있다. 거대 정당 당대표처럼 대외적으로 엄청난 권한과 영향력이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은 고사하고 희생을 떠맡는 것으로 인식된다. 

최 전 위원장은 “이번에는 (소수의 인물들이 떠밀려서 당대표를 맡게 되는 등) 그러지 않을 것 같다”며 “혁신위가 발족되면서 다양한 의제들을 갖고 자발적으로 모이는 당원 모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혁신위 활동 과정에서 심폐소생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심폐소생이라는 것은 당내 정치에 참여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이러 이러한 사람이 대표가 됐으면 좋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손사레 치는 경우가 많았다. 정작 (추천 대상으로 거론되는) 해당 인물은 생각도 없다”며 “근데 지금은 약간 견제 심리도 작동하면서 선순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의제들이 많은데 여성과 청년 이슈에 주목하는 후보들이 부각되면 기후위기를 매우 중시하는 쪽에서 나올 수 있다. 이번 당대표 선거는 과거처럼 떠밀리거나 아무도 안 나오는 분위기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대표와 사무처장의 케미(화학적 결합)가 관건이다.

최 전 위원장은 “공동대표는 뉴페이스였으면 좋겠다. 혁신위가 가동된 뒤 첫 대표니까 꼭 뉴페이스였으면 한다. 뉴페의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불안을 종식시켜줄 사람이 (당 활동을 오래 한 베테랑) 사무처장”이라며 “개인적으로 누가 사무처장을 맡게 될지가 더 관심이 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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