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 장마가 끝난 지 60여 일이 지난 즈음이지만 폭우에 휩쓸려 온 시냇가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온갖 쓰레기로 온통 뒤덮여 있는 하천바닥은 완전히 폐허가 된 난장판이고 빽빽한 갈대포기 사이사이에도 꽉꽉 끼어 있고 심지어 큰 키 버드나무 가지에까지 걸쳐있다.

인간들이 마구 버린 생활 찌꺼기들이다. 양심까지 버려졌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며 자처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수준이 이 꼴 이 지경일까? 정말 심각하다. 이런 것 정도는 내 맘대로 멋대로 해도 괜찮겠지, 하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함 때문이리라. 무지 소치이다.

안이하기만 한 현실 상황인식의 오류로 인한 생태환경에 미칠 많은 부정적 영향과 폐해를 생각해 본다. 느껴 판단하는 인지능력이 없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능 자체가 고장 난 동물처럼 무지막지(無知莫知)하다 싶다.

사람이 이처럼 지저분하고 추한 줄은 미처 몰랐었다.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쓰레기투성이며 흉물스레 얼룩져있다. 고온 다습한 기후에 급격히 부패하여 썩는 냄새가 진동하면서 시커먼 물이 개천으로 그대로 흘러든다.장마 동안 집중적으로 퍼부은 폭우에 의해 풀 섶이나 숲속에 감춰져 있던 온갖 쓰레기가 휩쓸려 나온 개천 바닥을 가득 메운 것이다.

재앙이 시작된 거다. 금수강산 문전옥답이 썩어 문드러지며 몸살 앓게 돼 있다.이름난 해변이나 풍치가 아름다운 명산대찰 계곡 숲속 등 사람의 발길이 몰리는 곳은 쓰레기 대란이다. 구석구석 곳곳마다 사람들이 쏟아낸 생활 속 쓰레기들 천지다. 인간들이 자기들만 편해 보자며 일회용품만 쓰고 있는 게 문제다.

손쉽다고 단 한 번 쓰고 냅다 그냥 버려버리니 자연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 불찰이고 업보이다. 그 죄과가 우리 눈앞에 끔찍하게 나타나고 있다. 함부로 쓰고 막무가내 내다 버려진 오염결과가 재해로 닥쳐오는 것이다. 쌓인 쓰레기더미를 보니 너무 지나쳤기에 속수무책인 듯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대처해야 한다. 재해경고를 인지한 이 시점이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시작점이 돼야 한다. 우리가 모두 자중하고 자숙하며 행동해야만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온에 제철 제때에 맞춰 오곡백과가 풍성하던 우리 강토다.

입에서 입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이라는 말이 대유행하더니 거기 제격으로 어울리는 정황이라 할까? 올여름 들어 50여 일이 넘는 사상 유례가 없는 장마를 겪으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폭우로 전국에 물난리가 났고 크나큰 수해를 당했다. 저수지 둑이 무너지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산사태가 속출했다.

가을걷이를 불과 얼마 앞둔 다 키운 농작물이 물바다에 빠져 폐농이 돼버렸고 소 돼지가 둥둥 떠내려가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폐사하고 구사일생으로 운 좋은 놈들은 축사 지붕 위에 올라가 긴급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늘이 진노(怒)했다. 하늘을 노여워하게 해 천재지변(天災地變)이 벌어진 것이다. 인재(人災)다. 무더운 여름날 여러 곳에 밤톨만 한 우박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없던 토네이도 급 태풍이 자주 출몰하고 홍수물난리 통이다. 원흉(元兇)이 사람이다.

인간들이 저질러 놨고 오늘 지금 그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다. 대다수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편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을 버리자. 누가 뭐라든 잘 먹고 잘 놀겠다며 맘대로 실컷 먹어치우고 함부로 마구 버린다면 우리의 미래가 험악할 뿐이다.

뭔지를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일상생활 중에 조금만치라도 조심하고 신중했더라면 덜 추악하고 뻔뻔스럽지 아니했으련만 양심이 부끄럽다. 자존심 상하고 역겨우며 닥쳐올 재앙을 생각하니 무척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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