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차이는 정제된 일상의 단면

[중앙뉴스=윤장섭 기자]갤러리세인이 독창적 재료와 실험적 방식으로 나름의 조형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해가는 원재선 작가를 초대해 원재선 개인전, '정제된 차이 Ⅱ'를 개최한다.

원재선 작가의 ‘정제된 차이Ⅱ’는 차이와 반복에 의해 발현된 대상들을 탐구한 결과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재선의 작품들은 차이와 반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스테인리스스틸로 가늘게 만든 선의 표면에 색실을 감았다. 이를 통해 강한 물성과 부드러운 물성이 혼합된 제3의 재료로 시각을 넘어 촉각까지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반복은 차이를 만들어주며, 고도의 감각과 감성으로 정제된 반복은 내적 차이의 중심축이 된다. 연주자가 동일한 악보를 연주하지만 여러 번 반복 연주하면서 점차 강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원 작가 또한 반복된 동작을 통해 또 어떤 다른 경지에 이르고 있다. 정제된 차이는 정제된 일상의 단면이다..

원재선 개인전, '정제된 차이Ⅱ'
원재선 개인전, '정제된 차이Ⅱ'

▲CRITICS...(원재선 초대전 – 정제된 차이Ⅱ)

갤러리세인이 독창적 재료와 실험적 방식으로 나름의 조형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해가는 원재선 작가를 초대했다.

원 작가는 건국대와 미국 로체스터공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개인전 3회, 국내외 아트페어 개인 부스전 3회 및 다수의 초대전을 개최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시카고 SOAF, 런던 콜렉트 등에서 주목받으며 활동영역을 국제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활동 초기부터 선(線)의 조형성에 집중했다. 첫 개인전 주제 “The Rhythm of Lines”를 시작으로 “Drawing Lines”로 이어가면서 선의 미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며 나름의 조형적 특성을 확장해나갔다.

3회 개인전 ‘정제된 차이’는 차이와 반복에 의해 발현된 대상들을 탐구한 결과였다. 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스테인리스스틸로 가늘게 만든 선의 표면에 색실을 감았다. 이를 통해 강한 물성과 부드러운 물성이 혼합된 제3의 재료로 시각을 넘어 촉각까지 온전히 담아냈다.

이번 전시 주제는 ‘정제된 차이2’다. 작가는 선에 실을 감아 입체화하고, 입체화한 결과물이 다시 선으로 회귀하는 2차원, 그리고 2차원을 다시 재조합하여 조형물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며 선을 중심축으로 새로운 조형세계를 창조해나간다.

작가는 “평면적인 것과 입체적인 것을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생성된 시각적 리듬이 담긴 선의 조형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소개한다. 선은 점으로 이어진 길이고 사물의 윤곽을 나타낸다. 나아가 선은 그 자체로 자율적인 운동을 표현하며, 그렇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일정한 리듬을 생성한다.

기존 여러 작가들도 이렇듯 선의 무한한 다양성을 작품 표현의 수단으로 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동양화에서는 선을 획(畫)이라고 지칭하며 서양의 선과는 다른 관점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이미지화한다. 서양화에서는 드로잉처럼 특정 대상을 묘사하거나 추상화하는 도구로 선을 사용하였다면 동양의 선은 일필(一筆)로 끝나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예술에서 선은 어떤 사물의 경계선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다. 점의 연속성으로, 눈의 시선에 따라감으로써 운동으로 이루어진다.

원 작가의 선은 동양화의 획과 서양화 미니멀리즘의 기하학적 선, 추상화의 유기적 선에서 시작되었으나 무수한 선들의 반복을 통해 시간성이 개입된 내적 차이를 유발한다.

자신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 차이를 들뢰즈는 ‘내적 차이(différence interne)’라고 했다. ‘내적 차이’는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차이로서, 원 작가의 직관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동일한 길이와 두께의 선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시간의 축적은 공간의 확정성으로 이어져 완결된 형태로 귀결된다. 작품 <축적된 시간>, <절대적인 공간>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유기적인 선의 확장으로 리듬감이 부여된 작품에서는 작가의 심리적 감정 개입을 엿볼 수 있다. 무기교의 기교처럼 자연스럽게 방사된 리드미컬한 선과, 유연하게 변형된 원형의 변주로 표현된 작품으로는 <차이의 변주> 시리즈가 있다.

원 작가의 조형적 표현에서 선 못지 않게 색실의 사용은 특별하다. 우선 재료의 변이를 볼 수 있다. 차갑고 강한 물성을 가진 금속선에 따스하고 부드러운 실을 접목하는 방식은 원 재료로의 진화이자 차별화다.

작가는 금속 재료에 섬유의 기초재료인 실을 결합함으로써 금속에서 갖는 색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 처음에는 금속 재질에 가까운 색을 사용하였으나 점차 오방색을 사용한다. 그 중 합성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자연의 빛 아래에서 특히 아름다워 주조실로 이용한다.

작가는 색실이 감긴 선이 어떠한 형태를 만드는가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선과 선이 만나면서 시나브로 형태가 완성되어가는 그 자체에 주목한다. 특정 문학에서 내용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문자 자체에 집중하듯이. 다만 독립된 조형적 형태도 선호하지만 착용 가능한 장신구로의 변이 또한 외면하지 않는다.

형태적으로 보면, 먼저 입체적으로 조형화된 형태는 건축적 구조와 기하학적 조형미의 극치를 이룬다. 색선의 변주는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이어지며 내밀한 파동을 일으킨다. 다음으로 유기적 형태는 원의 반복으로 큰 원의 일부를 이어가며 간장감의 느낌을 살리고자 크기를 조율한다. 규칙성 있게 반복되는 변화의 리듬은 운동, 생동감을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방사선 시리즈가 있다. 두 개의 실을 하나의 선이나 두 개의 선으로 달리하거나 실의 재질(실크사, 합성사, 면사) 등을 달리하여 택스처의 변화로 조형적 시각화를 세밀하게 차별화한다. 확장되는 방향성은 연속적이며 유연한 움직임을 이끈다.

원 작가는 일상의 삶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스스로 만든 금속의 색선을 통해 조형적 형태를 구현한다. 이러한 작업충동의 발아점은 작가가 초기부터 일괄되게 창작의 추동 주체가 되는 관심 대상으로 한결같이 간결하고 담백한 것들이다. 전시 타이틀 ‘정제된 차이’에서 알 수 있듯 장인정신의 발현으로 반복된 행위의 결집이다.

반복은 형상, 크기, 질감이 모두 동일한 단위 형태를 의미한다. 동일한 형식의 구성이 반복되면 시선이 이동하여 상대적으로 동적인 감을 주어 일정한 리듬이 생긴다. 시각적으로는 힘의 강약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

반복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힘의 균일 효과가 나타나 균형감 있는 표현이 되며, 풍부함을 더해 준다. 반복은 차이를 만들어주며, 고도의 감각과 감성으로 정제된 반복은 내적 차이의 중심축이 된다.

연주자가 동일한 악보를 연주하지만 여러 번 반복 연주하면서 점차 강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원 작가 또한 반복된 동작을 통해 또 어떤 다른 경지에 이른다. 정제된 차이는 정제된 일상의 단면이다.

정영숙(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정영숙(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ARTWORKS

축적된 시간 B1, B2 ( Accumulated Time) B1, B2, Brooch, 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thread, 90x92x22mm, 58x142x17mm,2020
축적된 시간 B1, B2 ( Accumulated Time) B1, B2, Brooch, 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thread, 90x92x22mm, 58x142x17mm,2020
절대적인 공간 B1 (Absolute Space) B1 ,Brooch, 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Brass, thread88x83x30mm, 202
절대적인 공간 B1 (Absolute Space) B1 ,Brooch, 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Brass, thread88x83x30mm, 202
축적된 시간 B5 (Accumulated Time B5)Necklace,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thread,170x170x10mm,2020
축적된 시간 B5 (Accumulated Time B5)Necklace,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thread,170x170x10mm,2020
4-1착용샷
4-1착용샷
차이의 변주 B1 (Variation of Difference B1) ,Brooch,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thread, 340x370x120mm, 2020
차이의 변주 B1 (Variation of Difference B1) ,Brooch,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thread, 340x370x120mm, 2020
정제된 차이 B1 (Refined Difference) B1, Brooch, 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thread, 88x92x22mm2020
정제된 차이 B1 (Refined Difference) B1, Brooch, sterling silver, stainless steel, thread, 88x92x22mm2020

▲ARTIST NOTE(정제된 차이)

나의 조형작업은 삶에 대한 근원적 사유에서 시작하였다. 우리는 삶 속에서 늘 반복에 의한 필연적인 차이를 마주하며 살아간다. 날마다 같은 시간이 반복되지만, 우리가 마주한 시점은 단 한순간도 동일하지 않으며, 차이의 반복을 통해 발현된다. 따라서 반복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기억으로 축적되어 삶에 의미를 더한다. 이러한 다채로운 삶의 기록들을 수집하고, 재해석하여 일상의 반복에 의해 드러나는 삶을 동일성의 개념이 아닌 정제된 차이로서의 반복을 상징화한 조형언어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조형의 기본 단위인 선을 사용하여, 반복적인 선으로 이루어진 형(形)을 구현한다. 반복되는 무수한 선들은 나의 의도에 의해 간결하거나 혹은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며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한다. 완성된 선형은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구축된, 구조적인 형태를 통해서 인체에 착용함으로써 인체 내부에서 외부의 공간으로, 혹은 외부에서 내부로의 공간을 어우르며, 삶에 대한 또 다른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작품의 표현방식에서 주목한 것은 특유의 강한 물성을 가진 금속선에 색실을 접목하여 나타나는 금속 표면의 변이이다. 색채적인 한계를 갖는 금속의 표면 위에 한 올 한 올 실을 감아 색을 입히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한 일련의 과정으로 삶을 반영한다. 더불어 금속과 실이라는 상반되는 물성인 두 재료의 결합은 선이 가지는 절제된 간결함 속에서 강인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담는다.

한편 원재선 작가의 개인전인 '정제된 차이Ⅱ'는 갤러리세인의 초대전으로 개최되며 전시기간은 2020년 11월 6일(금요일)부터 11월 12일(목요일)까지 열린다.

총 2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는 '정제된 차이Ⅱ'의 관람시간은 오전 11시 부터 오후 6시 까지이며 일요일은 휴관된다. 전시장소는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갤러리세인이다. 한성빌딩 204 (청담동, 청담역 10번출구)

▲원재선 약력(Biography)                                                                                      

▶학력
2007 M.F.A 로체스터공과대학교 MetalCrafts & Jewelry 졸업
2004 B.F.A 건국대학교 디자인조형대학 공예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2020 정제된 차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 서울
2017 Drawing Lines,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기획공모전, KCDF갤러리, 서울
2012 The Rhythm of Lines, 가나아트 스페이스, 서울

▶개인 부스전
2019 LOOT 2019, The Museum of Arts and Design, 뉴욕, 미국
2017 공예트렌트페어, 창작공방관, 코엑스 A홀, 서울
2015 공예트렌트페어, 창작공방관, 코엑스 A홀, 서울

▶주요전시/ 그룹전
2019 R & Living, 갤러리 로얄, 서울
긴 호흡, 아트플레이스, 서울
연희동 아트페어, 보스토크, 서울 외 100여회

▶수상
2019 KGTA 국제 주얼리 디자인 동상수상,  2016 NICHE Awards 파인 주얼리 부분 Finalist
2012 국제 주얼리 디자인 특선수상,  2010 NICHE Awards 파인 주얼리 부분 대상수상, 미국
2006 Tiffany Foundation Award 대상수상-로체스터, 미국

▶출판
2018 KRAFT Magazine, Vol.3 작품소개
2015 주얼리 마스터, 사단법인 한국 보석협회
2012 30-Minutes Bracelets by Lark Books
2011 500 Silver Jewelry Design by Lark Books
2010 MJSA 저널 작품소개 , NICHE 매거진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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