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의 좌파 동맹
조직가들 길러내야
좌파들이 힘 합쳐서 대선 후보 낼 수 있어
등대정당의 의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노동당은 2008년 3월17일 진보신당으로 창당할 때부터 지금까지 숱한 위기를 겪어왔다. 작년에 또 다시 지도부가 뭔가를 시도하다가(당명 개정) 실패한 뒤 집단 탈당을 했을 때는 해체를 고민하는 당원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내내 두 번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마무리한 뒤 그해 11월 현린 대표의 10기 지도부가 들어섰다. 노동당은 진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좌파 단위들과 힘을 합치되(좌파 동맹) 결코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철저히 아래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좌파 단위들과 만족할만한 통합을 이뤄내면 진보정당들과 연대하는 데에까지 다다를 수 있다.

차윤석 사무총장은 노동당에서 좌파 조직들과의 연대 파트를 전담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차윤석 사무총장은 15일 14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우스갯소리로 좌파 유랑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계속해서 (좌파 단위들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총장은 기본소득당 세력이 당권을 잡고 당명 개정을 시도할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반대했던 인물이다.

차 총장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자는 것이 내 인생 철학인데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좌파 단위들이 노동당에 관심이 많다. 왜냐면 작년에 그 일(당명 개정 실패에 따른 기본소득당 세력의 집단 탈당)로 우리 당의 원래 빨간색이 확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작년 7월 당시 노동당 당원들은 전당원 투표를 통해 기본소득당으로의 당명 개정 안건을 부결시켰다. 차 총장은 당원들이 기본소득 정책을 필요하다고 보지만 당명까지 기본소득 원이슈로 가져갈 경우 노동 정체성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고 부연했다. 현재 노동당 내부에는 여전히 기본소득 소모임이 운용되고 있다. 

차 총장은 “올초에 좌파 합동 신년회가 역사상 최초로 열렸다. 지금 입고 있는 이 옷이 그때 입었던 옷이다. 노동당이 많이 작아졌지만 정당의 형식과 틀을 갖고 있고 그것이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며 “좌파 단위가 아닌 소위 진보정당들(정의당·기본소득당·녹색당·진보당·미래당·여성의당)과도 연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좌파 조직들이 훨씬 가깝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할까? 가까이에 있었음에도 어찌보면 노동당이 엉뚱한 데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제야 제대로 된 빨간 옷을 입었다고 본다”고 풀어냈다.

지난 9일 경기도 지역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의 모습. (사진=노동당) 

차 총장은 기본소득당 세력의 탈당 사태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데 그런 만큼 총대를 메고 좌파 단위들과 접촉하고 있다.

차 총장은 “현재 (만나고 있는 곳이) 13개나 있다. (10기 지도부 중) 내가 주로 만나고 있다. (좌파 단위들 중) 정당 조직으로는 노동당이 유일하고 나머지 조직들은 일종의 사회단체와 같다”며 “만난지 지금 1년이 넘었다. 처음에 2~3개 조직이었는데 만나보니까 추진력이 잘 붙지 않고 있더라. 네번 정도 만났을 때 이렇게 모이는 것은 좋은데 작은 일이라도 뭐든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전인수일지 몰라도 드라이브를 확 걸었다”고 설명했다. 

현 대표 체제 하의 노동당은 △변혁(사회변혁노동자당) △노해투(노동해방투쟁연대) △평등노동자회 △전선(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등 4대 좌파 조직과 주로 연대를 많이 해왔고 변혁과는 합동 유튜브 방송, 4.15 총선 전 공동 입장문 발표, 토론회 등 다양하게 협력했다.

차 총장은 4대 좌파 조직 외에도 △공공운수현장활동가회의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금속활동가모임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현장투쟁복원과계급적연대실현을위한전국노동자모임 △노동자정치협회 등과도 만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명을 밝힐 수 없는 조직들이 더 있기도 하다.

10기 지도부의 큰 사업이 좌파 동맹인데 당원들의 여론과 괴리되면 안 된다.

차 총장은 “(타 좌파 조직들과 접촉하더라도) 당원들과의 사업이나 정책적 교류부터 충분히 해야 한다. 그런 교류가 무르익어서 아니 왜 합당을 안 하는 거야? 이 정도로 하나가 될 때 (통합을) 하는 것이 맞다”며 “이러지 않으면 과거 숱하게 실패했던 합종연횡에 불과할 수도 있다. (노동당의 내부 갈등이 극심했던 긴 역사가 있는데) 민주노동당 때부터 그걸 연구해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26일 현린 대표와 김태연 변혁당 대표의 좌담회가 유튜브로 방송됐다. (캡처사진=노동당 유튜브)  

그래서 무엇보다 당내 “조직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차 총장은 “지금 전국 순회 계획을 짜고 있다. 작년에 큰 일을 겪고 흔들렸던 지역 조직을 재정비하고 앞으로 일할 사람들을 발굴해야 한다”며 “전국 광역시도당 사람들을 만나고 잠자고 있는 당원들을 깨우려고 한다. 당원 가입한지는 10년이 넘었는데 뭐랄까. 행사나 이런 데에 잘 나오지 않는 당원들 관심이 있지만 선뜻 나오지 않는 당원들을 찾아가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초반 일정은 수도권이나 주요 지역 일정을 짜놓고 그 사이에 보완해서 최대한 많은 곳을 가보려고 한다. 지역의 기초단체 곳곳에 가보려고 한다”며 “(영호남의 먼 지역이라도) 금요일에 내려가서 (3박4일간 있다가) 월요일에 올라오는 것이다. 전국 순회를 하면서 일종의 조직가들을 발견해내야 한다. 스스로 사람들을 조직할 수 있는 활동력있는 당원들을 찾아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결국 좌파 동맹과 조직 강화 작업 둘 다 선거 결과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차 총장은 “일단 2022년 지방선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보궐선거와 대선에서는 단독으로 후보를 내기 어려울 것 같긴 한데 (노동당 중심으로) 좌파 단위들이 전부 모이면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어떤 과정으로 좌파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 내부 계획인데 가능하면 올 연말 즈음 앞으로 노동당이 어떤 플랜을 갖고 무엇을 할지 공개하고 함께 해보자는 제안서를 보낼 생각”이라며 “그래서 오래 전부터 좌파 유랑을 계속 해왔던 것이고 노동당과 함께 하자. 유럽처럼 사회주의 연합 정당이든 급진 좌파 정당이든 물론 현재 노동당의 당명도 좋다고 본다. 그런 좌파 단위들에 노동당의 미래를 펼쳐보이면서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할 때가 곧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차 총장은 전국의 지역 당원들을 만나기 위해 계획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보수정당이 적대적으로 공생하며 모든 걸 쥐고 있는 한국 정치에서 노동당의 이런 구상은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 총장은 “먼저 저세상으로 간 박은지 대변인은 진보정당이 10년 후의 상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고 그걸 묘비명에 써줬다”며 “그런 것 같다. 민주노동당 때 무상의료와 무상급식을 이야기했는데 다들 미쳤다고 했고 정말 너네들 북한에서 왔냐? 우리는 일산에서 왔다. 그랬었다. 그러나 15년이 흐른 지금 다들 급식은 학교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라고 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당이 그런 것들을 제시하는 건데 유럽에서는 등대정당이라고 표현한다. 그게 노동당의 역할”이라며 “다만 사회 저변으로 널리 퍼져서 그것이 노동당의 지지로 연결되고 정치 세력화가 좀 되어서 사회에 영향력을 미쳤으면 싶은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차 총장은 “사회주의 개념에서 파생된 많은 것들이 복지라는 다른 표현으로 자본주의 국가에서 적용되고 있다. 사회주의가 일한 만큼 배분받는 것이라면 그보다 더 높은 개념의 공산주의에서는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것이다. 그런 대원칙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 제도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며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노인수당을 주는 것은 사실 자본주의적 제도는 아니”라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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