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재용 시대’ 맞는 삼성…
초일류 글로벌 기업의 자리 지키기 위한 숱한 도전도 직면
동생 이부진 이서현의 향후 경영 행보에도 관심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삼성전자 11월1일 창립기념일 맞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영면에 들자 본격적인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를 맞는 삼성은 ‘비전 2030’ 달성과 AI·6G·전장사업 등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삼성전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영면에 들자 본격적인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를 맞는 삼성은 ‘비전 2030’ 달성과 AI·6G·전장사업 등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삼성전자)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가 시작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영면에 들자 본격적인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를 맞는 삼성은 ‘비전 2030’ 달성과 AI·6G·전장사업 등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맞게 된 삼성은 현재 초일류 글로벌 기업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숱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국내외 정세와 미·중 열강들의 무역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재난까지 삼성의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 

삼성을 이끌어나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시작되며 사법 리스크까지 헤쳐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28일 이건희 회장의 장례를 마친 이재용 부회장은 당분간 두 건의 재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의 공판기일이 다음 달 9일로 잡혀 있다. 이날은 이재용 부회장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의 재판을 연내 서둘러 마치려는 분위기여서 이 부회장은 연말까지는 이 재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내년 1월부터는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한 재판도 본격화한다. 사법리스크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되는 셈이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도 재판에 대비하면서도 삼성의 도약을 위한 글로벌 경영 활동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 네덜란드와 베트남을 다녀오며 해외 출장을 재개한 이 부회장은 조만간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을 돌며 현장 경영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에는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이 부회장의 친구들과 반도체 소재 기업 등 사업상 지인들이 많다.

또한 12월 초쯤에는 정기 인사도 단행해야 한다.

하지만 故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손을 뗀 지 이미 6년이 넘은 상황이어서 올해 특별히 파격적인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일단 삼성 내부 분위기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김기남 DS부문 부회장과 고동진 무선사업부문(IM) 사장, 김현석 CE부문 사장 등 ‘3각 부문장’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소폭의 인사에 그치겠지만 이들 대표이사가 교체될 경우에는 후속 인사까지 다소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도 올해 삼성전자는 역대급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높은 실적을 거뒀다”며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도 안고 있어서 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故 이건희 회장의 앞선 창의력과 도전정신, 일등주의 등을 계승하면서 이 부회장이 약속한 ‘뉴삼성’을 이끌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본다. (사진=연합)
이 부회장은 앞으로 故 이건희 회장의 앞선 창의력과 도전정신, 일등주의 등을 계승하면서 이 부회장이 약속한 ‘뉴삼성’을 이끌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본다. (사진=연합)

@ 이재용 회장 자리에 오르나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자리에 언제 오를 지도 큰 관심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7년 ‘삼성의 마지막 회장은 이건희’라고 말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회장 자리에 이 부회장이 오를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리더십과 경영권 안정을 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앞으로 故 이건희 회장의 앞선 창의력과 도전정신, 일등주의 등을 계승하면서 이 부회장이 약속한 ‘뉴삼성’을 이끌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던 지난 6년여 동안 거대 삼성을 이끌며 후계자로서,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총수로서 충분한 자질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유고에도 삼성이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대변혁기를 맞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확대나 유망 기업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의 핵심인 반도체에서 메모리 부문 세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해 1위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삼성을 따돌리고 점유율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삼성이 메모리뿐만 아니라 2030년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5G와 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자동차용 전장사업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이건희 회장의 유산이었다면 첨단 고사양 반도체와 AI, 5G, 전장사업 등은 이재용 부회장이 발굴한 삼성의 역점사업이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선언한 ‘뉴삼성'’ 실천을 위해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노조·경영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 이부진과 이서현의 향후 경영 행보에도 큰 관심이다. (사진=연합)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 이부진과 이서현의 향후 경영 행보에도 큰 관심이다. (사진=연합)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독립보다 자율경영 강화 전망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 이부진과 이서현의 향후 경영 행보에도 큰 관심이다.

이건희 회장의 장례가 마무리됨에 따라 유언장 여부와 상속 등과 함께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부친인 이병철 선대 회장의 사후에 삼성이 신세계, CJ, 한솔 등으로 쪼개졌듯이 삼 남매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구조 등을 고려하면 당장 계열 분리가 현실화하기는 어렵고 당분간 독립 보다는 삼성그룹 안에서 자율적인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이부진 사장이 경영하는 호텔신라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보유 지분은 7.3%다.

그 외 삼성전자 5.1%, 삼성증권 3.1%, 삼성카드 1.3%, 삼성SDI 17.0%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17.0%다. 국민연금은 10.1%를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 대신 삼성물산 지분을 5.55%, 삼성SDS 지분을 3.90% 각각 보유 중이다.

이런 지분 구조를 고려하면 이부진 사장이 당장 호텔신라를 삼성그룹에서 떼어내 독자 경영을 해나가긴 어려워 보인다.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던 지난 6년 사이에도 별다른 독립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보아 계열 분리보다는 지금처럼 삼성의 울타리 안에서 호텔신라 중심의 자율 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부진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에 기획팀장으로 입사한 뒤 2010년 사장을 거쳐 2011년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랐다.

호텔신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조7천173억원으로 전년보다 21.3% 증가하는 등 그동안 성장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위기 타파에 직면했다.

호텔신라의 주요 사업은 면세점(TR)과 호텔·레저로 구성돼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면세점이 87.9%, 나머지가 호텔·레저 부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외 관광객이 크게 줄고 소비 부진이 지속하며 호텔신라는 그야말로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계열 분리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영 전략 수립과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에 더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우리 내부에선 정작 그 어떤 이야기나 움직임이 없다”며 “여러 정황을 보면 삼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 맡은바 경영을 해나가는 방식이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라고 본다”고 말했다.

설사 계열 분리를 추진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대목이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이번에 다시 복귀할지에도  관심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이번에 다시 복귀할지에도 관심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 복귀하나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이번에 다시 복귀할지에도 큰 관심이다.

이 이사장은 2018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을 끝으로 경영에서 손을 뗐고 지난해부터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급식·식자재 유통, 바이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중 패션부문만 계열 분리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지분율은 17.33%이고 이서현 이사장과 이부진 사장이 5.55%씩 보유하고 있다. 이서현 이사장은 이부진 사장처럼 삼성SDS 지분도 3.90%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본격적인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를 여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11월 1일 창립 51주년을 맞는다. (사진=중앙뉴스DB)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본격적인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를 여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11월 1일 창립 51주년을 맞는다. (사진=중앙뉴스DB)

@ 삼성전자, 11월 1일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첫 창립기념일 맞아

한편,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본격적인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를 여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11월 1일 창립 51주년을 맞는다.

이번 창립기념일은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처음 맞는 창립기념일이어서 삼성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창립기념일인 1일이 휴일이어서 당초 평일인 이달 30일로 앞당겨 기념식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삼우제 등을 고려해 창립기념일 다음 날인 내달 2일에 기념행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의 창립기념식 행사는 그간 임직원 400∼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표이사가 기념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에도 기념행사에 참석하거나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다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행사 등에서 경영 화두를 던지는 경우는 많지만 직접 임직원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올해 창립기념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별도의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코로나 여파로 창립기념 행사 자체는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며 “세부 행사 내용과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등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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