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순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청주지검 강제 수사 가능
유력 친문 인사로 착각
안일 대응
염동열·홍문종도 방탄 유지시켰는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정 의원은 검찰개혁 프레임으로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이 그를 보호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처럼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가 아니었고, 윤미향 의원처럼 토착왜구 전략 구사에 필요한 인물도 아니었으며, 추미애 법무부장관처럼 윤석열 검찰총장을 전담 마크할 유틸리티도 없었다. 친문재인계 지지그룹이 적극 보호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전체적인 균형을 중시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김홍걸 의원도 쳤는데 굳이 정 의원을 감싸고 돌 이유가 없다.

정정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29일 14시 열린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청주지방검찰청은 정 의원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청주지검은 4.15 총선 직후 정 의원의 선거캠프 회계 담당자로부터 수사 의뢰(고소)를 받았다. 청주지검은 조사를 해본 결과 정 의원이 △청주시의원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자원봉사센터 회원 정보를 불법적으로 사용 등 일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 차례 소환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지난 27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실시간으로 언론에 흘려 피의자의 방어권을 무력화시켰고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지도 않았음에도 내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있는 것처럼 비춰지도록 했다”며 “체포동의 요구서 뒤에 숨어 일부러 침묵하고 있는 검찰의 도덕없는 행동은 이미 정치에 들어와 있다고 할 것이다. 국회를 기만하는 오만이자 한 인간의 인격을 말살하는 권력 행사에 대하여 대한민국 300명의 동료 의원을 대신하여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자신의 무고함을 어필하지 않고 검찰을 악마화했는데 민주당이 정권 수호 차원에서 검찰을 맹공하고 있는 분위기에 편승해보려고 한 것 같다. 그러나 패착이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23일 정 의원에 대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만약 정 의원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이 대표가 출범시킨 윤리감찰단의 직권조사 △징계 △체포동의안 찬성 당론 등의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정 의원은 그런 황당한 입장문을 발표한 것이다.

이미 지난달 28일 청주지검은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정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현재 국회 회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불체포특권의 방탄을 보유하고 있는 정 의원은 청주지검의 체포동의 요구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 의해 체포가 결정된 정 의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온전히 민주당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 의원에 대해 목을 칠 것을 요구하면서 본회의 불참 방침을 정했다. 혹시 부결되더라도 민주당이 독박 비난을 받으라는 것이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투표 결과는 출석 186명 중 찬성 167표, 반대 1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나왔다. 2015년 뇌물을 받은 박기춘 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체포동의안 본회의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후로 5년만에 현직 의원이 동료 의원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셈이다. 사실 2018년 5월 민주당은 홍문종 전 의원(뇌물·횡령·배임 혐의)과 염동열 전 의원(채용비리 관련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도록 방치했을 정도로 같은 동료 의원들을 엄정하게 처리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정 의원은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대응하지 않았고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봤다. 

법조 취재에 잔뼈가 굵은 임찬종 SBS 기자는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정순 의원의 혐의가 앞으로 법정에서 인정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정 의원이 발표한 이 입장문에는 조국 전 장관이 문을 열고 추미애 장관이 크게 키운 검찰개혁이라는 만능방패의 표준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듯 하다. 과잉된 자의식이 엿보이는 점까지 비슷하다. 견본이나 매뉴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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