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개관기념전 '흙의 숨결' 개최(2020.8.20~11.28)
성북구 정릉동 최만린 작가의 30년 역사가 담긴 자택, 미술관으로 정식 개관
한국 대표 추상 조각가의 마음 속 뿌리를 찾는 여정, ‘흙’ 빚어 의미 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지난 2019년 성북구의 공공미술관으로 조성되어 대중의 품 안에 자리하게 된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이 정식 개관을 맞아 '흙의 숨결'전을 개최한다. 예정대로라면 8월 20일에 전시 개관이 이루어졌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2달 가까이 기다린 끝에 지난 10월 6일, 비로소 관람객을 맞이 하게 됐다.

최만린미술관 개관기념전인  '흙의 숨결'전은 오는 11월 28일(토요일)까지 개최된다.(사진=최만린 작가)
최만린미술관 개관기념전인 '흙의 숨결'전은 오는 11월 28일(토요일)까지 개최된다.(사진=최만린 작가)

이번 전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 조각가 최만린이 성북구 정릉에 터를 잡은 1960년대 초반 이후부터 2020년 10월 현재까지 한국 추상 조각을 향한 그 마음의 근원에 주목하고자 했다.

1965년 이후 본격적인 추상(抽象)세계로의 변곡점을 보여주는 최만린의 초기 작업들은 평생을 마음 농사꾼의 자세로 흙을 어루만지며 살아온 작가의 진지한 자세를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태 胎>, <0> 시리즈 등 현대 추상 조각 대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최 작가의 대표 작품들을 나란히 살펴봄으로써, 작가가 평생 구하고자 했던 ‘생명에 대한 관심’과 ‘한국 조각의 뿌리 찾기’라는 예술적 목표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박하면서도 근원적인 재료인 ‘흙’을 통해 평생을 자유롭고 정직하게 작업하고자 했던 최만린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만린미술관 개관기념전인 흙의 숨결(Breath of Earth)展의 전시내용은 크게 3가지로 ①근원 (根源), ② 심원 (心源), ③영원 (永遠)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최만린미술관 개관기념전인 흙의 숨결(Breath of Earth)展의 전시내용은 크게 3가지로살펴볼 수 있다.(사진=최만린 미술관)
최만린미술관 개관기념전인 흙의 숨결(Breath of Earth)展의 전시내용은 크게 3가지로살펴볼 수 있다.(사진=최만린 미술관)

▶[근원 (根源) 1965-1975]

이 시기는 ‘이브’ 시리즈 이후 한국의 조각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생명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형성해 가는 과정 사이에 놓인 시간들이다.

1965년 이후 최만린 작가의 추상 작업들은 동양적 사유와 그에 따른 조형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붓을 이용해 찍은 점의 형태와 의미가 변곡점이 되었다. 펜의 딱딱한 심은 머리로부터 손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그대로 이동하여 합리적 사고의 표현에 가까운데 반해, 끝이 부드럽고 마음대로 움직이는 모필은 또 다른 노력의 몰입과 기(氣)의 응집이 필요하다.

붓으로 찍은 점은 ‘점’이자 ‘면’이고 또한 ‘하나’지만 ‘전체’이기도 하며 경계의 포용을 의미한다. 흙으로 빚은 조각 작품들 역시 도구만 다를 뿐 동양적 정신성을 공간에 담아내려고 한 몸짓 끝에 탄생한 것으로 먹이 종이에 스며들듯, 공간 속에 스며드는 붓의 흔적과 같다.

태, 1969 테라코타, 28x44x80cm
태, 1969 테라코타, 28x44x80cm
D-68-3, 1968, 종이에 먹, 15x26cm
D-68-3, 1968, 종이에 먹, 15x26cm

▶[심원 (心源) 1975 - 1985]

 ‘태’와 ‘맥’ 시리즈로 작가의 상념과 탐구의 흔적이 본격적인 추상(抽象)으로 정립되는 시기이다. <태>의 율동감을 통해 흙을 빚으며 작가가 구현하고자 했던 원초적인 생명의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다.

앞서 모필이 가진 특성을 공간 속에 가시화했던 작업이 오랜 탐구와 수련으로 다듬어지고 구체화되면서 생명의 본질이 그러한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 원초적인 형태로 구현되었다. <태>시리즈는 처음과 끝이 따로 있지 않은 무한한 운동감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특징은 서양과 다른, 한국과 동양적 사유의 핵심이자 자연과 만물이 지니는 근원적 속성이다. 흙을 둥글게 빚어내었다가 석고와 브론즈, 때로는 화강석으로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 모두 이러한 작가의 심상을 담아내는 동일한 과정이다.

태 79-17, 1979, 석고, 38x40x38cm
태 79-17, 1979, 석고, 38x40x38cm
태 82-39, 1982,청동, 45x17x30cm
태 82-39, 1982,청동, 45x17x30cm

▶[영원 (永遠) 1985 - ]

<점>, <0> 연작들 그리고 연필로 그은 좌표와 모필의 조화로 이루어진 후기 드로잉 등은 최만린 작가의 작품세계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완성의 지점으로 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0의 의미는 작가의 말처럼 제목에 얽매인 해석을 벗어나기 위한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서 보다 단순화된 형태를 통해 비움과 채움, 현실과 이상,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 사유와 형태 등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다. 이러한 양가적인 속성들은 대립각이 아니라 서로 순환하고 보완하는 상보적 특성을 가지는데 이것이 최만린 작가가 구축한 한국적인 조각 구현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둥그런 형태를 기본으로 하되 가운데 뾰족하게 밖으로 솟아오르거나 내부를 향해 들어가는 점이 조형적 운동감과 긴장감의 흐름을 담아낸다.  작가의 양 손이 흙을 주물러 형상을 매만지고 다듬고 뭉쳤다 풀었다 하는 에너지와 힘의 조화 과정 자체가 끊임없는 기(氣)의 순환이라는 한국적인 음양 사상의 실현이다.

0 12-10, 2012, 석고,19x17x17cm
0 12-10, 2012, 석고,19x17x17cm
0 16-3, 2016, 석고, 25x14x20cm
0 16-3, 2016, 석고, 25x14x20cm

▲오픈 아카이브: 꾸며 쓰지 않은 자서전

지속해서 구축될 ‘최만린아카이브’의 서막 또는 예고편으로, 최만린 작가가 60년 가까이 작가 활동을 하면서 직접 수집한 자료 일부를 공개한다.

이 자료들은 작가 활동 당시의 사회상이나 미술계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평생을 작업에 매진해 온 작가의 삶과 예술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증거물로서 ‘작가 아카이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작품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자료들을 꼼꼼하게 수집하여 연대순으로 정리한 130여권의 스크랩북 복본을 모아 만든 <아카이브 서가>, 자료들 중 몇 가지 사례를 꺼내어 구성한 <팝업 전시>, 다양한 자료들로 구성한 작가의 <주제별 연대기>, 아카이브에 대한 작가와 미술연구자들의 <인터뷰 영상> 등을 통해 최만린 작가의 삶과 예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오픈 아카이브 전경(사진=최만린 미술관)
오픈 아카이브 전경(사진=최만린 미술관)

한편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한국의 대표적인 조각가 최만린이 30년간 거주했던 정릉 자택을 성북구에서 매입, 성북구립미술관의 분관으로 조성되었다. 이 공간은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최만린 작가의 삶의 터전이자 수많은 작품을 배태해온 작업실이기도 하다.

1970년 정릉동 고급 주택가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 양옥 건물을 1988년 최만린 작가가 리모델링하여 입주하였으며 2019년 EMA건축사 사무소(소장 이은경)의 설계로 진행된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기존 건물의 외관, 기본 골격, 이 집의 특징인 나무 계단 및 나무 천장 등을 최대한 살려 작가의 흔적을 보존한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

아울러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최만린 작가의 시대별 주요 작품 126여점과 60년 이상 보존된 아카이브 자료가 다수 소장된 미술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국현대조각의 전문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미술관인 만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전시 개요
◦ 전시제목 : 2020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개관기념전 <흙의 숨결>展
◦ 전시기간 : 2020. 8. 20(목)-11. 28(토) (총 14주) ※ 매주 일,월요일, 공휴일 휴관
- 10/28 문화가 있는 수요일로 개관 시간 연장 (10:00-20:00)
◦ 전시장소 :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전시실
◦ 전시내용 : 최만린작품 조각33점, 드로잉 6점, 사진, 기록 자료, 영상 등
◦ 연계프로젝트 : <오픈 아카이브 : “꾸며 쓰지 않은 자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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