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출범
야당의 비토권
법 개정 카드 쥐고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드디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닻이 올랐다. 법률상 출범 시점에서 보면 석 달 넘게 늦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의 호위무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어서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헌법재판소에 위법성을 가려달라고 청구까지 한 상태다. 그러나 법률은 이미 통과됐고 4.15 총선 결과 민주당이 범여권 의석 180석의 힘으로 국힘을 패싱해서 공수처를 가동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임정혁 변호사와 이헌 변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추천한 임정혁 변호사와 이헌 변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출범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추천위원들(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박경준 변호사/임정혁 변호사/이헌 변호사)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공수처법에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하는 조항이 들어간 만큼 국힘이 추천한 임정혁·이헌 변호사 2명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7명의 추천위원은 첫 회의를 열어 조재연 처장을 추천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일단 위원들은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후보군을 만들어야 하는데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위원별 5명 이내 범위에서 아이디어를 내기로 했다. 이 작업의 시한은 11월9일 18시까지다. 국힘이 위원 명단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어왔던 만큼 두 변호사가 국힘의 의중대로 지연전을 쓰지 못 하도록 데드라인을 못박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추천위는 1차 후보군을 35명으로 정한 뒤 나름의 조사와 심사를 거쳐서 최종 후보 2명을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카드를 쥐고 있긴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 2명 중 1명을 공수처장 후보자로 내정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되는 순이다. 

박 의장은 위촉식에서 “후보추천위원회가 법정 시일을 넘겨 출범하는 만큼 보다 진정성 있고 성실한 임무 수행을 통해 검찰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할 수 있는 분을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어찌됐든 추천위 의결정족수는 7분의 6 이상이기 때문에 2명을 가려내기 위한 디테일 작업이나 추천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이 대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야당의 비토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최대한 여권의 의중대로 수사를 해줄 말 잘 듣는 공수처장 후보를 옹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추천 활동이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해 신속히 진행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 사례처럼 민주당이 최후의 수단으로 법까지 바꿔가며 말을 잘 들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을 공수처장으로 앉혀놓아도 실제 여권의 이익에 맞게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작년 7월 윤 총장을 총력 비호해서 검찰 수장에 올려놓았던 여권이 검찰의 조국 수사(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후 윤 총장 압박용 검찰개혁 구호에 올인하는 것만 봐도 언젠가 ‘공수처 개혁’이란 목소리가 안 나오리라는 법은 없다.

한편, 대한변협은 이미 변호사들의 여론을 모아 별도의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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