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대거 중용
김강립 식약처장
윤성원 국토부 1차관
임서정 일자리수석
장관 및 청와대 비서진 개각 가능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대규모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주로 고시에 합격한 정부부처 관료들을 청와대로 데려오거나 부처 차관 및 외청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차관급 인사는 장관급과 달리 인사청문회 없이 바로 앉힐 수 있어서 대통령의 국정 쇄신 드라이브 효과를 바로 낼 수 있다.

한국 대통령제의 특징은 막대한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감사권, 입법권, 예산편성권, 군통수권, 인사권 등이 전부 대통령에게 주어진다. 가장 알짜배기 권한이 인사권인데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라인, 각 부처 장차관, 헌법기관장, 공기업 사장 등 토탈 7000명 이상을 임명할 수 있다.  

첫번째 왼쪽부터 청와대 일자리수석에 내정된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내정된 김강립 보건복지부 1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에 내정된 박진규 전 청와대 신남방신북방비서관, 보건복지부 1차관에 내정된 양성일 복지부 기획조정실장.두번째 줄 왼쪽부터 고용노동부 차관에 내정된 박화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 국토교통부 1차관에 내정된 윤성원 전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조달청장에 내정된 김정우 전 국회의원, 소방청장에 내정된 신열우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세번째 줄 왼쪽부터 기상청장에 내정된 박광석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내정된 도규상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행정안전부 재난관리본부장에 내정된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내정된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경주박물관장. 2020.11.1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첫번째 줄 왼쪽부터 임서정 일자리수석, 김강립 식약처장, 박진규 산자부 차관, 양성일 복지부 1차관. 두번째 줄 왼쪽부터 박화진 노동부 차관, 윤성원 국토부 1차관, 김정우 조달청장, 신열우 소방청장. 세번째 줄 왼쪽부터 박광석 기상청장,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김희겸 행안부 재난관리본부장,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진=연합뉴스)

이번 차관급 인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임서정 청와대 일자리수석(전 고용노동부 차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전 보건복지부 1차관)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전 청와대 신남북방비서관) △양성일 복지부 1차관(전 복지부 기획조정실장) △박화진 노동부 차관(전 노동부 정책실장)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전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김정우 조달청장(전 국회의원) △신열우 소방청장(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박광석 기상청장(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김희겸 행정안전부 재난관리본부장(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전 경주박물관장) 등 12명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인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와 업무 능력을 갖춘 인사를 일선 부처에 전진 배치했다. 국정 성과 창출을 가속화하고 공직 사회의 내부 쇄신을 촉진하고 후반기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의 말은 상투적이다. 영양가있는 내용이 없다. 

언론사들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발로 분석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런 거다. 문 대통령이 향후 집중할 국정 과제 분야에 자기 철학을 충실히 수행해줄 인사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분야는 코로나 대응, 부동산 대책, 노동 및 일자리 문제 등이다. 

우선 김강립 전 복지부 1차관이 식약처장으로 갔다는 것은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있다. 김강립 처장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및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과 함께 코로나 실무 대응의 최전선에 있었던 대표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개월간 코로나 대응의 컨트롤타워로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을 가동시켰다. 중대본에서 본부장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맡았고, 1차관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맡았고, 김 처장이 총괄조정관을 맡았다. 중대본 하위에 방대본(중앙방역대책본부)이 있는데 방대본은 집행 기구다. 방대본 본부장을 정은경 청장이, 부본부장을 권 원장이 맡았는데 둘 다 방역 최고 전문가다. 중대본 내에서 최고 방역 전문가는 김 처장이었다. 

부동산 문제는 화약고나 다름 없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통해 수없이 관련 대책을 쏟아냈지만 궁극적으료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그런 의미에서 윤성원 전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 국토부 1차관으로 갔다는 것은 부동산 대책에 고심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자리 문제도 무척 민감한 사안이다. 새로운 고용 창출이 곧 일자리 정책이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 문제가 노동 정책이다. 임기 하반기까지 고용 현황이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먼저 이뤄내야 할 지상 과제가 경기 회복이다. 경기 회복의 관건이 실업 최소화와 고용 창출이다. 그래서 박화진 전 노동부 정책실장을 차관으로 승진시키고, 임서정 전 노동부 차관을 청와대 일자리수석으로 데려왔다. 특히 임서정 수석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최저임금 인상, 한국판 뉴딜 일자리 사업, 52시간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고용노동 분야의 정책을 설계하고 대외적으로 입장을 정리해서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도 마찬가지 의미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청와대)

사실 차관급을 싹 정리했다는 것은 곧 장관들도 교체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연말 즈음 문 대통령의 임기를 풀타임으로 함께 한 박능후 장관, 김현미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관심이 많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과 지나치게 대립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보수적인 경제관을 고수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장관보다 선출직 정치인이 어울리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도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통상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교체될 수도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 8월 청와대 고위 비서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문제에 책임을 지기 위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었다. 그때 노 실장과 함께 5명(김조원 전 민정수석/김외숙 전 인사수석/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강기정 전 정무수석/윤도한 전 국민소통수석)이 사직서를 냈다. 허나 노 실장만 유임됐다. 정권 말기라 노 실장보다 더욱 노련한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는 여권의 목소리가 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같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고도의 지략을 갖고 있는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노 실장이 4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는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