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대한 이야기
직접 숙의하고 함께 만든다
시대전환의 정신
안철수의 철가방
청와대 청원과 국회 청원과는 무슨 차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시대전환은 진정한 의미의 플랫폼 정당이다. 지난 10월11일 창당 이후 첫 전당대회를 열고 조정훈 대표(2기 지도부)가 선출됐는데 홍석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플랫폼 정당의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그게 바로 ‘숲’이다. 

이재후 시대전환 상임 대표당원은 10월20일 16시 국회 주변에 위치한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플랫폼이 공론장이라는 건데 다양한 의견을 주장하는 분들이 저희 정당에 들어와서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고 그 의견들이 취합되는 것이고 그렇게 정책화가 되는 것”이라며 “기존의 정당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운영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매번 전화를 하고 오프라인 회의를 할 수가 없으니까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온라인에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그 이유와 방향성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그 결과물이 숲이라는 형태로 나왔다. 숲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접하길 원하고 또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일반 국민과 당원들이 자기 견해를 쉽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후 대표당원은 '숲'에 대해서 깊게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전날(19일) 초선의원 조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 일본대사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 당원은 “오염수 방류 문제도 이틀 만에 숲을 통해서 진행됐다. 사전에 당원들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이미 (여론조사처럼) 찬반 의사를 확인하고 진행이 된 건이다”며 “글이 올라오고 난 다음에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이 나왔다. (첫 제안은) 일반 당원이 먼저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그렇게 해갈 것이고 그렇게 해야 (당의 설립 목적상) 맞다고 본다. 현재는 국회의원이 1명이지만 나중에 더 많아지더라도 이런 형태로 당을 운영해갈 것”이라며 “(조 대표가 그런 철학을 피력한 바 있는데 스스로) 입법 노동자라고 말하고 있고 계속 자신이 뭔가 주장하지 않고 주권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과 (숲은) 동일선상에 있다”고 밝혔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숲과 비슷한 ‘철가방’을 공개했다. 철가방은 국민들로부터 정책 아이디어를 모아낼 공유정당 플랫폼 앱이다. 국민의당은 철가방의 오픈 베타 버전을 만든 상태다.

이 당원은 “(숲과 철가방의)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거기에 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반 국민으로부터 정책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함께 참여해서 숙의 과정을 거친다는 숲의 특성에서 차이가 있다. 

이 당원은 “지금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그야말로 민생, 일반인들의 삶과 정치인들의 삶이 괴리감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걸 좁히기 위해서는 접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더 벌어지고 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접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각자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당을 만들고 사회를 바꿔보자는 것이 저희의 시작점이다. 그 역할을 하기 위해 모였고 숲이라는 공론장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입법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위해 같이 논의하고 방향성을 만들어가고 어떤 정책을 입안할 때는 전문가 집단이 합류해서 법안으로 만들어내고 그런 과정의 전초 기지 베이스 같은 것”이라고 풀어냈다.

의견 제시, 숙의, 정책화 또는 입법화 등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 당원은 “(시민들의) 일상이 어떻게 숲으로 들어올 수 있게끔 할 수 있을까”라며 “진짜 건설 노동자가 이건 좀 불합리하지 않아? 그러면 숲에 들어와서 신세 한탄하듯이 올릴 수 있는 그러한 편안함이 어떻게 담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국회 청원, 민주주의 서울(서울시가 만든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 등과도 차이가 있다. 

이 당원은 “그것들과는 조금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청원의 개념이고 저희 숲은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컵이 물만 담게 만들어져 있는데 다른 기능을 생각해볼 수 없을까? 질문을 던지고 답변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의견들을 모으고 조합해가는 그런 과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당원은 숲이 단순히 청원만 하는 플랫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원리가 다르더라도 위 3가지 기성 제도들은 상당히 정착돼 있고 대국민 효능감을 어느정도 주고 있다. 청원을 하면 반응을 해준다는 만족감이 있는 것이다. 시대전환은 1석 정당이라 원내 주요 정당들에 비해 영향력이 약하고 그런 만큼 숲이 묻힐 수 있다. 일부 시민들이 숲에 참여를 하더라도 어떻게 효능감을 안겨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당원은 “숲은 여러 단계로 나눠진다. 시급한 주제는 당장 발표나 논평의 형태로 (아이디어를 받아 바로) 진행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고 큰 담론이라면 바로 진행할 수 없다”며 “그런 주제라면 전문가 집단이 토의를 할 수 있게 한다. 한 번 의사결정이 진행된 그 내용들을 가지고 다시 논의를 하고 정리해서 토론방에 의견을 묻는다. 여기서 동의를 받으면 이제 정책팀이 붙어서 정책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관련해서 시대전환에는 정책 당원제도가 있다.

이 당원은 “당원이 아니더라도 숲을 통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할 수 있도록 정책 당원제도가 있다. 직업상 어렵거나 나는 토론만 하고 싶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인데 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여를 못 하게 한다면 그분들의 권리에 제한을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대전환은 이미 창당 전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 서울의 기술적 기반이 됐던 빠띠(민주주의 활동가 협동조합으로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공론장 시스템) △포데모스(스페인 좌파 연합정당)의 툴이 됐던 루미오(온라인 의사결정 플랫폼) △오성운동(이탈리아의 집권 연립 여당) 모델 등을 탐구해왔다.

이 당원은 “(숲은) 지금도 완성된 최종 결과물이 아니고 아직 더 발전해야 하고 개선해가야 할 부분들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오성운동이나 포데모스와 연대를 하고 있고 가능하다면 정당과 정당간의 양해각서를 체결해서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은 공유하려고 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끝으로 이 당원은 “가수 나훈아가 임금이나 대통령이 국민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쳤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나는 그 말과 (시대전환의 창당 정신이) 비슷하다고 본다”며 “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직접 외치지 않으면 절대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냥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행동을 해야 하는데 우리 정당정치 시스템에서는 정당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각자 신념과 철학에 맞는 정당을 통해 참여하는 것이 자기 삶을 훨씬 더 윤택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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