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실장
미국 대선에 묻혀
노영민 비서실장에 질문 쏟아져
강은미 의원의 눈물
서훈 안보실장은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준비
김상조 정책실장의 공정경제 3법 강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 운영위(운영위원회)는 별개의 기관들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크게 보면 국회(국회사무처/국회도서관/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와 청와대(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다. 운영위는 겸임 상임위지만 청와대를 담당하는 것 때문에 제2의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로 불린다. 항상 핫하다.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도 마크한다.

4일 오전 11시5분에 시작된 운영위 국정감사는 청와대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22시47분에 끝났다. 

통상 청와대 고위급 인사들이 국회로 오면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 마련인데 미국 대선 뉴스 때문에 묻혔다. 원래 날짜에서 며칠 미뤄져서 이렇게 됐는데 청와대 입장에서는 행운이라고 볼 수 있다. 

눈을 감고 있는 노영민 비서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3실장(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서훈 국가안보실장/김상조 정책실장)이 있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국정 전반을 보좌하고, 정책실장은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안보실장은 외교안보를 담당한다. 이날 청와대 국감은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노 실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입장 △더불어민주당 보궐선거 공천 문제 △라임과 옵티머스 수사 △개각 가능성 △광화문 집회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정하다” 발언 △산업재해 사망 사고 등에 대해 코멘트를 남겼다.

먼저 노 실장은 윤 총장과 관련된 많은 주제로 이야기를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윤 총장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됐다.

노 실장은 윤 총장 대권설에 대해 “현직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윤 총장 본인 스스로도 곤혹스럽고 민망할 것”이라며 “윤 총장은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공개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사를 하니까 (높게) 나오는 것이다. 조사에서 빼달라는 요청을 이행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물어본 것인데 그가 부각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거다. 정권 차원에서 윤 총장이 핍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순교자가 되어 지지율이 치솟는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노 실장은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윤 총장이 지난 법사위 국감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기를 다하라는 메시지를 전해들었다고 했던 것과 관련해서 노 실장은 “인사나 임기 관련된 것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노코멘트했다. 

노 실장과 서훈 안보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이 살벌하게 전쟁 중인데 사실상 청와대는 이를 방치하고 있거나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박대출 국힘 의원은 “대통령에게 결단하라고 진언해야 할 시점으로 추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노 실장은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 조항을 말하겠다. 법에 따르면 검찰청은 법무부장관 소속의 중앙 행정기관이고 법무부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다.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된 정무직 공무원”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어김없이 시끄러워졌다. 김정재 국힘 의원은 대놓고 노 실장에게 민주당의 보궐선거 공천 문제에 대해 물었고 문정복·이소영 민주당 의원 등은 “지금이 민주당 국감이냐. 그걸 청와대에 왜 물어보느냐”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중대한 사유로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면 무공천을 하겠다는 당헌을 제정했다.

노 실장은 “대통령께서는 정당 내부의 결정 특히 선거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거듭 공세를 듣고) 저희는 여야 간 정쟁화된 부분에 대해서는 가급적 입장을 밝히지 않으려고 한다”고 반복했다.

김정재 의원은 계속해서 “대통령은 김학의-장자연 사건 밝히라고 하면서도 추미애-윤석열 갈등, 박원순 사건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안 하며 선택적 침묵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문정복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선택적 침묵이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냐. 대통령을 욕보이고 발언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맞는 얘기냐”라고 엄호했다. 

김상조 정책실장, 노 실장, 서 실장 등 3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금 현재 라임과 옵티머스 게이트는 여야 연루 공방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김봉현 전 회장(라임의 돈줄) 측근이 지난해 7월 강기정 전 정무수석을 청와대에서 만나 사태 해결을 부탁했다고 검찰에 진술했고 검찰이 이를 확인하려고 출입 기록을 요청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했다는 보도가 있다”고 따져물었고 노 실장은 “가짜뉴스다. 사실이 아니다.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아무튼 검찰에서 협조를 요청한 모든 자료에 대해선 완벽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 비서관들이 정부부처 차관이나 외청의 수장으로 가는 등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다. 차관급 인사 다음으로 장관 개각설 또는 비서실장 교체설 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노 실장은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와 맞물려 있다”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 내가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8.15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가 재확산된 뒤 10.3 한글날에 소위 ‘재인산성’이 등장해 광화문 광장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박대출 의원은 이 문제로 강하게 압박했고 노 실장은 “이 사건(코로나 시국 속 광화문 대규모 집회) 때문에 정말로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도 엄청나게 나왔다”며 “허가되지 않았던 광복절 집회만으로 확진자만 600명 이상이 나왔다. 광복절 집회는 경제 성장률 0.5% 포인트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불법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을 옹호하는 것인가. 어떻게 국회의원이 불법을 옹호하나”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사람까지 죽었는데 옹호하는가. 집회 주동자들은 도둑놈이 아니라 다 살인자”라면서도 여야 고성이 오가자 “국민을 대상으로 살인자라고 한 적은 없다. 집회 주동자에 대해서만 말씀을 드린 것이고 도둑놈이라기보다 살인자가 맞다는 표현을 썼는데 나도 너무 과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났다.

노 실장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발언도 나름 이슈화가 됐는데 노 실장은 “문재인 정부는 역대 그 어느 때보다 모든 일을 법령에 근거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있다.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어느 정권 못지 않게 공정한 국정 운영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주 원내대표가 “국무총리나 선거사범 문제를 다루는 법무부장관 등이 민주당 당적을 가진 것은 공정하지 못 한 것”이라고 따지자 “책임 정치를 위해 당과 정부가 협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당적 보유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공정하고 정의롭게 일을 집행하느냐가 문제”라고 강변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쟁적인 사안에 대해 묻지 않고 산업재해 사망 사고 문제를 진정성있게 풀어냈다. 강 원내대표는 산재 사망 노동자의 명단을 읽어내려가다가 울컥했다.

강 원내대표는 “국회가 정기 국회와 국정감사를 하는 동안 일터로 나섰던 120여명이 넘는 분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 했다”면서 “차마 계속 읽기가 힘들다. 정부와 국회가 우리 국민을 지켜야 하지 않겠냐”라고 조적인 산재의 원인을 읊었다.

이에 노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3대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국정 과제로 삼아 노력했고 상당한 성과를 이룬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3대 사망 사고자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족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서 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훈 안보실장 차례다. 

서 실장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미국 대선 결과의 영향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에 대해 발언을 했다. 사실 서 실장은 그동안 국가정보원장 신분이라 질의응답 장면이 공개적으로 노출된 적이 없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그해 가을 남북미 3국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한 것을 제외하면 비핵화 협상은 오랫동안 개점 휴업 상태다. 올해 들어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공무원을 서해상에서 총살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종전선언에 미련을 갖고 있다.

서 실장은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는 길목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지만 여러 나라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상황 속에서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나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당연히 병행될 것이고 평화협정에는 당연히 종전선언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전선언 논의는 한미 간에도 계속 논의돼 온 것이고 내가 최근 방미한 후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종전선언이 언제나 테이블 위에 있다고 언급했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종전선언은 비핵화 논의와 연계된 논의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동안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며 많은 합의를 이뤘다. 김 위원장이 문서상의 약속 혹은 구두 약속은 확보된 것 아니겠나. 다만 이를 이행하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 한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환기했다.

당연히 국힘 의원들은 종전선언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 실장은 “합의를 어떻게 잘 이행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재차 밝혔다. 

같은 시각 미국 대선 결과는 안갯속을 헤매다가 5일 20시 기준 사실상 조 바이든 후보(미국 민주당)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서 실장은 “민주당 정권이나 공화당 정권이나 우리 정부에 있어 항상 일관된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기본적인 목표는 같고 접근 방법에 있어서만 차별화가 돼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떤 정부와도 한미 동맹의 긴밀한 협력 하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오래 경색된 만큼 한반도 평화로 나가는 일을 늦춰선 안 된다”며 “(어떤 후보가 될지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해놨다. (두 후보들에 대한 대비 보고서 양이) 상당량이 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는 이제껏 많은 논의를 해와 공조의 기반이 있다. 또 민주당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한국 정부와 민주당 사이에는) 많은 협력 경험이 있다. 결국 어떻게 이른 시일 안에 비핵화를 이뤄내느냐가 한미 공동의 숙제이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변함없이 미국과 충분히 소통해 목표를 향해 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서해 총살 사건에 대해 서 실장은 아직 “(북한의) 시신 훼손 여부나 (고인의) 월북 여부는 사실 규명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피격 경과나 과정에 있어 조금 더 규명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아직 해경에서 최종 발표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해경도) 잠정적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상조 정책실장도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코멘트를 내놨다. 공정경제 3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상법 개정)다중대표소송제 도입+감사위원 분리 선임+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②(공정거래법 개정)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제 폐지해서 누구나 담합 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 가능 
③(금융그룹감독법 개정)2개 이상의 금융사를 운영하고 총 자산이 5조원을 넘는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 규정 추가

김 실장은 “조속히 입법돼야 한다. 한국 경제가 선진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인프라가 관행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그 기본이 되는 법률이 공정경제 3법이다.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것인데 충분한 정도로 숙성이 된 내용을 위주로 (여권이 공정경제 3법을) 구성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 자본시장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충분히 리스크를 시장이 관리할 수 있고 기업들도 충분히 관리할 역량을 가졌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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