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강조
실제 지킬 수 있을지 중요
카멀라 해리스
흑인에 감사
주요 과제
유승찬 대표의 낙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실 돌이켜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5월10일 당선되자마자 국회에서 간소하게 취임식을 열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며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평가되겠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통합과 화합에 방점을 찍었다. 아직 취임하려면 두 달 넘게(1월20일) 남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 시간으로 8일 오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 연설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 소식을 갖고 미국인들 앞에 섰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라를 분열시키지 않고 단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며 “민주당주와 공화당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승자독식 Winner takes it all 정치 풍토가 뿌리 깊다. 대통령제를 택했고 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권한을 독점한다. 그래서 거대 양당이 서로 저주하고 비난한다. 그렇게 적대적으로 공생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그런 것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현직 대통령이 재임해왔던 지난 4년간 미국은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싸우는 현상이 심화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모든 미국인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노력하겠다. 나는 미국이 국민의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물론 (결과가) 실망스럽겠지만 이제 선거운동 기간의 갈등을 뒤로 하고 긴장을 낮추고 서로에게 기회를 줄 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상대편을 적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 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씨를 뿌리게 되면 수확의 계절이 온다. 그리고 갈등 후에는 반드시 치유의 시기가 온다. 그것이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라며 “나는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이지만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 나를 위해 투표하지 않은 분들께도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울러 “이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그런 관습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언제나 협력해왔다. 그건 우리가 해온 선택이다. 지난 몇년간 우리가 협력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면 이제부터는 협력하기로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의무는 미국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협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나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나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분 한분도 나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학자를 고소하고, 당내 이견을 가진 정치인을 징계하고, 상대당을 적폐 또는 민족 색깔론으로 몰아붙이는 등 갈수록 속좁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어찌됐건 문 대통령은 취임사로 정반대의 워딩을 내놨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재차 “의회에 민주당과 공화당 모든 의원께 그런 선택(협력)을 나와 함께 해주길 요청한다. 그런 협력은 느릴 수 있지만 미국에서 계속해서 기회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과 해리스 당선인의 모습. (사진=조 바이든 당선인의 트위터)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서 바이든·해리스 당선인을 태그한 뒤 “축하드린다.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 나는 우리 공동의 가치를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해나가기를 고대한다. 두 분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 같이 가자”고 코멘트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의 아내 질 바이든의 노고를 치하한 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 대해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남아시아계 흑인 부통령”이라고 환기했다. 

이례적으로 해리스 당선인도 마이크를 잡고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는데 “나는 이 직책에 앉는 첫 번째 여성이 되겠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오늘 밤을 지켜보는 모든 소녀는 미국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이 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노골적인 인종 차별적 행보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눌려 죽어갔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반대로 바이든 당선인은 흑인들의 아픔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오바마)과 8년간 백악관에서 부통령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이번에 러닝메이트로 흑인 여성을 지명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우리가 역사상 가장 다양한 정치적 연합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 남녀노소, 도시와 농촌, 성소수자, 원주민, 라틴계, 아시아계, 흑인 등 모든 사람들을 포괄하는 그런 정치적 연합을 구축했다”며 “너무나 자랑스럽게 선언하고 싶다. 미국의 흑인들이 이번 선거에서 큰 목소리를 냈다. 여러분이 날 지지해준 만큼 나는 여러분을 끝까지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쥔 바이든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은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지에 대해 간략하게 풀어냈다. 대표적으로 △중산층 재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보건의료 체계 강화 및 전문 과학자 등용 △기후위기 대응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 보장 등을 나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력을 믿고 타국들을 상대로 이익을 관철하려고 했다. 군사동맹에 따른 주둔군 배치는 비즈니스적 거래 관계로 격하됐고,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은 언제나 트럼프 대통령의 극언을 들어야 했고, 각종 국제기구는 가입비 절약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며 “미국은 단순히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링컨 대통령의 남북 통일(1865년), 프랭클린 대통령의 뉴딜(193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뉴프런티어(1960년), 오바마 대통령의 위 캔 두잇(2009년) 등을 거론했다.

진짜 바이든의 미국은 트럼프 때와는 달라질 수 있을까.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날 21시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든 정권이 신자유주의 기조를 바꿔 기후위기 극복과 불평등 해소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면서도 “트럼프 시대보다 바이든 시대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근거는 이런 거다.

유 대표는 “탁월한 CNN 정치평론가 밴 존스가 바이든 당선 확정시 흘렸던 눈물이 말해주듯 유색 인종과 이민자들에겐 두렵지 않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돌아온 민주당 정권이 트럼프가 후퇴시킨 인권 감수성을 조금씩 복원할 것”이라며 “북미 관계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 바이든이 승리 연설 때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의 권리를 언급한 대목은 이런 기류를 잘 말해준다.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유색 인종인 카말라 해리스도 인권 신장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민법을 비롯한 글로벌 표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훨씬 더 해야 할 것”라고 강조했다. 

유승찬 대표의 모습. (사진=유승찬 대표의 페이스북)

유 대표는 우파 포퓰리즘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샤이 트럼프보다 반 트럼프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 대표는 “이미 바이든이 공약하기도 했지만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면적인 기후위기 대책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석탄산업 등 탄소배출 산업이 경제위기를 빌미로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마저 있다. 하지만 노골적 반동은 제어할 수 있다”며 “트럼프가 없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연구도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유 대표는 “한반도 문제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더 나쁠 것이라는 견해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민주당 정권은 북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인기 영합을 위한 쇼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두고 장난질을 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며 “북미 정상의 판문점 번개 회담도 없겠지만 실무 합의 없이 만난 베트남 하노이 회담도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보다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바이든 정부 초창기를 이끌어가면 좋겠다. 가능할까. 바이든의 외교 성향으로 볼 때 북미 회담 뿐 아니라 다자회담, 6자회담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연설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는 항상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 믿음을 사람들에게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씀을 여러분께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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