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문화가 담긴 수준 높은 서풍
문화재청, 효의왕후 어필, 대형불화,사찰 목판 등 5건 보물 지정 예고

효의왕후 어필 및 함 (사진=문화재청)
효의왕후 어필인 곽자의전, 만석군전 (사진=문화재청)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한글흘림체의 모범으로 평가되는 정조의 왕비 효의왕후 김씨(孝懿王后 金氏, 1753∼1821)의 한글 어필인 ‘만석군전ㆍ곽자의전’이 보물로 지정된다. 왕후 글씨의 보물 지정은 2010년 ‘인목왕후 어필 칠언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문화재청은 정조의 왕비 효의왕후 김씨의 ‘만석군전,곽자의전’을 비롯해 조선 시대 대형불화, 사찰 목판 등 5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정조의 비 효의왕후 김씨는 좌참찬 김시묵과 남양홍씨 사이에서 태어나 1762년 (영조38)세손빈으로 책봉되어 시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지극정성 모셨으나, 자녀를 두지 못한 채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ㆍ곽자의전 은 정조의 비 효의왕후 김씨가 조카 김종선에게 중국의 역사서인 ‘만석군석분(萬石君石奮)’과‘신당서(新唐書)’의‘곽자의열전(郭子儀列傳)’을 한글로 번역하게 한 다음 그 내용을 1794년에 필사했다.

(사진=문화재청)
효의왕후 어필 및 함-오동나무 함(사진=문화재청)

만석군전은 한나라 경제 때 벼슬을 한 석분의 일대기로, 벼슬길에 나아가서도 사람들을 공경하고 신중한 태도로 예의를 지켰고, 자식들을 잘 교육하여 아들 넷이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녹봉이 만석(萬石)에 이를 정도로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내용이다.

곽자의전은 곽자의의 일대기로 당나라 안녹산의 난을 진압하고 토번을 치는 데 공을 세워 분양군왕에 봉해졌다는 내용이다. 곽자의는 노년에 많은 자식을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린 인물의 상징으로 조선 시대에는 ‘곽분양(郭汾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다.

효의왕후는 이 두 자료를 필사한 이유에 대해 ‘충성스럽고 질박하며 도타움은 만석군을 배우고, 근신하고 물러나며 사양함은 곽자의와 같으니, 우리 가문에 대대손손 귀감으로 삼고자 한 것’이라고 발문에서 밝혔다. 따라서 이 어필책은 가문의 평안과 융성함을 기원한 왕후와 친정 식구들의 염원이 담긴 자료로 전해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 어필은 왕족과 사대부들 사이에서 한글 필사가 유행하던 18세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한글흘림체의 범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제되고 수준 높은 서풍을 보여준다”며“왕후가 역사서의 내용을 필사하고 발문을 남긴 사례가 극히 드물어 희소성이 크고 당시 왕실 한글 서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국문학, 서예사, 역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효의왕후의 어필과 보물로 지정 예고된 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및 함‘은 1808년(순조 8) 수화승 평삼을 비롯해 18명의 화승들이 참여해 제작한 것으로, 20폭의 화폭을 붙여 높이 10m 이상 크기로 만든 대형불화다. 괘불도는 야외에서 거행되는 영산재, 천도재 등 대규모 불교의식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불화로, 보통 10m가 넘는 웅장한 크기와 화려한 색채, 장엄한 종교의식이 어우러져있다.   

수화승 평삼은 40여 년간 활동한 이력에 비해 남아 있는 작품이 약 11점으로 많지 않지만, 이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는 그가 본격적으로 수화승(首畵僧)이 되어 17명의 대단위 화승들과 합작해 제작한 대표작 중 하나다. 전반적으로 18세기 전통 화풍을 계승하고 있는 가운데, 색감이나, 비례, 인물의 표현, 선묘 등은 19세기 전반기 화풍을 반영하고 있어 과도기적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므로, 불교회화사 연구에 의미가 있다.

이번 보물 지정 대상에는 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3건도 포함되었다. 이는 문화재청이 비지정 사찰 문화재의 가치 발굴과 체계적 보존관리를 위해 (재)불교문화재연구소와 연차적으로 시행하는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를 통해 발굴해 낸 유물이다.

이 가운데 ‘선원제전집도서 목판’은 지리산 신흥사 판본(1579)과 순천 송광사 판본을 저본(底本)으로 해 1603년(선조 36) 조성된 목판으로, 총 22판으로 되어있다. 병자호란(1636) 이전에 판각된 것으로, 전래되는 동종 목판 중 시기가 가장 이르고 희소성, 역사ㆍ학술ㆍ인쇄사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원돈성불론ㆍ간화결의론 합각 목판’은 병자호란 이전에 판각되어 관련 경전으로서는 유일하게 전래되고 있는 목판이다. 자료 희귀성과 판각 시기, 전래 현황 등으로 볼 때, 보물로 지정해 연구하고 보존ㆍ관리할 만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은 1636년 병자호란 이전에 조성된 경판으로써 희귀성이 높고 조성 당시의 판각 조직체계를 비롯해 인력, 불교사상적 경향, 능인암과 쌍계사의 관계 등 역사·문화적인 시대상을 조명할 수 있는 기록유산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ㆍ곽자의전’ 등 5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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