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전대열 대기자]요즘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 세상에 하고많은 일 중에 추미애가 하는 일만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점이 왜 그럴까? 윤석열은 본인은 아무 일도 하는 것 같지 않은데 덩달아 이름이 오르내리며 온갖 풍문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율까?

두 사람 모두 과거에 무슨 원수 척진 일이 있을 성 싶지 않은데 지금은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처지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엄밀하게 따져 봐도 한 집안 식구가 분명한데 장관은 총장 알기를 발샅에 떼만큼도 쳐주지 않는다. 자고새면 명령이요, 직무정지에 징계다.

부하가 아니라는데 말을 듣지 않고 명을 거역했다고 역정을 낸다. 똑같은 장관급인데 업무체계상 장관이 상급에 속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 총장은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양새다. 그가 핍박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심리적으로 총장편이 많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아닌데 대권후보 명단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용혹무괴(容惑無怪)할 뿐이다. 문제는 이 나라의 정치를 어째서 추미애 독판으로 만들어 놨느냐 하는 점이다.

신문에 이름 석 자 나지 못해서 안달하는 정치인들이 부지기수인데 다른 이름들은 별로 흥미가 없다. 오직 추미애뿐이다. 판사를 거쳐 국회의원 5선을 역임하고 당대표까지 한 지도자로 등장한 당당한 여장부다. 화면에 비치는 인상도 밉상은 아니어서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다.

당대표는 곧바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추미애는 급을 낮춰서 법무장관을 택했다. 그의 선임인 조국의 뒤를 이었지만 격에 맞지 않는 선택으로 언론은 봤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내민 카드가 윤석열 내치기였다.

장관이 된지 1년이 가까워지는데 그가 한 일이라곤 오직 검찰총장과의 다툼뿐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식상했다. 추미애가 닦달을 할수록 윤석열에 대한 여론은 좋아진다. 그래서 대권후보 1위에 등극한 것 아니겠는가. 이것은 누가 생각해도 비정상이다.

물론 정치인 아닌 사람도 여론상 대권후보로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과거에 대쪽판사로 이름을 날린 이회창은 김영삼의 발탁으로 총리를 거쳐 대권후보가 된 전례도 있다. 그러나 총리로 정치에 발을 디뎠고 당대표로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후보가 되었지만 정치 감각은 뒤떨어졌기에 결국 대선에서는 실패했다.

윤석열이 어떤 정치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문재인정권이 자기가 임명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조국 송철호 유재수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윤석열을 회유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집권자 쪽에서는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윤석열이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도록 종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부정부패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총장의 뜻은 꺾이지 않은 것이다. 그에게는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과거 정권에서는 집권자와 의견이 상충(相衝)하면 사표를 내고 물러났지만 거개 불명예 퇴진으로 보였다. 윤석열은 비겁하게 물러나는 길을 버리고 옥쇄(玉碎)의 각오를 다진다.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것은 검사의 책무요 도리라는 교과서대로 행동한다. 이런 총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국민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는 검찰총장이면서도 검찰의 인사권을 가진 장관의 ‘조자룡 헌 칼’에 손발이 모두 잘려나갔다. 얼기설기 맞춰놓은 수사팀도 하루아침에 분산 인사 조치로 끝장이 난다. 탈원전의 비리를 밝혀낸 감사원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대전지검에서 재빨리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아무 탈 없이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탈원전의 비리가 만천하에 밝혀지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추미애는 무슨 이유로 격을 낮추면서까지 법무부장관을 꿰어 차고 포치고 차치는 칼춤을 추는 것일까. 당대표를 역임한 추미애가 정치적으로 노릴 수 있는 자리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되는 길은 험하고 가파르다. 온갖 난관이 가로 막혀 있다. 더구나 여당 소속으로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는 지름길은 당내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추미애는 DJ문하생이지 문재인 사람이 아니다. 노무현 탄핵 때 찬표를 던졌다가 삼보일배로 친문의 가슴에 안겼다.

현 집권당에서 표로 승리하려면 친문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추미애는 단세포적으로 이를 직감한다. 그들과 한 통속이 되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윤석열을 찍어내는 일이다. 어떤 장관도 하지 못했던 무소불위의 수단을 총동원하여 무리수를 둔다. 안 되더라도 대깨문과 문빠는 추미애의 진심을 이해할 것이다. 서울시장이든, 대권이든 거머쥐려는 것이 그의 복심 아닐까.

정치인 추미애의 공격 목표인 윤석열은 징계에 대한 법적대응으로 자신을 지키려 한다. 다만 한 가지 그는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할 뿐 정치에 초연함을 보여주는 게 상수(上手)다. 얼치기 정치꾼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금 당장 “나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일이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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