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방지법 실효성 논란에서

신현지 기자
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우리 옛 속담 중에 ‘亡牛補牢 (망우보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일을 그르치고 나서야 뒷북을 친다는 뜻이니 우매함을 지적하는 말이라 하겠다.

최근에는 어떤 일의 한발 늦은 뒷북 행정이나 참사 후의 부랴부랴 졸속한 예방책을 빗대는 말에 사용 빈도가 높으니 가능하면 서로가 피하고 싶은 속담이라 하겠다. 

오는 12일이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아동성폭행범 조두순(68)이 12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다. 이에 조두순이 돌아올 곳으로 알려진 안산시가 분노와 공포로 조두순의 재범방지책 마련에 부산해졌다.

시민들 너도나도 자발적으로 매일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조두순의 주거지역을 순찰하겠다며 나서고 있고, 안산시 역시 24시간 조두순의 위치 파악 및 밀착 감시할 1:1 전담보호관찰관은 물론 3단 이상의 무도·경호 전문가로 구성된 순찰대원 등을 채용해 조두순 재범방지를 막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시예산도 적지않게 들어간다. 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조두순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최신 CCTV 3천7백여 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또한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부랴부랴 조두순법 개정안이 쏟아져 지난달 19일에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활동반경을 주거지 200m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게 하는 ‘조두순 감시법’을 의결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성범죄자의 거주지 공개 범위를 기존 ‘읍·면·동’에서 ‘도로명 및 건물번호’로 확대하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처럼 조두순의 출소에 따른 아동성폭행범 재범방지대비책을 쏟아내는 정부에 안도보다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시민이 더 많으니 어인 까닭인지 모르겠다.

아니 솔직해지자.매사 뒷북에 뒤늦은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가 또 다른 뒷북을 예견하는 것이기에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당시 조씨의 음주상태인 심신미약을 구실로 어린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고도 고작 12년이란 형편없는 낮은 양형을 내린 법조계가 미덥지 않은 탓도 있는 것이고.

그러니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금까지 6800여 건을 넘어 사회관계망(SNS)에서 조차"조두순이 출소하지 못하도록 막아 달라"는 네티즌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것이고.

사정이 이러한데,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의 재범방지책이  고작 전자발찌 관리· 감독 강화에 주거지 밖 활동반경 제한, 주거지 공개범위 확대 등 기존의 법적제재의 방향과 수위만 높인 것에 불과한 것이니. 물론 일사부재리 원칙에 조두순을 재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래서 그에 상응하는 법적 제재를 취해달라는 것이 시민들의 요구가 아닌가 싶다. 즉, 해외 여러 선진국처럼 우리도 아동성폭행범의 처벌 기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출소 후 약물치료 및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보호수용법을 도입하자는 것이 요구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바꿔 말하면 十人守之 不得察一賊 (십인수지 부득찰일적)이란 속담을 어찌 낮잡아 보느냐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직역하면 ‘열 사람이 한 도둑을 못 지킨다’는 뜻이니. 언제든 호시탐탐 재범의 기회를 노리는 조씨 부류를 지금 정부가 내놓은 감시 수위를 높이는 대책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는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으로 이해된다.

더욱이 전담보호관찰관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걸 시민들 역시도 모르지 않은 것이니. 부족한 감시 인력으로 제1의 조두순, 제2의 조두순 제3의 조두순과 같은 부류를 어떻게 24시간 밀착 감시한다는 것인지.

수억의 시예산을 들여 조두순 주거지역 중심으로 CCTV를 설치해 재범를 막겠다던 정부가 조두순 가족 이사설에 다시 부랴부랴 성범죄자 신상공개 범위를 거주지 도로명·건물번호까지 확대하는 ‘조두순 방지법’을 내놓은 것 역시 시민들에게는 대처 능력 미흡함으로 보이니 어쩔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5일 방송된 JTBC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조두순의 수감동료의 증언이 공개돼 시민들의 이 같은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JTBC 방송에 출연한 조두순의 수감 동료는 “조두순이 교도소에서 TV와 폐쇄회로(CC)TV에서 나오는 전파로 성적 욕구를 느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직접 들은 이야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직접 보지는 못했고 사동 청소부들 한테 들었다"라고 답했다. 또 "조두순이 팔굽혀펴기를 30개씩 빠르게 했다. 출소 후 보복당할까 무서워서 힘을 기른다고 얘기하더라" 등등 조두순의 수감생활을 전해 아동성폭행범의 폭력성은 여전한데 정부는 여전히 안이한 대처가 아니냐는 강도 높은 우려가 시민들 사이에 팽배해졌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성범죄 신상등록부에는 무려 7만4956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재등록자는 2901명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또 이들 2901명의 재등록 성범죄자 중 1811명(62.4%)이 3년 이내 성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청의 성폭력사범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한 출소자의 재복역률 역시 지난 4년 평균 16.6%나 됐다. 이는 아동 성범죄자가 다른 성범죄자들 보다 재범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지난 3월 아동 6명을 성폭행한 뒤 12년 형을 살고 나온 40대 박 모 씨가 출소 8일 만에 전자발찌를 차고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 역시 아동성범죄의 높은 재범률과 전자발찌 비효율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이고.

어쨌거나 오는 12일이면 예정대로 조두순이 출소해 자유의 몸이 된다.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이 일각이 우려하는 또 다른 뒷북의 여지가 없기를 지켜볼 일이다.  아니. 더는 그들 부류로 인해 삶이 파괴되는 어린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킴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조두순의 진심을 다한 참회와 속죄를 바라는 마음이라면...아마도 이는 과한 욕심이라는 질타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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