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전대열 대기자]날씨가 추워진다 싶더니 폭설이 내리고 영하10도의 강추위가 밀어닥쳤다. 그동안의 경험칙에 따르면 영하의 날씨에는 바이러스도 힘을 못쓰는 법인데 코로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기세등등하다.

미국은 코로나 사망자가 이미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21만을 넘어섰으며 우리나라도 한 때 두 자리 수로 떨어졌던 확진자가 3차 유행에 접어들며 하루에 950명을 상회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로 격상되면서 흔해빠진 찻집 커피도 앉아마실 수 없는 이상한 나라로 변했다. 노래방 헬스클럽 학원 등은 아예 문을 닫아걸었고 음식점도 저녁 아홉시면 폐쇄다.

친구들과 술 한 잔 나눌 겨를도 사라졌다. 이 틈을 타 여당 측에서는 물실호기(勿失好機)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강행하고 있으며 공수처법 등 야당의 손발을 꼼짝 못하게 묶어 놓은 채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도대체 양보나 아량이라는 가진 자의 미덕은 아예 사라져버리고 강행의 수단만이 방죽 속의 가물치처럼 날뛰고 있다. 180여석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은 그들이 가장 미워하고 증오하는 박정희나 전두환 시대에도 보지 못한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으로 마구잡이로 칼날을 휘둘러댄다.

민주주의 정치의 근본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더불어 협의하여 결정하는 일이다.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한 발 뒤로 물러설 줄 알아야 더 크고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박자 늦출 수 있는 너그러움이 올바른 정치를 이끄는 수단이다. 이 정권도 처음 내걸기는 협치(協治)였다. 협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협동이 첫째이며 여기서 무리하지 않게 설득하여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는 것이 권력을 잡은 측이 가져야 할 미덕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여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맘 대로다.

상대인 야당을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마치 하늘을 같이 이고 살아갈 협의체로 보지 않고 원수로 여기는 느낌이다. 베풀고 넉넉해야 할 집권 여당이 이처럼 질서를 무시하고 자기 고집만 부리고 있으면 결국 정치는 파탄에 이른다. 현재는 권력을 쥐고 있으니까 천년만년 그대로 이어질 것 같지만 역사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더 많이 활용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는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의 12년 1인 독재를 경험했다. 부정부패는 4.19혁명으로 끝장을 봤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강탈한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꾀하다가 부하의 총탄에 쓰러졌다. 철권정치의 대명사였던 전두환은 그나마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주역 소리를 듣고 있지만 5.18광주학살의 원죄 때문에 늘그막에 편할 날이 없다. 이들이 한결같이 큰 권력을 쥐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경지에 섰다고 생각했지만 자기를 내려놓는 시기를 놓치고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여 결국 불행의 나락에 빠진 것이다.

문재인정권은 박근혜를 내쫓고 정권을 잡았다. 좌파진보를 자처하며 가장 훌륭한 구호만을 골라 적절하게 구사한 통에 한 때 인기가 드높았다. 더구나 트럼프를 구슬려 김정은과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마련한 것은 문재인의 능력 밖의 일이면서도 그 과실은 그가 가장 많이 차지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오직 쇼에만 매달렸지 실질적인 북핵 해결에는 서로 생각이 달랐다. 결국 성과 없이 끝나고 트럼프는 쇼 값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다음 달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김정은이야 아직 건재하지만 문재인은 1년 반이면 새로운 대통령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가 재임기간 중 국민을 존중하고 다수당의 폭거를 강행하지 않았더라면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되겠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싹수가 노랗다.

그동안 국정운영에 많은 애를 썼지만 구체적인 성과는커녕 국민의 빈축만 샀던 국토부 보건복지부 여가부 등 몇 사람의 장관을 새 사람으로 바꿨지만 정작 말썽의 씨앗인 추미애는 건재하여 효과는 반감이라는 평가다. 이런 판에 성폭행의 주인공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를 나왔다. 살인보다 더한 엽기적인 조두순의 행적은 영구격리가 마땅할 것인데 12년 만에 사회로 돌아왔다. 그는 사과 한 마디하지 않고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으로 대신했으나 뒷짐을 진 그의 마음은 세상에 대한 조롱으로 가득 찬 듯 보였다.

그는 당분간 1급경호의 대상자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겠지만 안산시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어린 소녀에 대한 성폭력은 집권세력의 마구잡이 칼춤과 똑같다. 욕구를 버리고 자제하지 못하면 사회는 어지러워지는 법이다. 세계 유수의 영화상3개를 휩쓸었던 김기덕은 잘 나가는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미투에 걸려 도망치다 시피 외국으로 탈출했다가 하필이면 코로나로 리트비아에서 사망했다는 불행한 소식이 전해진다. 그 역시 넉넉하게 베풀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데 문을 걸어 잠갔다가 망신만 당했다. 권력 잡은 사람들의 본보기다. 지금도 늦지 않다. 관용과 나눔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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