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세계를 파괴하는 ‘초’현대의 물결

영화'운디네' (사진=엠엔엠인터내셔널)
영화'운디네' (사진=엠엔엠인터내셔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베를린을 배경으로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운디네’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극장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운디네’는 우리에겐 동화 '인어공주'로 친숙한 '운디네'신화를 모티프로 한 현대의 사랑 이야기이다.

'운디네'는 인간 모습을 한 물의 정령으로 사람과 결혼하면 죽지 않는 영혼을 가질 수 있지만, 상대가 배신하는 순간 그를 죽이고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영화‘운디네’는 동화의 세계를 파괴한다. 운명이라 여겼던 남자로부터 실연당한 여인 앞에 다른 남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랑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 그를 죽이고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맞설 것인가.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랑 영화 ‘운디네’를 즐기기 위해서 먼저 독일 ‘운디네 설화’를 알고 볼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정서로선 이해하기 조금은 난해할 것이니. 영화 ‘운디네’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기 독일 작가 푸케의 중편 소설부터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가 있다.  특히 독일 전후 작가로 유명한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운디네가 간다”는 영화 ‘운디네’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바흐만 작품에서 “남성 판타지인 운디네 설화를 남자주인공이 아닌 운디네가 직접 이야기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며“바흐만의 소설 속에서 배신은 남자들이 저지른다. 여성의 관점에서 이 저주를 끊는 것이 올바른 내러티브 방식이라 보았다”며 여성의 관점을 강조했다.

운디네 설화와 함께 알아두면 좋을 두 번째 감상 포인트는 1989년까지 동서로 나뉘었던 베를린의 역사가 있다. 베를린의 도시 개발 역사는 영화 속 박물관 투어 가이드로 일하는 운디네의 입을 통해 여러 번 언급된다. 페촐트 감독은 통일 이후 무분별한 도시 개발을 비판하며 베를린을 “자신의 역사를 계속 지워나가는 도시”로 규정한 바 있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장벽은 빠르게 뜯겨져 나갔고 그 자리에 거대한 기차역과 번쩍이는 쇼핑몰이 “흉물스럽게” 들어섰다. 베를린의 과거는 신화와 동화가 살아 숨 쉬는 세계였지만 지금의 베를린은 과거를 무자비하게 지워버리는 공간으로 쉽게 옛 사랑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현대적 욕망과도 오버랩 된다.

따라서 동화의 세계에서 온 운디네가 현대의 베를린에서 버림받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그녀는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이것이 ‘운디네’의 영화적 긴장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아름답고 슬픈 로맨스이면서 동시에 동화적 상상력으로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영화 ‘운디네’는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에 이어 12월에 열린 유러피언 필름 어워드에서도 여자연기자상을 수상했다. 한편 영화 '운디네'가 오는 24일 개봉을 맞아 이벤트를 준비했다. 전국 20여 개 극장에서 스페셜 현장 이벤트로 푸른 물 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찾아 헤매는 듯한 장면을 담은 A3티저 포스터와 2종의 엽서를 개봉일인 12월 24일부터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