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전대열 대기자]한 해가 훌쩍 넘어가는 마지막 달력 한 장이 나풀거린다. 종이 한 장 떼어내면 새 해가 오는데 올 한 해는 왜 그렇게 시끄럽고 번잡스러웠는지 얼른 납득이 안 된다. 코로나가 세계적 대유행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가 가만히 앉아서 꼼짝하지 못하는 지경에 든 것은 바이러스 침입 때문이니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할 수도 없다.

물론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재빨리 바이러스의 유형을 간파하여 방역대책을 세웠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제 와서 탓하기는 너무 늦었다. 지금이라도 더 이상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기본인데 제일 먼저 착수해야 할 백신 공급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게 생겼다.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가 우수한 인력을 총동원하여 백신 실험에 나선 것은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정부에서도 이들 회사와 접촉하여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백신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이미 백신을 맞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오리무중에 빠져있는 느낌이다.

아스트라제네카라는 회사의 백신은 아직 3상을 거치지 않았고 2상까지의 효율도 70%에 그치고 있어 언제 90%를 넘을지 알 수 없다. 백신은 누구나 알다시피 병균의 내성을 실험하여 사람의 몸에 가장 약하게 주입함으로서 바이러스가 들어오더라도 이를 퇴치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정부 당국자는 비록 FDA의 승낙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우선 백신 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무지하기 짝이 없는 방언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정부에 있기 때문에 초기에 코로나 방역에서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엊그제 “이제 터널의 끝이 보인다. K방역은 성공적이다.”고 자화자찬했다가 이제는 3차대유행을 걱정하며 3급 거리두기로 격상할 수 있다고 주저앉았다. 아무튼 세모와 크리스마스 등 사람들의 모임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전국이 초비상 사태에 직면했다. 그나마 마스크 쓰기는 비교적 원활하게 지켜지고 있어 다행이다. 이런 와중에 검찰개혁의 절벽으로 선전되던 검찰총장 윤석열은 추미애가 꺼내든 징계위원회에서 ‘정직2월’의 중징계로 막을 내렸다. 그는 즉시 행정법원에 무효소송과 함께 징계정지를 신청하여 금명간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직무정치 가처분에서 승소했기 때문에 거의 똑같은 사안의 징계처분이지만 재판부에 따라서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조국사태 때부터 ‘검찰개혁’은 현 정부의 지상목표처럼 되었다. 조국을 지지하고 추미애를 감싸는 맹목적인 친문세력은 검찰개혁을 입에 달고 산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은 어떤 것일까? 검찰은 공권력의 상징이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공권력은 군대와 경찰 그리고 검찰이다. 군대는 군에 한정되기 때문에 일반 민간인에게 힘이 미치지 못한다. 모든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입대하고 있어 직간접으로 큰 영향력이 있겠지만 제도적으로는 엄격하게 차별된다.

경찰과 검찰은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가장 밀접한 사이지만 지금까지는 수사와 기소라는 두 가지 칼날을 모두 검찰이 쥐고 있어 경찰은 독립기관이면서도 항상 검찰에 예속되어 있는 것과 진배없었다. 기소독점은 검찰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수사권만은 경찰의 독자성을 인정해야 된다는 실질적인 요구가 있어왔지만 검찰은 손아귀에 들어있는 보물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을 바로 잡는 게 검찰개혁의 첫째 과제다. 역대정부가 이를 추진했으나 완강한 반대에 부딪치며 모두 실패했다.

이 문제는 현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여 이미 법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양분화가 실현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심지어 오랜 세월 국가정보원의 독점적 지위가 인정되었던 대공수사권마저 경찰로 인계되었다. 이제는 경찰의 권한이 너무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참에 검찰개혁의 화두는 슬그머니 윤석열 찍어내기로 바뀌었다.

윤의 제거는 검찰개혁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총장 하나가 뿌리 깊은 검찰의 문제점도 아니다. 검찰은 기소독점이라는 권한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온 게 사실이다. 유신 때 중정의 힘이 가장 셀 때 이외에는 검찰을 당할 힘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나는 ‘70년도와 80년도에 긴급조치 국가모독 계엄포고령 내란음모 등 터무니없는 죄목으로 여러 차례 재판을 받고 옥고를 치렀지만 그 때마다 검찰과는 악연을 맺었다.

군사재판에서도 군 검찰관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그들의 행태는 오직 독점적 권한이라는 기소권으로 사람을 옥죄었다. 이것을 개혁하자고 해야 진정한 검찰개혁이 되는 것이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은 오히려 표창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징계로 검찰개혁이 된다면 그렇게 쉬운 개혁을 지금까지 왜 못했을까. 살아있는 권력의 개혁이 더 시급한 이유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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