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아버지는 시골에서 태어나 한평생 좁디좁은 시골구역을 벗어나 살아보질 못하고 돌아가신 시골 늙은이이었다.한마디로 시골 태생 촌사람으로 살면서 타계하는 날까지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더 넓고 큰 바깥세상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아버지로부터 필자가 알고 익힌 한계 체증과 한계 체감의 법칙이 있다. 나만의 진정한 진리이었고 철학이었다. 어릴 적에 인지한 그 진리와 철학이 나를 지금까지 꿋꿋하고 떳떳하게 살아나오게 한 정신적 지주가 돼 왔다.

나의 윤리가 되었고 도덕이 되었다. 나의 인품과 품성의 골격을 이뤘다. 거칠고 험난한 세상에 행동하는 지표가 되어 온 것이다. 아버지가 참 스승이며 멘토이다.

아버지는 배움도 지극히 짧다. 구학문(舊學問)인 천자문(千字文)부터 시작해 동몽선습(童蒙先習) 명심보감(明心寶鑑) 소학(小學)까지의 학습 전 과정을 훈장이나 스승 없이도 혼자서 배워서 익히는 독학으로 공부하고 수습(修習)했을 뿐이다.

1911년생이니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유년기와 성장기를 거치면서 먹고 살아가기가 무척 힘에 겨웠던 사회다. 그런저런 배경 속에 고난과 궁핍이 대세를 이뤘던 삶의 정황이었다. 게다가 시대가 일제강점기로 일본 제국주의자에 의한 억압과 핍박과 수탈이 심각하게 자행되었던 시기가 중첩됐기 때문에 목숨을 부지해나가기 조차가 고통의 연속이었으리라.

아버지의 그러한 경험과 경륜이 바탕이 이뤄져 있어서일까? 잊을 만하면 아버지가 강조한 간결한 코멘트가 있다. “오뉴월 칡넝쿨이 줄기차게 뻗어 나갈 때는 온 산을 다 덮어버릴 기세지만 머지않아 멈춰버리고 만다.”이 한마디이다.

어느 사물이 늘어나는 것과 줄어드는 것에 대해 한계 체증과 체감의 법칙이 이보다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실체와 실사례는 없는지 싶다. 인간사, 인생사 모든 일엔 때가 있다는 뜻이며 한계가 주어져 있다는 뜻이다. 매사에 욕심부리지 말고 올바른 마음과 올바른 자세로 성실히 임하고 추진하되 무엇보다 단단히 하고 더더욱 튼튼히 하란 얘기이다.

살피고 다지며 사리를 분석하고 분별하란 얘기가 담겨 있다.요즘 세태에 대비해 보자. 아무리 물질만능주의(物質萬能主意) 시대라곤 하지만, 많고도 많은 숱한 사람들이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있고 많이 가졌어도 덜어내고 비워낼 줄을 모르는 한계치를 망각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엔 그러한 고위급 인사들이 많이 있다. 물욕(物慾)뿐만 아니다. 금력(金力)과 권력(權力)이 연결된 명예욕(名譽慾)이나 심지어 색욕(色慾)을 탐하여 패가망신하는 현자 아닌 바보 현자들이 부지기수다. 잘 났다는 이들이야말로 가짜이고 위선자이며 어벙한 어용 치들이다.

탐욕에 빠진 이런 이들이 권력과 금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회 곳곳에서 활개 치고 있다. 고개 뻣뻣하게 쳐들고 내두르며 눈 아래로 깔고 흘겨보며 활기에 넘쳐 활보하고 있다. 자기의 역량과 지식수준의 모자람을 모르는 비정상이다.

산에 올라갈 땐 내려올 것을 대비해야 한다. 권력이나 권한을 가졌을 때는 권력을 내려놓고 권한을 놨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가지지 않는다면 추하다. 추하다고 하는 것은 겉모습만 매끄럽고 곱게 가꾼다고 해서 추하지 않은 게 아니다.

행동이 추하고 하는 말이 가볍고 본디가 없으면 추하다. 마음속이 시커멓거나 불손하면 추하고 권력이나 권한을 함부로 내둘러도 추하다. 마치 어떤 위정자와 같이 추잡스럽다. 늙어 죽을 때까지 그 자리가 제 것이 아닌데도 뭘 모르고 있으니 추악하다. 안쓰럽고 딱하단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리라. 과대망상증 환자가 따로 있을까? 싶다. 제발 제발 정신들 차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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