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감염으로 드러난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의 인권...그곳에선 어떤일이

 

윤장섭 기자
윤장섭 기자

[중앙뉴스=윤장섭 기자]동부구치소가 지난달 27일, 구치소 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지 약 3주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최근에 와서 부랴부랴 전수조사를 시작했지만, 결국 첫 사망자가 나왔고,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의 '늑장 전수조사'는 도마위에 올랐다.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자 수감 생활을 하고있는 수용자들은 하루 하루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있다. 이들이 이렇게 불안해 하는 이유는 구치소 내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을 했음에도 구치소 측이 비확진자 10명을 한방에 격리시키고, 마스크 관리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코로나 방역에서 제외된 사람들 이라는 말끼지 돌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수용자 가족들에 의해서다.

법무부는 동부구치소에서 수용자들이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까지 알려지자 확진자들을 이송하고, 수용자들을 위한 공간 확보와 마스크 추가 지급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부구치소에서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약 3주가 지나서야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하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거쳐 대규모 확산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에 충분했던 긴 시간 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서 구치소내 집단 감염이 확인된 후 곧바로 전수검사를 실시했어야 했다며,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확진자를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한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의 지적과 관련해서 법무부는 '서울시와 송파구에 전수조사를 적극 제기했다'고 해명했으나, 서울시는 지난 14일에 열린 4개 기관 회의에 법무부는 관계자를 보내지도 않았고, 구치소 의사가 나왔을 뿐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해 두 기관이 서로 잘못을 떠 넘기는 분위기다.

동부구치소에서는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 29일 0시 기준 총 79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단일 시설로서는 최대 집단 감염으로 확인 됐다. 동부구치소는 지난 15일 15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즉시 전수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서야 직원 425명과 수용자 2천 419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벌였다. 이때부터 동부구치소 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용자들이 밀집 생활하는 구치소는 대표적인 감염취약 시설일 수 밖에 없다. 다른 구치소와 달리 동부구치소는 3밀(밀집·밀접·밀폐) 구조의 아파트형 빌딩으로 이루어진 수용시설이어서 환기 시스템이 그렇게 좋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수용정원을 초과할 정도로 밀집도가 높다는 것이 수용 경험이 있는 수용자들의 증언이다.

높은 수용밀도의 서울동부구치소는 좋은 환기 시스템이 아닌 만큼, 엄격한 방역 조치가 필요한 시설이지만, 구치소 측은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재소자들에게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바로 수용자 가족들의 입에서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더욱이 구치소 측은 한방에 최대 10명 가까이 수용해 확진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

최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연장하고 5인 미만의 모임만을 허락하는 조치를 취한 것과 비교할 때 동부구치소가 수용자들에게 조치한 결과물로 보면 정부 시책에 역행 했다고 볼 수 있다. 밖에서는 2m 거리 두기를 하라하고 5인 이상은 모이지도 말라면서 이렇게 과밀 수용을 하는 건 이율배반(二律背反)이다. 제소자는 코로나19에 걸려 죽어도 좋다는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법무부의 수장의 태도도 도마위에 올랐다. 추미애 장관은 그동안 동부구치소에서 수용자들이 코로나19에 무더기로 감염된 사실에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9일 첫 사망자가 나오자 어쩔수 없이 동부구치소에 잠깐 얼굴을 비쳤을 뿐이다. 기자단의 수용자 집단확진에 대한 질문에도 고개를 돌렸다. 사임을 앞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법무 행정의 수장으로서의 행보는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아예 한발 더 나갔다. 이번 사태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수용자가 대부분인 구치소의 구조로 볼때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한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한 말이다.

구치소에 수용자만 있는게 아니다. 교도관들과 행정 직원, 면회자 등을 통한 외부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 더러 수용자들 역시 재판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외부에 전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었나 보다.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착하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이유를 달지 않는다. 예전 같은면 벌써 화염병이 나르고 체루탄이 골목에 자욱했을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하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해를 보았다며 피켓을 들거나 돌을 던지는 국민들을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어려운 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속에서도 소상공인들에게 까지 무지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앞세워 소모임은 물론, 영업장 폐쇄까지 강행한 정부다. 그런 정부가 정작 직접 책임져야 할 방역에서는 아예 손을 놓은 무능과 직무 태만의 정석을 보여줬다.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국민 안전’보다 ‘정권 안전’에 코드를 맞춘 꼴이니 2020년의 끝이 참으로 괘씸하기 짝이없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새해를 맞이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새해는 천무음우(天無淫雨)한 2021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는 올 한해 너무나 많은 것들에 실망했고 분노했다. 태평이나 화평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열만은 없기를 바랬지만 어느 역대 정부 보다도 분열이 심화된 한해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도 다음 정부를 위해 마무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늘에서 굿은비가 내려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 신축년(辛丑年)에는 태평성대의 치세가 펼쳐지는 희망찬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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