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까지 그려진 편지속엔 어떤 내용이?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서울 동부구치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오자 수용자들은 물론 수용자 가족들이 구치소측의 안일한 대처와 수용자 관리에 구멍이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동부구치소에서는 지난달 27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30일 0시 현재 전체 확진자가 783명으로 단일 시설로는 최대 규모의 감염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산은 물론 사망자까지 나온 만큼 방역 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용자 가족들이 구치소측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등 진실을 알리기 위해 수용자가 보낸 편지까지 공개했다.

수용자가 보낸 편지까지 공개했다.(사진=YTN방송 캡처)
수용자가 보낸 편지까지 공개했다.(사진=YTN방송 캡처)

30일 동부구치소의 40대 수용자가 지난 21일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편지에서 수용자는 1차 전수 검사에서 무더기 감염이 발생하자 4~5명이 머무르던 방에 비확진자 10명이 생활하게 했다고 적었다. 편지에는 이해를 구하기 쉽게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다. 또 수용자는 누우면 움직일 수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이라고 호소했다.

편지에는 이해를 구하기 쉽게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다.(사진=YTN방송 캡처)
편지에는 이해를 구하기 쉽게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다.(사진=YTN방송 캡처)

편지를 공개한 수용자 어머니는  아들이 지난 23일 두 번째 전수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정부가 2m 거리 두기를 하라 하고 5인 이상은 모이지도 말라고 했고, 벌금도 물고 그랬는데 한 방에 비확진자 10명을 넣는다는 건 이건 너희들은 병 걸려서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느냐고 지적했다.

어머니는 수용자 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이 구치소로 연락했지만, 아들은 청송교도소로 옮겨진 건지, 상태는 어떤지, 정확한 상황은 알기 어려웠다고 했다. 어머니는 도저히 궁굼해서 그대로 있을 수가 없어 동부구치소에 전화를 걸어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가 있는지 물어 아들이 청송으로 이감됬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마스크 관리에 대해서도 편지에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수용자 어머니는 수용자가 직접 마스크를 사서 쓰도록 하다 보니 면 마스크만 쓰거나, 아예 안 쓰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어머니는 마스크는 며칠씩 쓰는 것 같아요. 없는 사람들은 일회용을 며칠씩 쓰고 뒤집어서도 쓰고 그러더라고요. 얘기 들으니까라고 했다.

수용자 가족들은 이뿐 아니라 구치소 안에서 마스크 관리도 엉망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용자인 60대 어머니의 딸은 지난 22일에 어머니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며 속이 타들어 간다고 했다.

60대인 어머니는 딸에게 한 방에 몇 명이 생활하는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며 또 의료진이 얼마나 있는지도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수감된 아버지 역시 상황이 심각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는 것,

수감된 수용자의 가족은 현재 기저 질환까지 있는 터라 더욱 걱정이 크다고 했다. 60대 수감자의 딸은 정상적인 사람도 코로나19에 걸려서 이틀 만에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건데 아버지는 또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한편 구치소 창밖으로 수감자들이 종이를 흔드는 모습이 포착된 사진에는 확진자 8명이 한방에서 생활하고 있고, 외부로 서신을 못 보내게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수용자들의 건강과 관련해서 법무부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본인 동의 없이 코로나19와 같은 자세한 증상 정보는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수용자의 확진 사실과 청송교도소 이감 여부는 가족에게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병명 같은 부분은 민감한 정보기 때문에 본인 동의가 없으면 가족이라도 알려 줄 수가 없다고 했다.(중앙뉴스 DB)
교정본부 관계자는 병명 같은 부분은 민감한 정보기 때문에 본인 동의가 없으면 가족이라도 알려 줄 수가 없다고 했다.(중앙뉴스 DB)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병명 같은 부분은 민감한 정보기 때문에 본인 동의가 없으면 가족이라도 알려 줄 수가 없다며, 이송시키면 이송된 분들의 경우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또 방역을 강화한 지난달 말부터는 신입 수용자 전원에게 방역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3~4일에 한 개씩만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서 수용자들이 과밀 상태이기 때문에 그동안 확진자와 접촉자, 비확진자까지 세 그룹으로만 분리했으나, 현재는 긴급 이송으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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