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의 주역, 청해부대 '최영함', 호르무즈 해협 급파
외교부, 美 국무부와 함께 이란에 우리 국적 선박 조기 억류 해제 긴급 요청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이란 당국이 4일(현지시간)오전 10시경, 호르무즈 해협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한국 국적의 유조선인 '한국케미'호를 환경 오염 등의 혐의로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에 의해 납포된 한국 국적의 유조선 '한국케미'호(사진=YTN방송 캡처)
이란 당국에 의해 납포된 한국 국적의 유조선 '한국케미'호(사진=YTN방송 캡처)

이란당국(혁명수비대)은 한국 유조선의 나포 사유에 대해 '반복적 환경 규제 위반'에 대한 "기술적인(technical) 사안"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한국케미호 나포와 관련해 "지방 당국의 초기 보고에 따르면 이 사안은 완전히 기술적인 것이며, 해당 선박은 해양 오염에 대해 조사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조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서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이란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위법 사안, 특히 해양환경 오염에 민감하다"며 이란 당국은 사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은 물론 다른 해역에서 일어난 이전의 유사한 사례와 같이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언급한 뒤, "추가적인 내용은 이후 밝히겠다"고 했다.

이란 당국의 '반복적 환경 규제 위반' 사유에 대해 한국케미의 선사인 디엠쉽핑 관계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케미호'를 납포한 해역은 공해상이었다며, 한국케미호는 "환경 오염은 일으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국케미'호의 납포 소식이 알려지자 외교부는 선원 안전을 확인하고 "이란 주재 대사관과 함께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이란 정부에 요청했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외교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우리 국적 선박 1척이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란당국에 납포되어 억류중인 한국케미의 선장은 '한국케미'호는 석 달 전 정밀검사를 마쳤고, 외부 충격이 없었기 때문에 기름이 샜을 가능성이 매우 적고, 물을 버리는 것도 미생물을 걸러서 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케미의 선장은 15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한국케미'호가 납포된 곳은 공해로 선사 소속 배가 수시로 오가는 곳이다.

'한국케미'호가 납포된 곳은 공해로 선사 소속 배가 수시로 오가는 곳이다.
'한국케미'호가 납포된 곳은 공해로 선사 소속 배가 수시로 오가는 곳이다.(자료화면=YTN방송 캡처) 

'한국케미'호의 납포와 관련해서 국제사회는 이란 당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이란과의 교역과 금융거래를 중단한 것에 대한 불만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현재 한국과 이란의 교역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국 내 은행에서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도 모두 동결된 상태다.

미국 국무부도 이란 당국에 유조선을 즉각 억류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며 한국 국적 유조선에 대한 억류해제를 요구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한국 국적 유조선에 대한 억류해제를 요구하는 입장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무부대변인이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한편 걸프 해역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란은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고, 여러 차례 유조선 등 선박을 나포한 전례가 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뉴스는 호르모즈간 해양기구 부소장을 인용해 앞서 메탄올 등 3종류의 화학물질을 실은 채 사우디아라비아 주발리에서 출항해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로 향하던 '한국케미'호가 그레이터 툰브 섬에서 11마일(17.6㎞) 떨어진 해역에서 대규모 해양 오염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아울러 혁명수비대가 나포 전 경고했음에도 항행을 계속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납포되어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 중"인 '한국케미'호에는 선장을 비롯해 한국 선원 5명,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했다.

한국 정부는 이란 당국에 선박의 조기 억류 해제를 요구하고 청해부대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긴급 출동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국적 운반선 '한국케미호' 나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출동한 청해부대가 우리 시간으로 오늘 새벽 4시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해 임무 수행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청해부대 33진 최영함은 어제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우리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가 이란에 나포됐다는 상황을 접수한 직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급파됐다. 최영함은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를 비롯해 외교부, 해양수산부 등과 긴밀히 협력해 상황에 대응할 계획이다.

최영함은 과거 '아덴만 여명작전'과 '한진텐진호 선원 구출작전' 등을 성공리에 수행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