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 형식을 통해 인간의 실존과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연극 'Be'
대학로 한성아트홀 2관에서 1월 29일 개막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죽음의 이유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액자식 구성 속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낸 연극 한편이 2021년 신축년(辛丑年) 1월 끝자락에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창작극인 연극 ‘Be’는 채수욱이 연출과 대본을 맡았다.

연극 'Be'에 대한 주제는 불가해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사진=연극 'Be.의 연습 한 장면)
연극 'Be'에 대한 주제는 불가해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사진=연극 'Be.의 연습 한 장면)

연극 'Be'에 대한 주제는 불가해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연극 'Be'의 기획의도는 실존주의의 대표적 사상가였던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사상과 을 맛물린다.

채수욱 연출은 거대하고 불가해한 세계에 목적 없이 던져진 인간이라는 존재는 늘 위태롭고 무력하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존재”라고 말했다. 자유롭지 못한 세계에서 자유라는 숙명을 얻었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가지고, 세계의 부조리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극을 통해 이러한 담론을 펼쳐 보임으로써 자아와 세계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이끌어내고,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잃어버린 주체성을 회복하고, 타자에 대해 더 깊이 있는 관용으로 가는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실제로 실존주의의 대표적 사상가였던 사르트르는 하이데거와 후설의 영향아래 그 자신의 현상학적 존재론을 전개하였다. 그는 인간이 하나의 실존임을 밝히고 도구와 달리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주창했다. 그는 적지 않은 소설과 희곡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자유의 구조를 밝히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연극 'Be'가 극중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는 3가지다.

먼저 #존재의 이유다. 연극 'Be'는 극중 인물과 내러티브를 통해 부조리한 세계에 놓인 인간의 고독과 나약함을 보여줌으로써, “과연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와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두번째는 #태도에 대한 고찰이다. 개별적 존재는 모두 주관적이며, 절대 객관적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타자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착각한다. 이러한 폭력적 사고는 혐오, 차별 등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다. 극을 통해, 인식주체로서의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온전히 이해할 수도 정당화할 수도 없다는 점을 우의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변증법적 인식을 통해 진정한 관용과 이해가 무엇인지 고 찰하게 하고자 한다.

이어 마지막 세번째는 #개인의 자유의지와 주체성 회복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서지만, 현재의 우리는 대부분, 타자를 본질로써 규정하려 한다. 규범과 관습, 문화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지는 획일화는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을 억압한다. 왜곡된 세계에 대해 자유 의지로 저항하고자 한 극중 인물의 모습을 통해 존재로서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자유와 주체성은 무엇인지 고민하게끔 하고자 한다.

▲시놉시스

사진=연극 'Be'의 연습 한 장면
사진=연극 'Be'의 연습 한 장면

엄마의 생일, 오랜만에 가족들은 한 자리에 모인다. 아빠는 엄마를 위해 만든 거대한 서랍장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지만, 엄마는 그게 왜 내 선물이냐며 타박한다. 아빠는 서랍장에서 오래된 사진 앨범을 꺼내 들고, 가족들은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다. 사진 속 현재와 진재, 둘은 쌍둥이 형제인데, 진재는 몇 년 전 의문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각자, 죽은 진재와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진재를 추억하고,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특히 작품속에서 가족들은 오래전 죽은 ‘진재’를 각자의 방식대로 기억하며, 죽음의 이유에 대해 논쟁을 벌이면서, 액자식 구성 속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담아냈다. 존재의 불가해성과 입체적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명의 배우가 동일한 인물(진재)을 장면에 따라 번갈아 가며 연기하는 다인 1역의 형식적 실험이 사용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대와 조명이 다양한 시공간을 상징하며 현실과 과거를 넘나든다.

연극적 놀이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러한 여러 양식적 실험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오직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연출방향

이 작품은 실존주의적 작품으로 부조리한 세계에 목적 없이 내던져진 인간의 고독과 무력함, 그리고 서로 온전히 관계 맺을 수 없는 존재적 특성을 표현하는 것에 주된 목표가 있다. 따라서 부조리한 형식을 취해, 극의 분위기가 그러한 세계관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며, 계속된 소격 효과를 만들어 관객이 극을 객관적인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끔 하고자 한다.

표현 형식의 핵심은 모든 배우가 자신이 맡은 배역 이외에 동일한 인물(진재)를 번갈아 연기하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해, 모든 배우는 1인 2역이 된다. 이는 존재의 불가해성,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절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부조리함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를 위해 배우들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동일한 인물을 다르게 연기하여 존재의 입체적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형식은 연극적 놀이와 약속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관객이 무리 없이 이를 잘 수용할 수 있도록, 모든 배우는 동일한 인물(진재)를 연기할 때 동일한 오브제를 사용하도록 한다.

시공간적으로 이 작품은 현실과 과거를 계속 넘나들게 된다.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의 공간은 진짜이지만, 기억 속 공간은 존재와 마찬가지로 진짜가 될 수 없다. 이야기 되어지는 것은 ‘진실 같음’이지, 진실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장센을, 현실의 공간에서는 사실적으로 연출하고, 기억 속 장면은 모두 비사실적으로 연출한다.

한편 창작극인 연극 ‘Be’ (작/연출 채수욱)는 오는 2021년 1월 29일부터 2월 7일까지 열흘간, 대학로 한성아트홀 2관에서 관객들과 처음으로 만난다.

전작 ‘무지개의 끝’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창작집단 오늘도 봄과 무대디자이너 장호의 아이엠 마니페스트가 공동으로 제작하며,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분야 인력지원사업을 통해 공연 제작에 사용되는 인건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받는다.

<분홍나비 프로젝트>, <늙은 소년들의 왕국> 등에서 안정적이고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도창선과, <돐날>, <봉순이 언니> 등 노련하고 섬세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백은경, <무지개의 끝>, <타임 택시> 등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으로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박수연, 연극 <만리향>, <구비 구비> , 드라마 <돈꽃> 등 브라운관과 무대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중인 정서연이 출연한다.

모든 배우는 1인 2역이 된다. 이는 존재의 불가해성,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절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부조리함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다.
모든 배우는 1인 2역이 된다. 이는 존재의 불가해성,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절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부조리함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다.

연극 'Be'는 쉬는 날 없이 총 10회차의 공연으로 진행된다. 공연장에서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하여 거리두기 객석제, 출입문 일원화,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의무화, QR체크인, 문진표 작성 등의 조치를 시행하여 안전한 공연 관람을 위해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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