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 시인
최한나 시인

 

상생

최한나

 

 

시커먼 길고양이 한 마리 후다닥 담장 너머로 튄다

안방 창문 밑 내다보니 배설물 한 덩이가 놓여 있다

언제부턴가 화장실이 되어버린 뒤뜰

구역질을 꾹꾹 누르며 매번 뒤치다꺼리를 한다

울분이 바닥에 쏟아진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을 길 없는 이 만행

쥐약을 놓으라는 옆집 할매의 말이

귀에 찰싹 달라붙기도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신문지를 깔아주는 것으로 고양이와 타협을 한다

신문지는 이제부터 고양이의 영토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불빛 새어나오는 창문 밑에 배설하고 싶었을까

신문지에 고양이 오줌을 묻혀두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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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준 사색, 사유... 참 쓰리고 아프다. 이른바 코로나 난민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눈망울과 그 고양이 눈망울이 겹치며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처절한 떠돌이 괭이라도 눈빛만은 도도하게 빛나던 것이 섬뜩하다기보다 서글프다. 코로나가 점령한 세월이 벌써 1년! 서글프고 참담하고 아리기도 하지만 상생의 정신만이 답이다. 조금만 더 배려하고 양보하고 손 잡아주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백신임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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