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50년 만의 환수 후 첫 공개
가로 너비 5m에 이르는 초대형 병풍

요지연도 (사진=문화재청)
요지연도 (사진=문화재청)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중국 고대 전설 속 서왕모(西王母)가 신선들의 땅인 곤륜산(崑崙山)의 연못인 요지(瑤池)에 주나라 목왕(穆王)을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모습을 그린 ‘요지연도’가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궁중서화실’에서 궁중회화의 진가를 고스란히 담은 ‘요지연도’를 공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요지연도는 미국의 개인이 소장하던 작품으로 소장자의 부친이 50여 년 전 주한미군으로 근무할 당시 구입하여 미국에 가져갔던 것으로, 지난해 문화재청이 국내 한 경매사를 통해 다시 구입한 후 국립고궁박물관에 이관됐다.

요지연도는 가로 넓이가 무려 5m에 이르는 대병으로, 조선후기 왕실 병풍의 위용을 보여준다. 특히, 이 병풍의 상태가 제작시기보다 후대로 추정되어 경매 당시 표구 시기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확인을 위해 병풍 한 폭의 뒤편 배접지를 살펴본 결과, 1957년 조선일보 신문과 1959년 동아일보 신문이 발견되어 소장자가 미국에 가져가기 전 한국에서 다시 표구를 했던 것을 확인됐다. 

‘요지연도’는 중국 고대 전설 속 서왕모가 신선들의 땅인 곤륜산의 연못인 요지(瑤池)에 주나라 목왕을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불로장생의 도교적 주제를 담은 신선도는 국가와 왕조의 오랜 번영을 염원하는 뜻을 담아 조선 후기 궁중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한 작품에서 서왕모와 목왕의 연회 장면과 해상 군선 장면이 절충된 도상은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요지연 주제는 궁중 회화로 출발해 길상적인 장식화로도 쓰였지만 19세기에는 국가의 경사스러운 행사를 마친 후 관원들이 만든 기념화인 관청의 계병(契屛)의 주제로도 애용되었다.

참고로 주나라 목왕은 서주(기원전 1043~771년)의 5대 임금(재위 기원전 977?~922?)이다. 55년의 재위 기간 중 견융과 서융 등 오랑캐들을 무찌른 인물로 알려져있다. 서왕모는 중국 신화 중 여선(女仙)의 우두머리로 만물을 소생하게 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전설상의 인물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요지연도' 중 대표적인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18~19세기에 제작되었으며 이번에 첫 공개하는 ‘요지연도’는 이 중에서도 비교적 고식에 속한다.

요지연도의 공통된 특징은 서왕모와 목왕 앞자리에 잔치상(찬탁, 饌卓)이 놓인다는 점인데, 국립고궁박물관의 요지연도는 찬탁 대신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시녀들을 배치해 연회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근대기에 제작된 ‘신선도’ 12폭 병풍도 함께 공개돼 조선후기 궁중 신선도의 시기적 변화를 감상할 수다. 화폭마다 중국 고사(故事)에 등장하는 길상적인 의미를 지닌 신선들이 묘사되어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신선도는 궁중과 민간에서 복을 기원하고 무병장수의 소망을 담은 장식화로 꾸준히 유행하였다. 먹의 번짐 효과를 극대화한 발묵법(潑墨法)으로 그린 근대기 도석인물화의 특징을 보인다.

이외에도, 수군조련도(水軍操練圖)도 같이 공개된다. 경상도 통영에서 행한 삼도(三道)의 수군 훈련 장면을 그린 10폭 병풍이다. 그림을 통해 조선 후기 해상 전투를 위한 배의 모습과 수군의 배치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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