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장관 “LG폰 철수설 관련 시장동향 보고 대책 마련할 것”
LG전자 “모든 가능성 열어 두고 MC사업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LG 스마트폰의 운명에 글로벌 업계와 소비자들의 온 시선이 집중돼 있다. (사진=중앙뉴스DB)
LG 스마트폰의 운명에 글로벌 업계와 소비자들의 온 시선이 집중돼 있다. (사진=중앙뉴스DB)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LG 스마트폰의 운명에 글로벌 업계와 소비자들의 온 시선이 집중돼 있다. LG폰, 사라질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후자에 무게감이 실릴 것이라는 쪽으로 관측된다.

이는 특정 기업의 독과점으로 야기되는 문제가 되면서 정부가 나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의 80%를 넘게 가지고 가면 독점적 지위가 이슈가 된다. 독과점 이슈가 불거지면 정부가 관련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게 되면서,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분리 공시제를 비롯해 시장 내 유효 경쟁을 만들려는 조치가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17일 “LG폰 철수 관련 시장 동향 보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장관은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과 관련해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시장 동향을 보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LG 스마트폰이 철수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70% 이상으로 높아지고, 소비자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무소속 양정숙 의원 지적에 이처럼 답했다.

최 장관은 현재 삼성전자, 애플의 단말기 독과점 유통구조 때문에 단말기가 점점 비싸진다는 지적에 대해 “이 때문에 자급제폰 활성화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중저가폰 쿼터제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대처해야 한다”며 “제조사들이 중저가 단말기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9.6%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72.3%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은 8.9% 점유율에 그쳤다.

갤럭시노트 신제품이 나오고 아이폰 판매를 시작하지 않은 3분기여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유난히 높게 나온 것이지만, 연간으로 봐도 삼성전자 점유율은 6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보통 애플이 연간 20% 안팎을, LG전자가 10% 초중반 점유율을 나눠 가졌다.

이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쏠림이 심한 국내 시장에서 LG전자 스마트폰이 소비자 선택지에서 사라지면 국내 시장은 그야말로 삼성전자 독점 수준으로 재편되게 된다.

LG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폰보다는 중저가폰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LG 중저가폰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아이폰보다는 이미 익숙한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가진 삼성전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

유의미한 신규 플레이어가 진입할 가능성도 매우 적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잘 나가는 중국 스마트폰이 국내에서는 신뢰를 얻지 못해 브랜드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은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않고 있고, 샤오미 정도가 국내 스마트폰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극히 미미하다.

LG전자는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LG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을 대부분 가지고 간다고 가정하면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80%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기존 3가지에서 2가지로 제한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가격이 국가별로 공개되기 때문에 주력 상품을 국내에서만 아주 비싸게 판매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성전자와의 단말 수급 계약 등에서 통신사의 교섭력이 매우 떨어지고, 가격 책정이나 프로모션에서 삼성전자가 더 지원금을 풀 동기가 없어진다. 삼성전자 마케팅 비용이 집행되지 않으면 소비자도 더 비싸게 폰을 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존폐 갈림길에 선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이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지난달 29일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매출액 1조3천850억원, 영업손실 2천4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3분기 연속 적자로, 전년 동기 3천322억원보다는 적지만 이전 분기 1천484억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MC사업본부의 올해 분기별 적자는 1분기 2천378억원, 2분기 2천65억원, 3분기 1천484억원으로 꾸준히 줄었으나 4분기 들어 다시 늘어났다. 이에 따라 MC사업본부는 지난해 전체 매출 5조2천171억원, 영업손실 8천412억원을 나타냈다.

매출은 전년 5조9천700억원보다 감소했으나, 영업손실도 전년 1조100억원보다 줄어 1조원을 밑돈 결과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감소하고 4G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칩셋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매출액과 손익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상반기 매스 프리미엄 제품 벨벳을 선보이면서 라인업에 변화를 꾀하고, 하반기에는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첫 제품으로 윙을 선보였으나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폼팩터 제품으로 롤러블을 준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LG전자는 해당 사업에서 철수해도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입장에서 혹 스마트폰사업은 접어도 핵심기술은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향후 MC사업본부의 사업계획에 대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LG전자는 “구성원의 고용 안정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인력 운영, 회사 미래 전략과의 시너지 여부, 재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안을 찾는 중”이라며 “최종 결정 시점은 현시점에서 특정하기 어렵다. 결정되면 최대한 빠르고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사업 철수 시 미래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MC사업본부의 핵심 모바일 기술은 단말뿐만 아니라 스마트 가전, 전장 사업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MC사업본부와 CTO 표준연구소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사 핵심 모바일 기술이 미래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내재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 방안은 MC사업본부의 방향성이 결정될 때 같이 공유하겠다”고 LG전자는 밝혔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면 국내 통신 생태계가 무너지게 될 것이 우려스럽다”며 “국내 스마트폰 연구개발 생태계가 줄어들 것도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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