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부동산 투기판 언제부터 벌어졌나
경기 광명 시흥 LH 직원 토지 거래는 어떻게
보상 염두에 둔 지분쪼개기에 묘목심기까지
정부, 국토부와 LH 전직원 전수조사 들어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가 언제부터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중앙뉴스DB)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가 언제부터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중앙뉴스DB)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가 언제부터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신도시 조성 업무에 관여한 공직자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합동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 사태를 촉발한 광명 시흥 신도시에 LH 직원들이 어떻게 투기를 했는지 전수조사 착수에 들어갔다.

4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LH 임직원 구매 의심 토지 현황 자료와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들이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움직인 것으로 보이는 미심쩍은 정황이 쉽게 확인된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논은 2019년 6월 3일 두개로 나뉘어 5명의 LH 임직원들에게 팔렸다. 논 중 3천996㎡는 직원 4명이 15억1천만원에 공동으로 매입했고 2천793㎡는 직원 1명이 다른 지인과 함께 10억3천만원에 사들였다. 3천996㎡ 논을 산 직원 2명은 33.3%씩, 나머지 2명은 절반인 16.6%씩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이다. 3명은 인근 LH 과천의왕사업단의 한 부서에 있는 직장 동료인 것으로 전해졌다.

2천793㎡ 논 구입자는 과거 수도권 신규 택지를 추진하는 10여명 규모 소형 사업단의 단장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천996㎡ 논을 사는 데 동참한 한 직원은 지난해 2월 27일에는 과림동의 밭에 투자했다. 다른 직원을 포함한 6명과 함께 22억5천만원에 5천25㎡를 사들였다. 이후 이 필지는 1천407㎡, 1천288㎡, 1천163㎡, 1천167㎡ 등 네 필지로 나뉘었다. 네 필지 모두 LH의 대토보상 기준이 되는 1천㎡ 이상이다.

또 이들 필지에는 묘목 2천그루까지 급하게 심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보상을 염두에 두고 지분쪼개기와 묘목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부 LH 직원들은 거액의 대출을 받기도 했고 이용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맹지를 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차 신도시로 개발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단행하기 어려운 투자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언론에선 사업본부장급이 연루됐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LH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광명 시흥지구에서 LH 임직원의 투기적 토지 매입이 드러난 만큼 다른 3기 신도시 조성 전에 이와 같은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전수조사 대상은 국토교통부와 LH, 경기도개발공사 등 관계 공공기관뿐 아니라 3기 신도시가 있는 경기도와 인천시, 서울시로도 확대된다. 정부가 지정한 3기 신도시는 6개다.

2018년 12월 19일 남양주 왕숙(1천134만㎡)과 하남 교산(649만㎡), 인천 계양(335만㎡) 등 3개 신도시 입지가 공개됐고 이듬해인 2019년 5월 7일 고양 창릉(813만㎡), 부천 대장(343만㎡) 등 2개 지구가 발표됐으며 올해 2월 24일 6번째인 광명 시흥(1천271만㎡)이 공식 지정됐다.

이와 관련 최근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시흥시 과림동의 토지 거래 건수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전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나 정보 유출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해당 지역의 토지 거래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는 지난해 8·4 대책과 지난달 2·4 대책 직전에 집중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8·4대책 전 3개월간 이 지역에서는 167건의 토지 거래(193억여원)가 이루어졌다. 해당 기간 이전에는 거래 건수가 월 한 자릿수 대였다.

이러한 흐름은 8·4 대책 발표 후 급락하면서 잠잠해졌지만, 2·4 대책 전 3개월간 다시 30건(129억여원)의 토지거래가 이뤄졌다.

김 의원은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에 투자가 쏠릴 수는 있지만, 해당 지역의 추세는 너무 극단적”이라며 “확실한 공공정보의 유출 또는 공유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신도시 조성 업무에 관여한 공직자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합동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 사태를 촉발한 광명 시흥 신도시에 LH 직원들이 어떻게 투기를 했는지 전수조사 착수에 들어갔다. (사진=중앙뉴스DB)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신도시 조성 업무에 관여한 공직자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합동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 사태를 촉발한 광명 시흥 신도시에 LH 직원들이 어떻게 투기를 했는지 전수조사 착수에 들어갔다. (사진=중앙뉴스DB)

@ 문대통령, 뿌리 깊은 부패인지 규명해 ‘발본색원’ 지시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신규 택지개발 관련 공공기관 직원 및 가족들의 토지거래를 전수조사할 것을 주문한 데 이어 하루 만에 강도 높은 추가 지시를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발본색원’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거듭 강조한 만큼 앞으로 총리실과 국토교통부의 합동조사는 고강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신도시 땅 투기 의혹 규명과 관련해 정부합동조사단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제도 개선책도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마련하라”고 했다.

이번 의혹이 고질적인 부패 구조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신규 택지개발과 관련한 투기 의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 필요성이 거론된 데 대해 “감사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빠르고 엄정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LH는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일부 직원은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중앙뉴스DB)
LH는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일부 직원은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중앙뉴스DB)

@ 정총리, 내주까지 국토부와 LH 전직원 전수조사 밝혀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불법행위를 한 공직자를 일벌백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국무총리실 국무 1차장을 단장으로 관계기관 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헌신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이 부적절한 행위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쳤다"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와 LH 전 직원에 대해 다음주까지 거래내역 전수조사를 끝낼 예정"이라며 "경기도와 인천시 등 지자체 유관부서 업무 담당 공무원, 지자체 소속 개발공사 임직원 전체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속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다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나 청와대 관계자, 지자체 중 서울시 관계자 등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오늘부터 공직자 투기행위 신고를 받을 것"이라며 "내부정보를 이용하거나 공직자 윤리규범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정히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 공직자의 투기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도록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LH는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일부 직원은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LH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보면 한 LH 직원은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요”라며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써서 논란이 일고 있다. 블라인드에는 해당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LH 관계자는 “1만명에 가까운 LH 직원들 가운데 블라인드에 관련 글을 올린 직원은 극소수”라며 “LH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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