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가 줄고있다...금융당국 속도조절 주문 하기도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지난해 국내 은행 점포 수가 전년도(2019년)에 비해 304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300개 이상 줄어든 6천405개로 확인됐다. 5년 전인 2016년 말(7101개)보다 696곳 줄었다.

지난해 국내 은행 점포 수가 전년도(2019년)에 비해 304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연합)
지난해 국내 은행 점포 수가 전년도(2019년)에 비해 304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연합)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은행 점포는 30개였고, 문을 닫은 점포는 334개였다. 영업점 폐쇄는 시중은행들이 주도했고 문을 닫은 304개 점포 중 78.3%(238개)가 시중은행 영업점이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83개, 하나은행이 74개, 우리은행이 58개, 부산은행이 22개, 신한은행이 21개 순으로 폐점됐다. 지방은행은 44곳, 특수은행은 22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가 급격히 줄고있는 것을 우려해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폐쇄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음에도 은행들이 영업점을 폐점하고 있다.

은행들이 영업점을 계속해서 폐점하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행간 중복 점포를 정리하기 위한 조치로도 보인다.

지난 2017년 312개의 영업점이 문을 닫은 것과 비교하면 3년만의 가장 큰 폭이다.  2017년 당시 은행 점포수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한국씨티은행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전국 영업점을 3분의 1로 줄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한국씨티은행이 대대적 구조조정 작업을 단행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은행들의 영업점 폐쇄 규모는 유독 컸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광역시 등 대도시권 점포가 251개 줄었고, 비대도시권 점포는 53개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점포 정리에 속도를 붙이자 영업점 폐쇄에 '제동'을 걸었다. 고령층 등 아직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중 은행권에 속도를 조절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금융권의 디지털화에 따른 은행 점포 감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협의해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이하 공동절차)를 마련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시중 은행 점포를 폐점하려면 점포 폐쇄를 위한 사전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했다.

이 평가엔 독립성과 객관성을 위해 은행 내부 소비자보호부서와 외부전문가가 참여한다. 평가 결과, 소비자 불편이 크다고 판단되면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 또 점포 폐쇄일 최소 3개월 이전부터 총 2회 이상 고객에 이를 통지해야 한다. 이전에는 폐쇄일로부터 한 달 전에만 알리면 됐다. 여기에 금감원은 은행 지역별 영업점 신설·폐쇄 계획 등 점포 현황을 반기마다 대외에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주문에도 은행들의 점포 정리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6월21일 △현대모터금융센터IKP △구리 △광명 △정자동 △구로상가 △봉천역 △군자동 등 7개 영업점의 문을 닫는다. 같은 달 28일에는 △강남대로 △삼성노블카운티PB센터 △분당미금 △명일동 △부천시청역 △등촌파크 △오목교역 △침산동 △사직중앙 등 9개 영업점 폐쇄를 예고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5월31일 경기 평택 험프리스 출장소의 문을 닫는 데 이어 6월14일에는 김포공항국내선·국제선 출장소를 각각 폐쇄한다.

은행권은 까다로운 사전 절차에도 금융 거래 환경 자체가 바뀌고 있는 만큼 기존 영업채널을 마냥 유지할 수는 없다며 몸집 줄이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비대면·디지털 트렌드 속에서 영업점 통폐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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