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의 맛있는 시 (258) // 아픈 옷
최한나의 맛있는 시 (258) // 아픈 옷
  • 최봄샘 기자
  • 승인 2021.04.20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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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 시인
최한나 시인

 

아픈 옷

최한나

 

 

세상에서 제일 아픈 옷은

상복이거나 환자복

상복은 며칠 지나면 벗을 수 있고

환자복은 모아서 세탁하면

말끔한 새 옷이 된다

 

맨몸이란

내 몸에 딱 맞는 옷이다

아픈 옷을 입으면 아픈 몸이 된다

늑골 밑, 지네 한 마리 지나간

수선 치고는 조악한 솜씨다

이 옷을 입고는 어딜 나갈 수 없다

 

수선자국으로 무엇이 나왔을까

밤마다 칭얼거리던 그 아이일까

짜내면 주루룩 눈물 쏟아질 하얀 솜뭉치일까

어쩌면 미아가 된 별 하나

쑥 꺼낸 자국일수도 있겠다

 

아픈 옷이 침대에서 일어난다

다시 거울에 비춰보는 찢어진 옷

건드리면 눈 꼬리에 베일 것만 같다

아려오는 바늘자국을 한 손이 감싼다

 

한 번 찢어진 옷은 늘

조심조심 입어야할 옷,

그 동안 입었던 옷들이

얼마나 온순했는지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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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을 잃어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우리의 육신이란 것은 참으로 얼마나 약하고 찢어지기 쉬운 옷과 같은지를...

정말 그랬었다. 건강에 관한 한 난 나름대로 관리해왔다고 은근히 자부했던 바, 끄덕 없을 줄 알고 살았던 날들이 얼마나 오만했던지 돌아본다.

큰 철퇴를 맞고서야 조심조심 몸조심 하며 산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얼마나 착해지던 영혼이었던가? 그 심오하고 따끔하며 선한 마음을 몇 년을 지나오면서 자꾸만 놓치며 살고 있다.

자신을 다시 다잡으며 겸손하고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것을 자신에게 명령한다. 간사한 인간의 내면을 반성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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