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창립이래 사상 최대 실적에 경영 견고 판단
지배구조 개선 등 ESG 경영 강화

[중앙뉴스=김진수 기자]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조카 박철완 상무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제시한 대로 회사 거버넌스를 개편하고 이사회 중심 전문 경영을 강화 할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박찬구 대표이사와 신우성 사내이사의 사임 의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회사 측은 계속되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경영진이 의료용 NB라텍스 등에 선제 투자를 결정하고 재무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며 사상 최대 실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따라서 회사 경영 기반이 견고해졌다고 판단한 박 회장이 스스로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이날 발표된 1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6천12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60.1% 증가하며 분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 회장은 금호미쓰이화학 등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은 유지한다. 앞으로의 구체적 역할이나 지위는 추후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에서 논의·결정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넷째 아들로,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의난'이 발발한 이후 2010년부터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이번에 11년 만에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조카인 박철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박 상무로부터 소유·경영과 지배구조, 취업제한 불복 행정소송, 과거 유죄 판결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하고 회사 호실적 성과도 탄탄하게 이루면서 점차 경영 일선에서 빠지고 지배구조 개선 등 ESG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70대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임을 계기로 후계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박철완 상무의 '조카의 난'을 두고도 후계 구도와 맞물린 갈등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현재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전무, 딸인 박주형 상무가 회사에 재직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신우성 사내이사가 물러남에 따라 연구·개발 부문 전문가인 고영훈 중앙연구소장(부사장), 재무·회계 전문가인 고영도 관리본부장(전무)을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했다.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고영훈 소장은 프랑스와 미국에서 화학 연구 부문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원으로 지내다 1991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30년간 합성고무 연구에 매진 권위자다. 고영도 관리본부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금호그룹 재무관리팀에 입사해 역시 30여년 간 재무·회계·구매·자금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백종훈 대표이사는 영업 전문경영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백 대표이사와 신규 선임될 사내이사 2명이 함께 영업·재무· R&D 3개 부문의 전문성을 살려 이사회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또한 지난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는 취지로 사외이사 7명을 선임한 바 있다. 사외이사는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신규 사내이사 선임 승인을 위해 6월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선임 예정인 전문경영인들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7명의 사외이사와 협력하여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속가능·ESG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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