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나와 가족, 그리고 세상을 이어준 삶의 궤적
마포구 '두루아트스페이스'서 6월 15일 부터 25일까지 열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단절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뿐만 아니라 작은 것에서 큰 것, 우주적인 것"에 이르기 까지 '실'을 희망의 에너지로 연결하고 싶어하는 바느질 작가가 호국보훈의 달 6월에 희망의 에너지를 담아 전시회를 연다고 소식을 전했다.

바느질 작가로 잘 알려진 송미리내의 개인전이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에 위치한 '두루아트스페이스'에서 6월 15일 부터 25일까지 열린다.(사진=송미리내 작가)
바느질 작가로 잘 알려진 송미리내의 개인전이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에 위치한 '두루아트스페이스'에서 6월 15일 부터 25일까지 열린다.(사진=송미리내 작가)

"자신의 바느질로 희망의 에너지를 선물하고 싶다”는 작가는 바로, 인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대변할 수 있는 '실'을 주제로 마치 수행과도 같은 행위를 선보이는 송미리내 작가다.

바느질 작가로 잘 알려진 송미리내의 개인전이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에 위치한 '두루아트스페이스'에서 6월 15일 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송미리내의 개인전이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에 위치한 '두루아트스페이스'에서 6월 15일 부터 25일까지 열린다.(사진=송미리내 작가 페이스북 캡처)
송미리내의 개인전이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에 위치한 '두루아트스페이스'에서 6월 15일 부터 25일까지 열린다.(사진=송미리내 작가 페이스북 캡처)

한여름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6월에 여름의 손을 잡고 나타난 작가의 "한땀한땀 수놓은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가노트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생 바느질로 옷을 만드는 분이었다. 그래서 내 어린 시절은 언제나 ‘바늘’과 ‘실’이 소꿉친구였고, 커서 작업을 하게 된 지금 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나는 독특한 ‘실’ 냄새에 취해 종종 엄마의 바느질을 흉내 내며 꿰매거나 잘라 진 천 조각을 인형에 대어보곤 했는데 내가 만든 자투리 천을 걸친 인형에게 말장난을 치며 인형의 ‘운명을 짜는 듯해’ 으슥한 기분이 들곤 했다. 마치 신화 속 주인공과 같이 말이다.

모이라이,나의 인생 지형도. 가변설치. 300x500cm.2021(사진=송미리내 작가)
모이라이,나의 인생 지형도. 가변설치. 300x500cm.2021(사진=송미리내 작가)

그리스 신화 모이라이(Moirai)의 운명의 세 여신 중 맏이인 클로토는“내가 너의 운명을 짜리라” 라는 말과 함께 인간의 운명을 짜기 시작한다. 운명을 짠다는 것은 나에게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과 같다.

예술은 지극히 평범하고 엉뚱한 곳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나는 믿는다. 과거에 내가 자투리 천으로 인형의 옷을 만들었듯이 부모님이 옷을 만들고 그 옷을 누군가가 입는다는 것은 나에게 클로토가말하는 운명을 짜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모이라이 다른컥(사진=송미리내 작가)
모이라이 다른컥(사진=송미리내 작가)

이러한 내 기억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무의지적 기억으로도 설명된다. 기억은 사진이나 언어에 의해서 고정될 수는 없다. 기억하는 순간 관계하며 새롭게 의미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실’ 과 관계 맺는 일이다.

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실’은 인간의 삶 깊숙이 자리하며 나와 가족, 그리고 세상을 이어준 끈인 동시에 그것은 삶의 궤적으로서 발현된다.

동양철학에서도 미세한 끈으로 얽혀있는 세상은 인연(因緣)에 의해 생성되고 소멸된다. 마치 수양과도 같은 ‘실’을 엮어가는 행위는 나에게 세상을 엮어가는 것과 같은 삶의 에너지를 선사하며, 그 행위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과 유한한 순환성을 나타내고, 내 존재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나아가 인간과 우주, 森羅萬象의 자연을 하나로 보는 관점과 因緣生起로도 설명된다.

현재 나의 작업은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시대에 반하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바느질을 통해 소외된 혹은 배제된 기억을 추적하고 관계 맺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이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뿐만 아니라 작은 것에서 큰 것, 우주적인 것까지 고리를 이어 단절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희망의 에너지 선사하며 새로운 ‘연결성'을 창발하고자한다.

recognition(I will run to you)no.6_76x56cm_ Acrylic and thread on paper_2020
recognition(I will run to you)no.6_76x56cm_ Acrylic and thread on paper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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