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기고=전대열 대기자]박근혜 탄핵으로 등장한 문재인의 세월도 이제 종점을 향하여 줄달음치고 있다. 처음 청와대에 들어갈 때에는 끝날 것 같지 않던 기세가 막상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권력의 최고봉인 대통령 자리는 언제 왔다가 언제 가는지 미쳐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그랬다. 그 자리에 있을 때에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관조할 틈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모든 것이 뜻대로 풀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은 대체로 무난하게 임기를 마치지만 앞뒤를 가릴 줄 모르는 권력자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난다. 문재인은 나름대로 많은 정책을 내세우고 모두 성공한양 큰 소리치고 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분열과 갈등만 조장한 정권이라는 인식을 거두기 힘들다. 그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찰나적인 인기에만 매달려온 게 사실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인천국제공항을 대표로 점찍었다. 정권 초창기의 허니문 기간이라 언론도 비판을 삼갔지만 그것이 모든 직종으로 번져나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언한 참모는 없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대단한 경제 혁신으로 포장했지만 최저임금이나 인상한 것으로는 오히려 자영업자를 골탕 먹였을 뿐 임시고용의 대량해직이라는 역효과만 불러왔다. 부동산정책으로 표방되는 양도세 종부세의 중과는 집값이 내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거꾸로 대폭인상을 유도했을 뿐이다. 게다가 잘나가는 원자력발전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아 7000억이나 들여 새로 고친 원전을 폐쇄하고 풍력과 태양광발전을 신 에너지원으로 추장(推獎)하여 결국 국민의 전기료 부담만 키우고 있다.

문정권이 시도한 수많은 정책들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한 것은 인사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장관을 비롯한 고위직에 대해서는 국회의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되어 있는데 청문회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사람들을 대거 임명한 것을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정권들도 그랬지 않느냐고 변명하고 싶어도 그래선 안 된다. 문정권은 그 정권을 때려 엎고 전직 대통령을 두 사람이나 장기형에 처하여 감옥에 가둬놨다. 그렇다면 그들과 달라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한술 더 떠서 마구잡이로 30명이 넘는 장관(급)이 자리를 차고앉았다. 그들에게는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고분고분 아첨하고 아부하는 것만이 능사로 자리 매겼다.

조국과 추미애의 등장은 불길에 기름 부은 격으로 분열과 갈등의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른바 문빠로 지칭되는 친문좌파세력은 총동원령으로 서초동 법원가를 메웠고 우파 태극기부대는 광화문을 휩쓸었다. 가뜩이나 코로나 감염병이 창궐하면서 움추러 든 것은 국민뿐이다. 이 때 등장한 사람이 윤석열이다. 그는 전 정권의 국정논단을 징치한 검찰총장이다. 그를 임명한 문재인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과감하라.”고 격려했다.

대통령의 이 한 마디가 오늘의 윤석열을 만들었다. 그는 조국이 법무장관이 되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혐의사실을 청와대에 알렸다. 그러나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은 드러내 놓고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온갖 가족비리가 만천하에 공개되었지만 조국일가는 끄떡도 하지 않다가 추미애로 교체되었다. 추미애는 한술 더 떠서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정직 징계까지 밀어붙였다. 모두 법원에서 무효화시켰다. 윤석열은 대통령이 격려한대로 ‘살아 숨 쉬는 권력’을 향하여 칼을 들이댔다. 미운털이 박힌 그는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제 9개월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윤석열은 권력에 맞선 신선감으로 화려하게 야권 대선후보 1위에 올라있다. 국민의힘이 제일야당으로 지난 서울 부산시장 보선을 압승으로 이끌고 당대표에 36세의 이준석이 선택되어 국민의 관심은 온통 야당에 쏠려있다. 반면 여당은 이재명의 독주가 계속된다. 정세균 이낙연을 비롯한 박용진 최문순 김두관 이광재 추미애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야당의 주자는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윤석열과 최재형 안철수 원희룡 유승민 하태경 홍준표 등이 예상된다.

이들 중에서 누가 여야 대권후보로 확정될지는 오리무중이다. 더구나 윤석열 최재형 안철수는 아직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상태여서 너무 앞뒤를 재다가는 게도 구럭도 놓친다는 속담이 현실화할 수 있다. 고건이나 반기문의 사례를 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는 소신과 결단이 필요하다. 거기에는 반드시 판단력이 뒤따른다. 이리저리 재기만 하다보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차피 야권에서 입신하려면 제일야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과감히 뛰어들어 한 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좌고우면은 하지하수(下之下手)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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