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최한나 시인
사진 / 최한나 시인

 

아침을 기다리며

최한나

 

 

삐걱거리는 욕망의 수레바퀴

창문을 흔들어대는 이 밤이 질기다손

아침의 태동소리 막을 수 있으랴

 

고독한 긴 노숙에서

검은 커튼을 밀치고 일어나

일찍 세수를 마친

동녘 하늘 펼쳐지는 편지를 읽자

 

그리고 이제 떠나야 한다

구름안개 떨어내며 빛날이 가르는

홍해바다를 건너가자

 

갱년기를 앓는 이 계절의 블랙홀

뛰쳐나와 옷깃 다시 여미고

우린 이제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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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초심, 아니 그나마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 볼 때가 있다. 습작기의 詩 아닌 글 나부랭이들(?)도 귀한 나만의 유산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詩도 유행을 타는 것일까? 아님 내가 너무나 때가 많이 묻고 닳고 닳은 탓일까? 조금은 어리고 미숙하고 철이 없어서 오글거리는 그 때의 표정들이 행간마다 읽힌다. 하지만 순수의 정서가 순백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묘한 맛이다. 그래, 한 때 바다 하나를 건너기 위해 팔 다리를 걷어 올리며 동동거리던 앳된 시절이 있었다. 머물러 있을 수 없다며 첫 하늘가에 펼쳐진 편지를 읽기 위해 부지런 떨던 그 소녀를 본다. 그 소녀, 찾아 떠나야겠다. 늦지는 않았을까? 그 시절 소녀는 이런 詩를 써서 모 신문사에서 특별상이라는 것도 받았다네. 기교 투성이 화려한 수사의 묘술에 여우필법을 구사하는 흰머리 듬성듬성 시인을 반성한다. 삶을 반성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가 전부가 아니란 것! 그래 나그네다.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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