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기다리며
최한나
삐걱거리는 욕망의 수레바퀴
창문을 흔들어대는 이 밤이 질기다손
아침의 태동소리 막을 수 있으랴
고독한 긴 노숙에서
검은 커튼을 밀치고 일어나
일찍 세수를 마친
동녘 하늘 펼쳐지는 편지를 읽자
그리고 이제 떠나야 한다
구름안개 떨어내며 빛날이 가르는
홍해바다를 건너가자
갱년기를 앓는 이 계절의 블랙홀
뛰쳐나와 옷깃 다시 여미고
우린 이제 떠나야 한다
-------------------
가끔은 초심, 아니 그나마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 볼 때가 있다. 습작기의 詩 아닌 글 나부랭이들(?)도 귀한 나만의 유산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詩도 유행을 타는 것일까? 아님 내가 너무나 때가 많이 묻고 닳고 닳은 탓일까? 조금은 어리고 미숙하고 철이 없어서 오글거리는 그 때의 표정들이 행간마다 읽힌다. 하지만 순수의 정서가 순백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묘한 맛이다. 그래, 한 때 바다 하나를 건너기 위해 팔 다리를 걷어 올리며 동동거리던 앳된 시절이 있었다. 머물러 있을 수 없다며 첫 하늘가에 펼쳐진 편지를 읽기 위해 부지런 떨던 그 소녀를 본다. 그 소녀, 찾아 떠나야겠다. 늦지는 않았을까? 그 시절 소녀는 이런 詩를 써서 모 신문사에서 특별상이라는 것도 받았다네. 기교 투성이 화려한 수사의 묘술에 여우필법을 구사하는 흰머리 듬성듬성 시인을 반성한다. 삶을 반성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가 전부가 아니란 것! 그래 나그네다. 떠나자.
최봄샘 기자
bomsaem02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