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면서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유통된 화두(話頭)가 개혁(改革)이란 단어가 아닌가 싶다. 개혁이란 말 자체만큼은 좋고 멋진 것이다. 케케묵어 진부(陳腐)하고 퇴색 적이며 퇴폐적인 것들을 새롭고 신선하게 고쳐 나가자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멋진 화두가 많은 국민과 공감하고 공유하면서 소통해야 하는 데 그게 아니었다. 개혁이라고 하는 어느 국면의 당위성을 그럴듯한 미사여구(美辭麗句)로만 포장해 사용하는 듯싶게 국민의 현실 인식이나 인지도가 낮다. 주관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워 쏟아내며 유통한 것이다.

그게 유행어가 되어 어딜 가든 합리 비합리 불문하고 툭하면 터져 나오는 얘기가 개혁이란 화두다. 개혁이란 단어를 아무 데나 대다 붙이면 말발이 서고 신선한 이야기처럼 들리게 된다. 해석해보면 흔히 써먹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종교개혁 등등에 이어 붙이면 바로 국민의 삶과 직결된 현행 잘못된 질서와 제도와 문화적인 것들의 이슈 제기가 성립된다.

그러나 거기에는 보편적이며 공익적인 개혁에 적합한 필요성이 대두되어야 하고 명확한 근거와 이론이 받침 되어야만 한다.어느 것이든 개혁의 조건엔 그 사안에 따른 반드시 잘못된 뭔가가 존재해야만 된다. 즉, 개혁이라고 하는 신성한 말발을 성립시키며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잘못을 확 뜯어고쳐야 하는 기존 제도나 이론, 관행 관습에서 빚어진 적폐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쌓인 적폐를 찾아내 해당 분야에서 지금껏 누적된 잘 못 된 폐단들을 쏙쏙 뽑아 끄집어내야 화두가 입증된다. 그간의 잘못된 나쁜 제도 질서 관행 관습들을 근절시켜 바르게 세우는 것은 옳은 방향이며 바람직한 멋진 일이다.

적폐를 없애고 새롭고 좋게 고쳐내는 개혁이야말로 국민 삶을 바르고 윤택하게 하고자 하는 개선 방향과 방법이니 국민의 지지와 호응을 받아야 마땅하다, 바른 질서의 회복이요. 국민의 정서에 청량제가 될 것이며 묘약이 되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 그러한 기대와 소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잘못된 것들을 근본 뿌리부터 뽑아내고 새롭고 신선하게 고쳐 놓겠다고 하는 적폐청산과 개혁이란 화두는 민생에 쪼들리고 힘겨운 많은 국민의 마음을 위무하는 근사한 말맛이 되었다. 이에 갈채하며 호응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되었다.

먼저 개혁이란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보자. 우리말 사전에 나온 개혁의 정의는 잘못된 제도나 기구 따위를 뜯어고침으로 돼 있다. 잘 되어 있는 걸 뜯어고칠 리는 없는 것이므로 분명하게 잘못이 있어야만 한다. 이 정부가 내세우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종교개혁도 그간의 잘못된 제도나 기구 관행이나 관습을 확 뜯어고치자는 것이 아니겠나.

그런데 개혁을 부르짖고 내세우는 이들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전인수 격이다. 내게 가깝게, 내 맘에 들게 하고 나와 동질감을 가지고 같이 행동해야만 되는 그런 개혁이다. 나와 생각과 뜻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안 된다.

따져보면 배타적이며 이율배반적인 이슈들이 다분하게 많다. 상대편의 의사를 무시하고 편을 가르려는 건전치 못한 정신개혁 의식개혁부터 먼저 해야만 되지 않겠나, 싶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국민의 의사가 중심이 된다. 다수 가결의 원칙이 있다지만 소수의 의견도 경청하며 상대방이 발의하는 의사의 정당성을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한다.

이 정부에서 개혁이란 대의의 명제를 내걸고 추진하고 있는 분야나 사안의 논제들을 보면 개혁이라기보단 차라리 개선이나 혁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타당한 말이 아닐까?, 적폐청산과 개혁이라는 프레임을 들러 씌워 손을 보지 않아도 될 기존질서 제도 관행을 바꿔내겠다는 의욕 명분만으로는 개혁이라는 단어를 앞세운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중론이다. 여론이 곧 민심이며 민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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