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기고=전대열 대기자]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원했다는 뉴스가 들어온 것이 2019년11월이다. 무섭게 번지는 감염병을 막는 방법은 접촉금지가 최선이다. 중국에서의 입국을 완전히 차단했더라면 초기의 한국을 강타한 전염병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희망은 정부의 우유부단으로 물 건너갔다.

중국의 눈치를 살피며 우왕좌왕하다가 시기를 놓치고 코로나는 창궐했다.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하더니 대구지역의 감염속도는 도시를 마비시킬 정도로 위기를 조성했다. 한 때 대구시는 텅 빈 도시가 되었지만 전 국민의 응원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정상을 되찾았다.

입원실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로 환자를 이송하는 희생정신은 영호남을 이어주는 훈훈한 정감의 표시였다. 외국의 교포들을 집단수용하는 지역주민들이 일시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다가 나중에 환영의 프래카드를 내건 것은 극적인 인간애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은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는 DNA가 있다는 자화자찬도 나왔지만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용기를 가지고 대처하는 전통은 옛날 옛적부터 이어져온 바다.

코로나19는 해를 넘기며 수구려 드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2차 3차 유행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4차 유행에 접어들며 하루 1000명대를 훌쩍 넘기며 2000명대를 염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그날부터 오히려 감염병은 극성을 부리고 있으며 저녁시간 2인 이상 밥 먹기도 금지되었다. 믿는 구석은 백신접종 뿐인데 정부의 오락가락이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백신도 확보하지 않고 예약부터 받더니 이를 중단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어 신뢰를 떨어트린 것은 물론 청와대 방역담당관이라는 기모란은 방역담당이어서 백신과는 상관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발표는 국민을 농락하는 행위다. 모든 공무원은 담당부서가 정해져 있지만 긴급 시에는 자기분야가 아니더라도 지원하도록 되어 있으며 더구나 ‘백신은 방역의 기본’ 아닌가? 지금 코로나19는 여러 가지 변이바이러스로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백신의 효과는 크지만 변이바이러스의 감염속도는 무섭게 빠르다. 게다가 페루를 휩쓸고 있는 람다바이러스는 인구10만 명당 596명의 사망자를 기록한다. 코로나는 왜 이렇게 변이가 속출하는지 무려 11개의 변이바이러스가 창궐한다.

요즘 한국에서도 확진자의 대부분이 변이라고 하니 더욱 답답하다. 이런 즈음에 1년간 미뤘던 도쿄올림픽이 드디어 7월23일 개막식을 올린다. 정상이라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는 취소되어야 옳다. 일본국민의 70~80%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강행태세다. 일본의 코로나 번짐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숫자다. 한 때 일본정부가 검사를 제한하여 숫자를 줄여 발표한다는 의심까지 샀으나 당국이 발표하는 숫자도 많기는 마찬가지다.

선수촌에 입소한 경기인 중에서 벌써 한 사람의 확진자가 나왔다. 한국선수들의 숙소에 내건 현수막 문구가 이순신의 어록이라고 해서 IOC는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리 측은 순순히 따르면서도 일본의 욱일기와 독도문제를 걸고 들어가 귀추가 주목된다. 당연히 한국의 항의를 받아드려야만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는 올림픽정신을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을 강행하는 일본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해(利害)가 맞 떨어지는 처지여서 일본을 두둔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욱일기와 독도에 대한 확고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일부종목에 대한 불참도 고려할 수 있다. 갈고 닦은 선수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차마 꺼내기 어려운 결정이지만 민족의 자존심까지 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올림픽에 문재인대통령이 참석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단순히 경기 구경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기본상식이다. 한일관계가 매우 나쁜 단계에 접어들었기에 이를 전환시킬 필요성은 양국 모두 인정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통하여 현안을 해결한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들어간다. 오랜 숙적관계에 있는 한일외교문제는 양국이 모두 한 발짝씩 양보하겠다는 확고한 뜻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금까지 행태로 보면 양보는커녕 추가문제까지 등장할 태세다. 며칠 전 주한일본 공사라는 사람이 문대통령을 향한 망언을 했다고 해서 외교부에 일본대사가 초치되고 사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외교관의 본분을 벗어난 인물이 어떻게 공사 직위까지 꿰찼는지 몰라도 일본정부는 즉각 소환하여 해임하는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도쿄에서 문대통령과 스가총리의 정상회담 가능성은 크게 열려있다.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마음을 터놓고 자질구레한 문제는 제쳐놓고 큰 틀에서 서로 주고받아야만 성공적인 정상회담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정상들은 양보를 잘 해야 얻는 것도 크다. 굴욕적인 양보만 아니라면 국민설득도 문제없다. 그들의 마음 크기에 달려있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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