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노사, 내일 임단협 교섭 재개
기아, 교섭 결렬…중노위에 쟁의 조정 신청
한국GM, 생산직 근로자 2시간씩 부분 파업

국내 자동차 업계의 노조리스크가 여전하지만 최근 노사 교섭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등 임단협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이다. (사진=현대차)
국내 자동차 업계의 노조리스크가 여전하지만 최근 노사 교섭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등 임단협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이다. (사진=현대차)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의 노조리스크가 여전하지만 최근 노사 교섭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등 임단협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이다.

이는 현대차 노사가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약에 잠정합의하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도 임단협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다만 현대차의 잠정합의안이 가결될지 미지수인데다 기아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한국GM이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등 자동차 업계의 ‘하투(夏鬪) 리스크’는 여전히 드리워진 상태인 한편, 르노삼차 노사도 22일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여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기본급 7만5천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을 고려해 2009∼2011년에 이어 10년 만에 두 번째로 '3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27일 진행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올해 임단협은 당초 계획대로 여름휴가 전에 완전히 마무리된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이번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받을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회사가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내는 상황에서 성과 보상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불만도 계속 제기된다.

노조가 요구한 정년 연장은 잠정합의안에서 빠졌지만,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 등 여전히 성과 보상보다는 고용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도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현대차 노조는 작년에도 11년 만의 임금 동결 등을 담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결과 찬성률 52.8%로 가까스로 가결한 바 있다.

현대차는 작년 기준 전체 직원 7만2천20명 중 정비·생산직이 3만6천385명으로 절반(50.5%)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 사무·연구직은 2만4천432명으로 33.9%다.

현대차의 잠정합의안 도출이 나머지 완성차 업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기아 노조는 전날 소하리공장 본관에서 열린 8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9만9천원(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정년연장(최대 만 65세),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아직 별도 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3일 쟁의 발생 결의와 28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 향후 중노위 조정 결과 등에 따라 여름휴가 전 쟁의행위 돌입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작년에도 노조가 4주간의 부분파업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은 끝에 4개월 만에 기본급 동결과 경영 성과금 150% 지급,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은 대체로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에 따라 기아의 임단협이 진행됐지만 작년 엇박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아직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석달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8월 초 여름 휴가를 앞둔 이번 주와 다음 주 초가 르노삼성차 노사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르노삼성차와 노조에 따르면, 22일 오후 2시 노사가 임단협 교섭을 재개한다.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6차례 실무교섭에 이어 지난 4월 29일 임단협 9차 본교섭을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9차 본교섭에서 2020년, 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격려금 500만원 지급, 순환 휴직자 290여 명 복직, 6월부터 1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사측 제시안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벌인 바 있다.

다행히 르노삼성차가 생산한 XM3 유럽 수출 물량이 많이 늘어나는 등 경영 여건이 개선되면서 노사 협상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노사 모두 여름 휴가를 이전에 임단협을 타결하자는데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주 교섭에서 기본급 등 핵심 쟁점과 관련해 진일보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노조는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싶다면 회사가 최대한의 제시안으로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도 “부산 공장 미래를 위해 임단협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르노삼성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이틀간 가동을 멈춘 부산 공장에서 이날 조업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최근 XM3 유럽 수출 물량이 많이 늘어나면서 차량 부품 공급난이 발생해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나, 르노그룹에서 적극적인 부품공급 지원으로 당분간 조업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XM3는 지난 3월 유럽 4개 국가에 사전 출시돼 4개월 동안 2만대가 판매됐다.

한편, 한국GM은 전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부분 파업 등 투쟁지침을 마련하고, 21일 전반조와 후반조 생산직 근로자가 2시간씩 파업을 하며 잔업과 특근도 거부한다.

한국GM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등을 거쳐 이미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5월 27일부터 13차례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양측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을 확약해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를 해소해 줄 것과 월 기본급 9만9천원 정액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천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당초 첫 제시안보다 인상된 월 기본급 2만6천원 인상과 일시·격려금 400만원 지급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현 시점에 생산계획 연장을 약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노사 모두 협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부분파업 이후인 22∼23일 ‘금액 줄다리기’를 하며 교섭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와 한국GM 등은 여전히 노사간 입장차가 작지 않아 노조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현대차의 임단협 잠정합의와 르노삼성차의 22일 노사 협상 재개 등은 여름휴가 전 국내 완성차업체의 임단협이 대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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