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면세 역직구 등 새로운 제도 도입 허용해야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 마련

포스트코로나시대 대응 위해 면세점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진=김상미 기자)
포스트코로나시대 대응 위해 면세점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김상미 기자)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포스트코로나시대 대응 위해 면세점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 면세한도 상향 및 구매한도 폐지, ▲ 온라인 면세 역직구 등 새로운 제도 도입 허용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1인당 국민 소득과 해외 소비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내국인 면세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87년 10만 원이었던 면세한도는 2014년 상향된 600달러로 유지되고 있으나, 주변국의 면세한도 규정과 비교해봤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최근 정부가 허용한 무착륙관광비행 이용객의 1인당 면세품 평균 구매액은 약 1,375달러로 면세 한도인 600달러보다 약 2.3배 높은 수치이다. 백신 보급 확대에 따라 트래블버블 논의가 활발한 지금 억눌려있던 여행과 면세쇼핑 수요를 고려하여 면세한도 상향이 수반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해 2,000달러 수준으로 조정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5천 달러로 제한된 ‘내국인 면세품 구매한도’는 세계 유일한 규제로 이로 인해 내국인의 국내 소비가 해외 소비로 이전하게 되어 내수 진작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가 크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소비한 지출 규모는 약 35조 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자국민의 지갑을 하이난 면세점에서 열도록 장려하고 있듯이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려 내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면세산업은 더 이상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특권층만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 아니다는 인식이 보편화 됐다는 것이 면세사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면세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구매한도를 두는 대신 내국인이 입국 시 금액에 비례한 세금을 납부하는 시스템으로 바꾼다면 내수 진작은 물론 국내 면세점의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오픈한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 시내 면세점. (사진=하이난 개발 홀딩스)
올해 1월 오픈한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 시내 면세점. (사진=하이난 개발 홀딩스)

@ 온라인 면세 역직구 등 새로운 제도 도입 허용해야

여기에 유연한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한목소리이다. 면세업계에선 국내 브랜드만을 대상으로라도 ‘온라인 면세 역직구’에 대한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등 관계부처의 유연한 방침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면세 역직구’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아도 면세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배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법적으로 제도화 해야 한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한목소리이다.

코로나19로 면세업계 내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곳은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한국 면세점 채널을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해오던 국내 브랜드다. 국내 브랜드의 성장 없이는 한국 면세산업 전체도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면세업체들은 어떻게든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중국인 대리구매상에게 판매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 대리구매상의 국내 면세상품 독점현상 또한 일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면세 역직구 제도 도입으로 인해 자칫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나, 면세점과 일반 온라인몰의 판매 상품군이 거의 겹치지 않아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 한국 면세점,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 마련해야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면세점 산업의 근원적 변화와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 면세점은 빠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새로운 혁신으로 재도약을 준비해야합니다”

이갑 한국면세점협회장은 지난 6월 10일 면세산업 포럼에서 세계 면세시장의 격변 속에서 한국 면세점이 살아남기 위해선 40년간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이같이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한국 면세점이 처한 시장 상황이 몇 해 전 조선업과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다.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후발주자로 시작해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산업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세계 시장에 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면세점 또한 코로나19로 더욱 빨라진 언택트 시대에 ‘스마트 스토어’ 환경 구축, ‘라이브방송’ 채널 활용 등 새로운 면세점 형태를 제시하며 앞서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한국 면세점은 세계 최초 인터넷면세점을 오픈한 경험이 있다. 온라인 시대 발 빠른 대응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며 세계 면세업계를 선도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이 시장 변화에 따른 수요 예측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국 조선업계를 따돌리고 코로나19 여파에도 3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듯이, 한국 면세점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중국 등의 면세점을 견제해야 세계 1위 면세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한국 면세점들의 해외 진출 확대와 투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차이나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재필 숭실대 무역학과 교수는 “포스트코로나시대엔 비대면과 세계화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한국 면세점들의 중국인 고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선 정부의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재 국내 면세점 중에선 롯데면세점이 일본, 괌,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 6개국에서 12개점을 운영하고 있고, 신라면세점은 2013년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단일 브랜드 매장 운영을 시작으로 홍콩, 태국 등에서 점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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