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국 반도체 20조원 투자 결정 관심
취업제한과 2건의 다른 재판으로 제약 불가피
경제계는 "환영", 노동계·시민단체는 "특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오는 13일로 결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오는 13일로 결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오는 13일로 결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삼성이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가석방이 되더라도 취업제한과 2건의 다른 재판으로 인한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풀려난다.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지 207일 만에 약 7개월 만에 풀려나는 것이다.

그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해온 재계에서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삼성의 '총수 부재'에 따른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은 이날 일제히 이 부회장 가석방 환영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사면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움을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태희 상근부회장 명의의 논평을 내고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게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허용해 준 점을 환영한다"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전략 산업 선점 경쟁에서 국가 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며 "앞으로 해외 파트너 미팅, 글로벌 현장 방문 등 경영 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 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달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부회장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허용한 법무부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삼성은 경제 위기 극복과 관련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경영계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져 다행"이라며 "다만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의 어려움이 있어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중앙뉴스DB)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중앙뉴스DB)

한편,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76단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삼성전자가 미국 등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재계에서는 회사 장기 미래를 좌우하는 굵직한 투자는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최근 이 부회장이 출소하면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와 M&A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과 관련한 결정도 이 부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끊겼던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도 가시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분야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 사업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나왔다. 특히 故 이건희 회장 별세에 이어 이 부회장의 재구속 등 연이은 악재로 내부가 침체돼 있어,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회사를 일신하고 '뉴삼성'으로의 변화를 통해 활력을 되찾길 바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가석방 되더라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유효하다. 이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예외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또한 이 부회장의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인 데다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어서, 이 부회장이 경영 행보에 온전히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계속 요청할 예정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국가 경제에 이 부회장이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한 이 부회장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데 대해 노동계·시민단체의 입장은 "특혜"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 가석방이 재벌 총수와 삼성에 대한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노동계는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대한민국이 '삼성 공화국'임을 증명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논평에서 "국정농단의 몸통이요 주범인 범죄자에 대한 단죄를 거부한 것이며 이 나라가 재벌 공화국, 삼성 공화국임을 증명한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추락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던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논의가 있는 시점에 국정농단의 몸통은 감옥에서 풀려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 과연 누가 동의하고 공감하겠느냐"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거론, "누가 봐도 재벌 봐주기이며 여전히 '법 위에 삼성'인 나라임을 확인시켜준 결정"이라며 "사법 역사에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회사를 일신하고 '뉴삼성'으로의 변화를 통해 활력을 되찾길 바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김상미 기자)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회사를 일신하고 '뉴삼성'으로의 변화를 통해 활력을 되찾길 바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김상미 기자)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며 사법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이번 결정의 '몸통'인 문재인 대통령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삼성 재벌총수만을 위한 가석방 특혜'를 이번에 또 받은 셈"이라며 "사법 정의는 땅에 떨어졌으며 법치주의는 역사적 퇴행을 맞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점, 지난달 법무부가 가석방 심사 기준을 완화한 점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 가석방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명백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13일 석방 후 머지않은 시일 내에 국내외 출장 등 행보를 할 것이라는 예상되면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만큼 경영 정상화 못지않게 대국민 신뢰 회복에도 주력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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