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대면 사상 최대 실적 거둔 5대 은행, 금융당국 주문에도 정기 공채 부담...왜?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들이 금융당국의 주문에도 대규모 인원을 정기 공채로 뽑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은 하반기 정기 공채를 진행한다.(사진=중앙뉴스 DB)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은 하반기 정기 공채를 진행한다.(사진=중앙뉴스 DB)

매년 하반기에 수백명씩 공개채용을 실시해 왔던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아직도 하반기 채용 계획(일정.규모)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은 하반기 정기 공채를 진행한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게도 '청년층 고용 창출'을 주문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한 간담회에서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하는 '질 좋은 금융 일자리' 제공을 위해 금융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권이 올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을 언급하면서 그에 맞춰 사회에서 기대하는 부분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늘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고용 창출에 힘써달라고 했다.

은 위원장의 주문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금융권이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금융의 급속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대면 문화가 은행권에 자리 잡아가고 있고, 은행 점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형태로 대규모 인원을 정기 공채로 뽑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인공지능(AI) 개발자, 핀테크 전문인력 등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는 신규 일자리를 적극 발굴하는 것과 함께, 신성장·혁신분야, 창업·벤처분야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실물경제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업무가 점차 비대면으로 옮겨가고 점포 폐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과거같이 대규모 채용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사진=중앙뉴스 DB)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업무가 점차 비대면으로 옮겨가고 점포 폐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과거같이 대규모 채용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사진=중앙뉴스 DB)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 듯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업무가 점차 비대면으로 옮겨가고 점포 폐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과거같이 대규모 채용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IT, 데이터 전문가 등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는 일자리는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의 리테일 업무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급격히 대체되고 있고, 특히 인터넷은행들이 인건비보다 IT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판관비를 낮추고 있어 시중은행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력구조 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여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시중 은행들 역시 "당분간 일자리도 이런 경쟁에 적합한 디지털, IT 분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상반기 IT(정보기술), 데이터 부문 수시 채용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인력도 배치하는 단계여서, 아직 하반기 채용 일정과 규모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했고 우리은행은 "국가 유공자 보훈 채용이 조만간 예정돼 있지만 하반기 일반 채용의 일정과 규모는 현재로선 미정"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예년에 공채를 하지 않았던 상반기에 100여명의 채용을 했다"며, "현재 채용 연계형 디지털 하계 인턴십(20명)이 진행 중이여서 하반기
채용 일정과 규모는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채용연계형 인턴을 모집 중으로, 하반기 정식 공채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하반기 디지털, ICT(정보통신기술) 수시채용 석박사 특별전형을 두 자릿수 선발을 목표로 진행 중으로, 하반기 정확한 채용 일정과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하반기 디지털, 경력직, 영업직 등 다양한 분야의 채용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작년 하반기(150명)보다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시중의 5대 은행들은 "지난 2018년 까지만 해도 신입사원들의 채용규모가 매년 3000명 가량에 달했으나 올해는 10분의 1로 줄어든 상태다."

5대 은행들은 "지난 2018년 까지만 해도 신입사원들의 채용규모가 매년 3000명 가량에 달했으나 올해는 10분의 1로 줄어든 상태다."(사진=방송 캡처)
5대 은행들은 "지난 2018년 까지만 해도 신입사원들의 채용규모가 매년 3000명 가량에 달했으나 올해는 10분의 1로 줄어든 상태다."(사진=방송 캡처)

한편 국책은행들은 "매년 하반기 정기적으로 해온 공채를 올해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KDB산업은행은 9월 중 채용 규모와 일정을 확정해 공고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상·하반기에 각각 50명, 59명을 뽑았고 올해 상반기에도 56명을 뽑았다.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도 지난해 하반기(59명)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도 하반기 3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다만 공고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올 상반기에 10명을 채용했던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35명을 뽑았던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채용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출입은행은 매년 상·하반기 공채를 통해 연간 50∼60명을 채용했다.

IBK기업은행도 올해 하반기 채용을 준비 중이다. IBK기업은행은 매년 9월에 하반기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9월이 아닌 11월로 채용을 미룬 바 있다. 국책은행중에서는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한다.

기업은행은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300∼400명대 규모를 채용해 왔다. 올 상반기에는 100명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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