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희생을 담보로 우리 미래에게 자유를 주기위한 가장 큰 투자

윤장섭 기자
윤장섭 기자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이자 카불의 관문으로 잘 알려진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이 최근 전세계 언론들로 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카불, 그곳에선 도데체 무슨일이 일어났는가."

"세계의 유명 언론들이 특파원까지 파견해 카불의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 하는 이유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게 대통령궁을 통째로 넘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그리고,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 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지도층 인사들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던 자들이 '필사'적으로 카불을 탈출하기 위한 모습들이 고스란히 유명 언론의 TV에 잡혔다."

탈레반의 보복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 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자들의 마지막 선택은 카블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유년시절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민통선 지역의 최전방 마을에서 자랐다." 그래서 누구보다 "반공(反共)과 승공(勝共)이라는 단어를 항상 머리와 가슴"에 담고 살았다. 이승복 어린이가 무장간첩에게 공산당이 싫다고 했다가 사지(四肢)를 찢기는 죽음을 당했다고 배우고 자란 세대다.

하여 필자는 이번 아프가니스탄의 사태를 보며 탈레반은 곧 공산당이라는 공식이 순간 떠올랐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적(敵)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에서 이슬처럼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자 소름"이 돋았다. 더욱이 "화면에 비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의 필사의 탈출 모습도 1975년의 남베트남 패망 당시 미군이 사이공을 떠날때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해 패전국의 슬픈 현실을 다시 복기(復棋)하게 만들었다.

당시 미국 공군(U.S AIR FOREC)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C-17 수송기에는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체의 외벽에 까지 매달리며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했다. "어차피 남겨진 이후의 삶은 죽음이외에는 달리 선택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느 나라든지 이념과 노선을 달리하는 세력이 정권을 찬탈(纂奪)하게 되면 자신들과 대척점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다. 탈레반에 의해 정권을 빼앗긴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은 그래서 더 공포스러운 것이다.

이런 실상은 당장 "외신을 통해 전세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외신들이 전한 수도 카불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으며, "정부군과 친(親)정부 민병대는 보복을 우려해 군복을 벗어 던지고 달아났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에게 항복을 선언하고 우즈백키스탄으로 망명했다"는 사실은 무능한 정권과 부패가 만든 비극의 현장이라는 말 외에 더 붙일 수식어가 없다. 국민들만 불쌍할 뿐이다.

오합지졸(烏合之卒)의 군대를 거느리고 안보를 말한다는 것은 제2, 제3의 아프가니스탄을 말하는 것과 같다. 더군다나 아프가니스탄 국방을 책임진다는 정부군 병력이 명부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야말로 '유령 군대'가 지금까지 국방을 책임졌다는 이야기다.

군인들의 급료를 가로채기 위해 군 간부들이 허수로 군인들의 숫자를 기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더 놀라운 것은 "지방의 관료들이 적군과의 동침을 꺼리낌 없이 해왔다"는 사실이다. 거기다 군 고위 지휘관들 마저 탈레반과 항복 거래를 했다고 하니 바이든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의 몰락을 예상하면서도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것은 너무나 현명한 판단이었다.

"자주국방(自主國防)이 안되는 나라의 전형적인 모습이 바로 작금의 아프가니스탄 사태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럼 화면을 돌려 "2021년의 대한민국" 안으로 들어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작금의 대한민국은 "안보 파트너인 미군의 도움없이 우리군 스스로 북한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라고...

이런 의문은 어쩌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사태를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갖는 생각일 것이다.

필자는 "안보 파트너로서의 미군의 역활에 대해 생각해 봤다." 미군은 "6.25 전쟁 이후 70여년간 대한민국의 국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억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전력이다. 그래서 미군이 떠난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자주국방에는 회의적(懷疑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북한은 줄기차게 미군철수를 외치고 있다. "안보 파트너가 떠난 한반도의 미래와 미군이 철수한지 4개월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과 북한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을 나약하기만 한 아프가니스탄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이 대한민국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자주국방에 회의적이라고 언급하는 이유는 "핵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 때문이다. 반대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대해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역량을 강화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언제든 미군이 철수한 대한민국을 무력으로 적화하기 위해 무기들을 극대화 시켰다.

이는 북한의 대남전략이 전혀 변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의 힘만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은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이라 해도 불가능 하다. 이렇게 기울어진 전력을 갖고 있는데도 우리국민들 중 다수는 무슨 생각으로 미군의 철수를 말하고 또 공공연하게 6.25는 북한의 남침이 아닌 북침을 운운하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안보 현실에서 한·미동맹 강화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 아프가니스탄의 사태에서 보고 느꼈다.

한동안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優先主義)를 들먹여 한·미동맹이 다소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동맹을 원상 회복하겠다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고 우리는 다시 안보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국가안보는 우리 스스로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줬다.

지금 대한민국 안에서는 북한과의 전쟁을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이 한창이다. 북한이 선심쓰듯 "통신선 하나를 복원해 놓고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훈련을 연기해야한다"고 연판장을 돌린 어리석은 의원들이 많았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할아버지가, 아버지가 목숨값으로 지켜낸 조국이다. 당신들이 태어나 편안하게 자유를 누리고 인권을 외치며 촛불시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피값으로 지켜낸 우리의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안보를 해칠 권한은 없다. 왜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우리 후손에게 평화와 자유를 물려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우리군의 전투력을 높이는 것은 북한과의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우리군의 무언의 압력이다. 하여 우리 스스로가 강해져야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안보는 공짜가 아니며, 안보는 희생을 담보로 우리 미래에게 자유를 주기위한 가장 큰 투자라는 것을 최근 탈레반이 우리에게 가르쳐 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