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악화‧재정정책 유효성 약화‧취약계층 집중 등

수출 회복이 지속 중인 가운데 4차 대유행에 따른 내수 부문 충격으로 경기 개선세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2분기 국민계정상 수출 경기는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 또 민간소비가 반등세를 이어가면서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와 전년동기대비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그러나 7월에 들어 코로나 4차 대유행과 이에 따르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조정으로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횡보하는 가운데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불안한 경기 회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7월 소비는 코로나 4차 대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의 영향으로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6월 전월비 1.4%에서 7월에 0.6%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특히 소비 핵심 지표인 내구재 소비는 통신기기, 컴퓨터가 증가했으나 가전, 승용차 부문이 감소하면서 6월(전월비 0.8%)에 이어 7월에도(2.8%)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 중이다.

또 전체 설비투자가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투자 선도 부문인 ICT 투자는 부진한 모습이다. 7월에 들어 전체 설비투자지수는 기계류와 운송장비에 대한 투자가 모두 증가하면서 7월 중 전월비 3.3%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투자 부문 경기를 선도하는 ICT 투자는 6월(전월비 12.4%)에 이어 7월(4.7%)에도 감소세를 지속 중이다.

한편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자본재수입액과 국내기계수주액은 모두 증가세를 지속 중이어서 향후 설비투자 회복세는 이어질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소는 전망하고 있다.

분기 경제성장률(좌)(자료=한국은행)/경기 동행 및 선행 지수순환변동치 (자료=통계청)
분기 경제성장률(좌)(자료=한국은행)/경기 동행 및 선행 지수순환변동치 (자료=통계청)

더불어 공공 부문 건설 경기는 호조를 지속 중이나 민간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동행지표인 건설기성은 공공 부문이 호조를 보여 4월 이후 증가세를 유지 중(7월 중 전년동월대비 1.2%)이다. 그러나 발주자별로는 민간 부문의 기성실적(7월 중 전년동월대비 0.0%)이 정체되는 모습이다.

한편 향후 건설 경기 수준을 예고해 주는 건설수주액(선행지표)은 7월 중 감소세(전년동월대비 15.7%)를 기록했는데 이는 공공 부문 수주가 전년동월대비 18.1%의 증가했으나 민간 부문 수주가 21.1% 감소했기 때문임 것으로 분석됐다.

8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34.9%로 ‘20년 11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 중이다. 8월 수출은 글로벌 경제 회복과 단가 상승의 영향으로 7월 증가율(전년동월대비 29.6%)보다 높은 34.9%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의 수출 호조가 수출 단가 상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반면 수출 물량이 제한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판단된다. 한편 최근 글로벌 경제의 전반적인 회복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력 시장인 중국, 미국, EU 등에 대한 수출이 호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12대 주력 수출 품목 모두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수출 호황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연고소는 강조했다.

전년도 침체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고용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7월 중 전체 실업률은 3.2%로 전년동월(2020년 7월의 4.0%)보다 하락했으며 7월 확장실업률도 12.7%로 전년동월의 13.8%보다 개선됐다. 또 전년도의 고용 충격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7월 중 대부분 업종의 취업자 수가 증가해 전체 신규취업자(취업자 수 증감) 수는 전년동월대비 54만2000명에 달한다. 신규취업자는 3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 중이나 기저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4월을 정점(65만2000명)으로 증가 폭 자체는 감소하고 있다.

여전히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가운데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도 점증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 전이 효과로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증가세가 커지고 있다. 수입물가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3월 증가세로 전환된 이후 증가 폭이 높아져 7월에는 전년동월대비 19.2%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수입 물가 상승세의 확대가 기업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월 전년동월대비 6.6%에서 7월에 7.1%로 크게 높아졌다.

한편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2.6%로 2012년 3월(2.7%)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 중이다. 특히 8월 생활물가 상승률은 2017년 8월(3.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전년동월대비 3.4%를 기록하면서 물가 수준이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분기 들어 방역 상황 악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가계심리가 악화되는 모습이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2.5p를 기록하며 지난 6월(110.4p)이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가계의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체감 정도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와 향후경기전망 CSI도 모두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가계심리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기업 부문의 경제 심리는 8월보다 9월이 소폭 개선되는 모습이다. 전경련 BSI와 한은 BSI 모두 8월에 침체되는 모습이었으나 9월에는 다시 반등하면서 기업들의 시장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확산 중이다.

산업별 경기 동향을 살펴보면 광공업 경기가 회복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주 급감에 따른 건설업 경기 불안과 소비 위축에 따른 서비스업 경기 하강 가능성이 우려된다. 7월 전산업 생산증가율은 6월 전월대비 1.6%에서 7월에 0.5%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제조업은 여전히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역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생산 증가세가 약화되고 출하 증가 폭과 재고 감소 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며 7월 서비스업은 전월비 및 전년동월대비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전월비 증가율이 확연히 낮아지는 모습(6월 1.6%에서 7월 0.2%)이다.

특히 숙박·음식점(전월비 4.8%), 운수 및 창고업(0.5%), 협회·수리·개인(0.2%) 서비스 등 관광 및 서민 업종의 부진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7월 중 건설업은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건축(전년동월대비 19.4%)과 토목(5.7%) 부문이 모두 감소하면서 업종 경기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향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리스크 요인으로 ‘4차 대유행과 소비심리의 악화‧4분기 재정정책의 유효성 약화‧금리인상 충격의 취약계층 집중’ 등을 꼽으며 현실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내수 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력효과(履歷效果, hysteresis)에 따른 내수 침체 장기화 우려가 존재한다.

3분기 4차 대유행으로 방역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코로나 위기에 대한 사회적 내성(耐性)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요인도 존재하지만 6월과 7월의 소비 심리가 악화되고 실제 7월 소비 위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만에 하나 방역 상황 개선이 지연돼 높은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장기화될 경우 내수 부문 부진이 이력효과(이전 기의 소비 지출 규모가 다음 기의 규모에 높은 영향을 주는 효과로 소비가 일단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 회복되는 데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현상)에 의해 심화되면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연구소의 판단이다.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조기 재정 집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4분기 재정 지출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예산 총지출 규모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경기 방어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지속 중이다.

그동안 재정정책은 2020년 중 네 차례 추경과 2021년의 두 차례 추경을 통해 ‘경기 진작’과 ‘사회 안전망 강화’에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올해 4분기 중 기간 구조상의 재정 지출 공백이 우려되는바 일시적으로 경기 방어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2021년 상반기 정부의 집행관리대상사업 집행률은 1차 추경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 68.2%(234.2조원, 전년대비 +1.7%p)에 달하고 있다. 또 2차 추경도 9월6일부터 지급되는 국민지원금의 재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4분기 중 정부 재정지출의 경기 진작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020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정부 부문(정부소비 + 정부고정투자)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1~3분기 플러스를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단, 9월부터 지급되는 국민지원금이 소비 구축효과 없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경우 이러한 우려가 완화될 수도 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금융불균형 완화와 인플레이션 우려 불식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자칫 가계 구매력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 회복을 저해할 수도 있다. 자산 시장의 폭등과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를 위해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으며 향후에도 금리 인상 추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금리 인상을 통한 과잉 유동성 회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기에 한국은행의 정책적 판단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경기 양극화(수출 경기는 호황이나 내수 경기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 상황에서 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금리 상승이 소득이나 수익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가운데 생계형 대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저소득 가구, 영세 상공인, 중소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소는 3분기 현재 한국경제가 회복 국면에 위치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경제 여건은 지난 2분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3분기 첫 달인 7월에 4차 대유행과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내수 부문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4차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수도권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7월12일부터 최소 10월3일까지 연장되면서 3분기(7~9월)가 온전히 4차 대유행의 영향권 내로 들어왔다.

다만 수출 회복세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적 내성 강화와 온라인 소비 비중 상승이라는 안전판이 있기 때문에 소비 부문이 8월과 9월에도 침체를 지속할지 여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4분기 경기 흐름은 미약하나마 회복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내수 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된다면 예상외로 높은 강도의 침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4분기에도 여전히 수출이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 가운데 내수 부문이 느린 속도로 개선되는 모습이 예상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된 3대 리스크 요인(4차 대유행과 소비심리의 악화, 4분기 재정정책의 유효성 약화, 금리인상 충격의 취약계층 집중)이 현실화될 경우 경기 회복세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외 2020년의 경우처럼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4분기부터 5차 대유행이 시작될 경우 경제가 다시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연구소는 한국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고 경제주체들이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먼저 민간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나 민간과 정책 당국의 경기 인식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 경제 위기 장기화에 대응해 ‘위드 코로나(With Corona)’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으며 소비 심리의 악화 방지와 기업 투자 심리의 개선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경제의 유일한 성장판인 수출 경기 회복세 유지를 위해 차별적인 시장 접근 전략 마련과 신흥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능력 확충이 요구되며 확장적 재정정책 효과 지속을 위한 노력과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의 부작용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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