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이재인] 마대나 비닐 비료포대가 나오기 전에는 방앗간에는 가마니가 필수였다. 볏집을 가로세로 엮어 짜낸 가마니, 지금은 가마니 짜는 집이 없다. 옛날에는 농민들에게 군에서, 면에서 가마니 짜기를 독려했다.
가마니는 쌀을 담거나 보리, 밀, 조, 콩 등을 담는 일종의 곡식 봉투로 쓰였다. 가마니에 든 쌀은 임금님에게도, 정승에서 고관대작의 곳간에도 들여졌다.
가마니는 일제하에 더욱 장려되었다. 그 이유는 자명했다. 공업이 발달하지 못한 일본에서 기름지고 값진 미두를 군산항, 제물포항, 부산항에서 일본으로 실어가는 용기로 가마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6.25 전쟁 직후부터 미군들의 군수 물품을 포장했던 근대식 마대를 가마니 대신 사용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자연스레 가마니의 사용이 줄어들게 되었다. 어느새 가마니는 자취를 감추었고, 이제는 백과사전이나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네 선조들은 젊은 시절 가마니를 짊어지었던 흔적이 아직도 등허리에 남아있다. 백일홍처럼 피어난 붉은 자국이 등에 알알이 맺혀 있는 것이다. 이런 아프고도 찬란한 역사를 오래오래 기억하는 것이 후손들의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민속박물관에서 모진 비바람 속에서 살아남아 지금까지 숨 쉬는 역사를 만나게 되었다. 마음 약해 부르짖지 못하는 가마니라고 못난이는 아니다. 철지난 민속이지만 안녕을 고(告)할 수밖에. 아무리 침묵이 금이라도 나는 기록할 수밖에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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