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훨훨’- 중소기업 ‘몸살’…양극화 갈수록 심화
은행권, 취약대출자에 금리할인·연체이자감면 등 지원 강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모습. (사진=김상미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모습. (사진=김상미 기자)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빠른 경기 회복과 수출 활황으로 대기업은 훨훨 날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부채비율이 낮아졌으나 중소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빚에 의존하면서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에서 개인사업자(자영업자)를 뺀 순수 중소기업(법인)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452조5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3%(42조3천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이 2조6천억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이 기간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진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이 10.8%임을 감안하면 일반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1∼8월 은행권 대출은 8%(33조9천억원) 불어났다. 이는 대기업 대출 증가율 2.2%는 물론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 7.0%를 상회한다.

여기에 대출 조건이 나쁜 제2금융권 대출을 포함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월 말 현재 법인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55조원이었다. 이 중 은행권 대출액은 65.7%(430조8천억원), 나머지 34.3%(224조2천억원)는 비은행권 대출이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205조7천억원)에서 비은행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5.8%였던 것과 비교하면 중소기업의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배 이상 높다.

한은 기업경영분석에 의하면 올해 2분기 대기업 부채비율은 79.98%로 코로나의 영향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작년 1분기의 83.56%보다도 낮아졌다.

하지만 중소기업 부채비율은 112.92%로 작년 1분기(109.65%)보다 높고, 특히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이 포함된 비제조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134.69%로 작년 1분기(116.37%)보다 크게 치솟았다. 제조 중소기업 부채비율은 95.45%로 작년 1분기(104.37%)보다 낮아졌다.

이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제조 중소기업보다 비제조 중소기업에 코로나의 타격이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비제조 중소기업에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운수업, 전기가스업 등이 포함돼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제조업뿐 아니라 제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 전반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비제조업은 소비의 비대면화 때문에 어렵지만, 제조업이나 비제조업 모두 코로나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이 정상화되지 않아 원재료비 등 원가 상승 압력이 높은데다 노동비용 등 고정비 증가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비용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정책 자금 확대 등의 금융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경영 안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고질적 과당 경쟁에 원재료 가격 급등, 노동비용 증가 등 구조적 문제가 중첩돼 고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은행권이 상환 능력이 있으나 일시적인 유동성이 부족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개인사업자대출 차주에 대해 만기연장 뿐 아니라 금리 할인, 연체이자 감면 등 지원을 강화하기로 하고 공통된 기준을 만든다.

정부가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내년 3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면서 은행권 자체 지원프로그램 및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개선해 지원 수준을 강화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사진=김상미 기자)
(사진=김상미 기자)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3차 연장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취약 차주(채무자)에 대해서는 ‘연체의 늪’에 빠지기 전에 채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채무조정제도를 개선해 선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은행권의 자체 지원 프로그램 및 프리워크아웃 제도('개인사업자대출 119' 등)의 지원 대상을 기존의 개인사업자에서 중소법인으로 확대하고, 연체 전 차주를 중심으로 지원 수준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은행권은 당국 주도의 ‘개인사업자대출 119 활성화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공동 모범 규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은행별로 지원 대상과 지원 수준이 제각기 달랐으나 앞으로는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에 대한 지원조건이 표준화될 전망이다. 또한, 여태까지 주로 ‘만기 연장’ 중심이던 지원 방식도 ‘이자 감면’, ‘장기분할 상환’ 등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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