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경재 인터뷰 누락

 
  ⓒ 주간 미디어워치 21호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김형욱 회고록 제 5권 - 박정희 시대의 마지막 20일’이 발간되면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의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들이 대서특필했다. 김형욱 회고록은 80년대 초반 출판되면서 해적판까지 포함하여 최소 200만부가 팔려나가는 등, 이른바 민주화운동세력의 교과서로 널리 읽힌 책이다. 김형욱 회고록의 마지막 시리즈가 발간되었다면 이는 민주화 운동사의 큰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 진보좌파 언론은 이 책의 발간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김경재 전 최고위원은 7월 23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손석희와 사실 상의 설전을 벌였다. MBC 측은 인터뷰 전문을 인터넷에 게재하지 않았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초대 손님과의 인터뷰를 모두 전문 게재하는 관례를 어기고 김경재 전 의원의 것만 누락시킨 것이다. 왜 진보좌파 진영에서 김형욱 회고록 5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김경재 전 의원과 손석희의 설전을 보면 진보좌파 진영에서 ‘김형욱 회고록 5권’을 꺼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05년 5월 당시 국정원 과거사위의 김만복 기조실장은 김형욱 실종사건을 발표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외국인 킬러를 고용하여 김형욱을 프랑스에서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에 대해 김경재 전 의원은 의문을 제기하여, 직접 취재를 시작, 스스로 김형욱을 살해했다고 고백한 이중간첩 조용박씨와 3년여간 인터뷰를 나눴다. 이번 ‘김형욱 회고록 5권’은 조용박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과거사위 민간위원들 동백림 사건, 인혁당 사건 미화에만 급급

김경재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의 말기에는 김재규 중정부장이 배제되었고, 차지철 전 경호실장이 조용박씨에 지시하여 조용박씨가 직접 프랑스의 한 양계장에서 닭모이 사료기계인 햄머밀에 집어넣어 살해했다고 밝히고 있다. 의문은 과연 왜 노무현 정권 당시의 국정원 실세 김만복씨는 왜 이 진실을 덮었냐는 것이다.

김경재 전 의원은 “당시 국정원 과거사위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오충일, 한홍구 등등은 인혁당 사건이나 동백림 사건 등, 좌파 민주화세력에게 유리한 사건만을 집중 조사하여, 관련자들을 우상화시키는데 주력했지, 김형욱을 누가 죽였냐에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며, “그러다보니 국정원의 김만복 등 기득권세력과 이른바 민주화세력의 야합이 시작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사위의 민간위원들은 김형욱 살해사건에 가담했다는 과거 중정요원들을 실제로 만나보지도 못했고, 대부분 국정원 측 주장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조용박씨에 대해서 당시 국정원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의 주장이라 일축했다. MBC PD수첩은 조용박씨와 직접 프랑스 양계장 조사에 나섰는데,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과 사람의 몸체를 넣을 수 있는 햄매밀이라는 모이 기계도 없다는 이유로 국정원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김경재 전 의원은 손석희와의 설전 와중에 MBC PD수첩을 비판했고 손씨는 “조용박씨의 주장 말고 다른 근거가 없지 않냐”며 김경재 전 의원을 비판 “수많은 근거가 있으니, MBC에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달라”고 요청, 이 와중에 손씨가 여러차례 김경재 전 의원의 말을 끊자, 김경재 전 의원은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왜 말을 끊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김경재 전 의원은 “김재규 전 중정부장은 김형욱 전 부장과 함께 유신체제를 반대했던 사람이고, 미국에 망명해있던 김형욱 부장에 여러차례 연락을 취해 대화로 풀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며, “김형욱 부장이 책 출판을 고집하자, 김재규 부장이 명령체계에서 배제된 채 차지철 측에서 직접 처리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조용박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냐는 것이다. 김경재 전 의원은 “김형욱을 스스로 살해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대체 조용박씨가 이를 거짓말할 이유가 뭐가 있냐”며, “또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조용박씨의 존재를 부정하다, 결국 조용박씨에 시계를 선물하고 3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며, “이것 하나만 봐도 조용박씨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햄머밀이라는 모이 기계에 대해서도 “90년대 초반에 광우병 문제로 동물사료 기계가 모두 없어졌다가, 닭은 상관없다는 분석이 나와 최근에 다시 햄머밀이 등장하고 있고, 캐나다에서 이 햄머밀로 사람을 살해한 사건 기록이 있다”며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형욱 회고록, 지난 10년 간 타락한 민주화세력의 이면 보여줘

이런 인터뷰 내용을 담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인터뷰 전문을 누락시켜, 김 전 의원이 항의했으나 섭외 담당 작가는 “크게 중요한 내용이 아니어서 제외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모든 인터뷰를 전문 게재하는 관례에 어긋나고 주간 미디어워치 측에서 다시 작가와 통화 “나는 담당자가 아니어서 담당자에 연락해서 알아봐주겠다”는 답을 들었지만, 그뒤 연락이 없는 상태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김형욱 회고록에 대해 일체 보도를 하지 않고 있고(한겨레는 지난 금요일 단신으로만 보도), MBC는 손석희씨를 내세워 김경재 전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인터뷰 전문을 누락하는 등 진보좌파 언론이 김형욱 회고록 제 5권의 이슈에 크게 긴장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김경재 전 의원은 “김형욱 실종 사건의 조사 결과가 진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면, 동백림 사건, 인혁당 사건을 정도 이상으로 미화시킨 다른 조사결과도 신뢰성이 떨어질까봐 진보좌파 진영이 이슈를 덮어가려는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다.

한편 김경재 전 의원은 무려 30년만에 김형욱 회고록 5권을 출판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4.19 혁명 동지회 등 민주화 운동 진영 사람들부터, 애국우파 진영 인사들까지 모두 초청하여 8월 말 중에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80년대 민주화운동 진영에 큰 힘이 되었던 김형욱 회고록이 2009년에 완결편이 나오자, 민주화운동 진영으로부터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 10년 간 권력을 잡으며 타락한 민주화운동진영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어,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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