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단기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정상화 행보도 차질을 빚게 됐다.

9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현 수준(3.25%)을 유지하거나 4분기 중 한차례 정도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8월 말 기준 외국계 투자은행(IB)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면 바클레이스 캐피털과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3곳은 연내 기준금리를 한차례 추가 인상하겠다고 전망했고, 씨티그룹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7월 말 IB 6곳 중 3곳이 연내 두 차례, 나머지 3곳이 한차례 인상할 것으로 본 것과 비교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된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럽지역 국가들의 국가채무 문제와 미국의 경기 부진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정상화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또 내년에는 경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대우증권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적인 재정불안이 발생하기 전에는 시장에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75%에 이를 것으로 봤으나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10월께 한차례 정도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여 경기부양 필요성이 대두한다면 인하 가능성도 불거질 수 있다"면서 "연내 물가부담을 잡아야 다른 정책을 펼칠 여유가 생기는 만큼 올해가 긴축기조를 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애널리스트는 "대외여건이 연말까지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올리고 싶어하고 기회를 엿보겠지만 쉽지 않겠다"면서 "연내 동결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경제 여건이 더 안 좋아지면 생각보다 빨리 인하 사이클로 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만 이는 우리나라보다는 대외여건에 달렸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중수 한은 총재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정상화는 사실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라면서 "그러나 내일 당장 중립금리 수준으로 간다고 경제가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며 단기와 중기 사이에 목표를 정해 꾸준히 가겠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책은 언제든지 여러모로 가능성은 있으나 지금 당장 (기준금리 인하를) 이야기할만한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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