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국을 강타한 정전 사태로 주요 기업들도 불편을 겪었지만 다행히 가동중단과 같은 심각한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조과정에서 극단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반도체 업체들과 일관공정이 중단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야기되는 제철, 정유 등 업종의 업체들은 정전에 대비해 자체 비상발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유통업체 매장의 전기공급이 중단돼 영업체 차질을 빚었고 건설현장과 사무실에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종사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또한 정전이 장기화하고 비상 발전시스템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제품이 고장 나는 것은 물론 설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각 업체들은 초긴장 상태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 반도체와 LCD 등을 생산하는 반도체, 전자 업체도 아직까지 별다른 정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동 본사 사옥이 이날 오후 0.5초가량 정전됐으나 곧 전력이 공급됐고 지방 사업장도 전력이 차질없이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서울 여의도 본사도 이날 오후 "한전 측이 전력 공급을 갑자기 중단할 수 있으니 업무에 참고하라"는 사내 방송을 내보냈으나 실제 정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도 "반도체 시설은 일단 전력 공급이 끊기면 큰 피해가 발생하는데, 한전이 공장 등을 주요 시설로 분류해 전력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 발전기 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자동차업체들은 별다른 정전 피해를 겪지 않았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전공장 휴무에 들어갔고 일부 공장에서 야간 특근만 진행되는데다 정전이 발생해도 공장은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울산과 전남 여수, 충남 대산, 충북 오창 등 지방 산업단지에 대규모 공장을 둔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와 LG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화학업계는 아직 별다른 정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지방 산단의 경우 대규모 정전이 생겨도 단지에 오는 전기가 가장 나중에 차단될 정도로 철저히 보호되기 때문에 정전이 빨리 해결되면 별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정전이 발생하면 공장 설비를 망칠 수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계는 한전에서 오는 전기 공급이 끊길 경우를 대비해 예비 발전기를 설치해 놓는 등 비상상황에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대산 공장은 한전으로부터 전체 전력 사용량의 70%를 수전하고 나머지 30%는 자가발전을 통해 생산해 갑작스런 전원공급 차단 시 피해를 막고 재가동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창원, 울산, 구미에 공장을 둔 효성과 구미, 김천공장을 가동하는 코오롱 등 섬유업체도 정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다.

태양광업체인 OCI 군산 공장과 웅진에너지 대전 공장도 정전 피해가 없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일부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홈플러스 인천 계산점에서는 이날 오후 정전이 됐으나 자가 발전기가 가동이 안 돼 매장 조명이 꺼지고 계산대 가동이 멈추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이 점포는 정전 20분만에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전력을 복구했다.

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과 대구 영플라자 건물은 정전으로 돼 비상 전력을 사용했지만 일부 조명이 꺼진 채 영업하다 30∼40분 만에 복구됐다.

오후 5시20분께는 서울 중구 회현동 '메사' 건물이 정전됐다.

롯데마트는 서울 송파점과 인천 연수점 등에서 전기 공급이 끊겨 고객들이 놀랐지만 현재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영업 중이다.

이마트도 서울 상봉점과 경기 분당점 등 3개 매장이 정전돼 비상 발전기를 사용하다 30분 만에 전력 공급이 재개됐다.

양쪽 마트 관계자는 "전기가 끊기는 순간 발전기가 가동되기 때문에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크게 불편을 느끼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전국적으로 일부 점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들 매장은 냉동고 등의 피해를 막으려고 비상 전력을 가동하고 있지만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이 작동하지 않아 손으로 거래내용을 기록하고 현금 결제하는 등 일부 매장의 거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자체 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비행기 자체도 기름을 연료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이라 정전이 돼도 별다른 영향은 받지 않는다.

다만, 예비 발전기를 돌릴 때 경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전 사태가 오래갈 경우 기름값이 부담이 될 수는 있다.

전국 곳곳에 창고를 가진 물류업계는 정전이 발생하면 냉동 물품들이 상할 수 있어 피해를 보기 마련이지만 대한통운, CJ GLS 등 주요 물류업체들은 아직 정전 보고가 없다고 전해왔다.

해운사들은 기름을 동력으로 하기 때문에 정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항만 터미널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실을 때 전력이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변전소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받아 정전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건설 업계는 대부분 공사가 전선이 닿지 않는 사업 현장에서 비상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하며 이뤄지고 있어 당장 정전 사태의 영향을 받는 것은 없다는 전언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전이 돼도 현장사무소나 모델하우스 정도에 영향이 있을 뿐, 사무소가 잠깐 정전된다고 공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추석 연휴 직후라 문을 연 모델하우스도 거의 없다"며 "정전이 장기화하면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