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사장 오지철)는 “전통주를 찾아서”란 테마를 중심으로 ‘08년도 12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청류 품은 ‘포천(抱川)’에서 술과 함께 노닐다(경기 포천)”, “달콤한 소곡주에 취하고 황금빛 갈대밭 노을 데이트(충남 서천)”, “정성이 빚고 세월이 담근 깊은 울림의 맛, 완주 송화백일주(전북 완주)”, “제주의 과거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다...제주 오메기술(제주 서귀포)” 4곳을 각각 선정, 발표하였다.
갈대 위 후드득 철새가 날아오른다. 금빛 가을의 끝 무렵인 11월부터 겨울 내내 서천은 낭만과 운치가 풍성해진다. 그래서 12월이 되면 서천으로 여행을 준비한다. 술 익는 마을이 있고, 서걱대는 갈대숲을 거닐고, 떼 지어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비상을 만날 수 있는 서천은 명품 겨울여행지임에 틀림없다.
한산 소곡주는 1300년 전 백제왕실에서 즐겨 음용하던 술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한국 전통주 중 가장 오래된 술이 바로 소곡주다. 소곡주는 연한 미색이 나고 단맛이 돌면서 끈적거림이 있고 향취는 들국화에서 비롯된 그윽하고 독특한 향을 간직하고 있다.
술의 재료가 되는 잡곡의 냄새가 전혀 없는 최고급 찹쌀로 빚어 100일 동안 숙성시켜 만드는 전통곡주다. 소곡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첫 번째가 물이요, 두 번째가 누룩, 세 번째가 술 익는 온도라고 했다. 소곡주에는 찹쌀과 누룩, 향을 위한 약간의 국화잎과 부정을 타지 말라는 의미로 홍고추 서너 개가 들어가는 것이 전부다.
소곡주의 달큰함에 취한 후 갈대밭의 장관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이 좋다. 철새를 좀더 쉽게 만나려면 금강하구언의 철새 탐조대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송화백일주는 수도승들이 고산병 예방을 목적으로 즐겨 마셨다는 곡차(穀茶)에서 유례를 찾을 수 있다. 송화백일주는 송홧가루, 솔잎,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찹쌀, 백미, 보리 등 다양한 재료로 빚은 밑술을 증류해 얻는 증류식 소주. 송홧가루의 황금빛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송화백일주는 38도라는 도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소주지만 청주 같은 묵직함도 느껴진다. 은은한 솔향과 달짝지근한 뒷맛도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뭔가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 깊은 맛의 비법은 따로 있지 않다. 벽암스님의 말처럼 좋은 물과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성껏 빚는 게 최선의 비법이다. 사실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이기도 하다. 그 다음은 ‘기다림’이다.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 기다림. 술 한 병을 빚는 데 꼬박 100일이 걸리고, 제 맛을 완성하기 위해 3년을 더 참아내야 하는 기다림 말이다.
서늘하던 바람이 점차 매섭게 변해 몸을 잔뜩 움츠리게 되는 요즘이다. 이럴 땐 따뜻한 남쪽 어딘가 정감 넘치는 시골마을에라도 들어가 그 고장 전통주를 마시며 온몸에 도는 훈기를 즐기는 것도 겨울 여행의 맛이다.
제주에서 흔히 좁쌀막걸리라 불리는 오메기술을 제대로 즐기려면 성읍민속마을에 가야한다. 무속신앙이 성행하던 옛 제주도에서 사시사철 당신(堂神)에게 제사를 드리며 따르던 술이 바로 오메기술과 이를 맑게 증류시킨 고소리술이었다. 세계의 명주(名酒)로 거듭날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주로, 제주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맛보아야 할 먹거리다.
성읍민속마을을 관람하는 최적의 방법은 관리사무소를 방문, 전문 문화관광해설사의 동행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데, 30분이든 하루 종일이든 원하는 시간만큼 가능하다.